세마글루타이드 ‘질환 진행 억제 효과 없음’ 결론…알츠하이머 확장 기대도 타격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장악해온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알츠하이머 치료 영역에서의 확장 시도에 중대한 제동이 걸렸다. GLP-1 계열 약물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웨고비)가 두 건의 임상 3상(EVOKE·EVOKE+)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를 늦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노보는 24일(현지시간)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약 대비 질환 진행 억제에서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EVOKE·EVOKE+는 총 3808명(55~85세)을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으로 설계된 대규모 글로벌 임상이다.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 위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추가 투여한 효과를 평가했다.
주요 지표는 임상 치매평가 척도(CDR-SB) 변화였으나, 노보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약 대비 알츠하이머 진행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늦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바이오마커(알츠하이머 관련 혈액·뇌 지표)는 개선 신호가 관찰됐으나, 임상적 의미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노보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안전성·내약성은 기존 비만·당뇨 환자에서 확인된 것과 일관된 수준으로 양호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마글루타이드는 3700만 환자-년 이상의 투약 경험이 축적된 약물이다.
노보는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1년 연장 연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으며, 오는 2025년 12월 3일 CTAD 학회에서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하고, 2026년 3월 AD/PD 2026 학회에서 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발표로 GLP-1 계열의 뇌신경질환 파이프라인 확장이 단기적으로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GLP-1)은 비만·당뇨 시장에서 연간 100조원 규모를 만들어낸 초대형 블록버스터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 등으로 확장 전략은 수년간 재검토·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마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 노보 R&D 총괄은 “알츠하이머는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큰 질환 중 하나이며, 일부 긍정적 데이터들을 감안했을 때 비록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검증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최고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는 두 건의 3상 임상을 수행한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