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성균관의대 등 사직서 줄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스타 이재갑 교수도 공개 사직서 제출 의사 밝혀

▲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대 증원 사태 장기화에 따라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대통령실이 대화를 제안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대화를 유도하면서도 ‘2000명 증원’이라는 기존 방침과 입장을 유지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임상 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교수들까지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며 사직서 제출 행렬에 동참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울산대학교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의대에서 약 400여 명이, 울산의대에서는 433명이 사직서를 냈다.

성균관대학교·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으로 구성된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소속 교수 880명 중 731명(83.1%)이 자발적 사직과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 근무 행동 대응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경희의대 교수의회도 25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주 52시간 단축 근무에도 돌입했다.

경희의대 교수의회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소속 교수 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65%)의 93%가 단체행동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들 중 90%는 단체행동 방법으로 사직서 제출을 택했다고 밝혔다.

중앙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중앙대병원과 중앙대광명병원 소속 교수들이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00명 이상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8일 소속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결정·작성한 사직서를 1차로 일괄 제출하고 4월 3일 한 차례 더 제출하기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타 교수로 떠오른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SNS에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교수가 최근 자신의 SNS에 게재한 사직서 사진에 따르면 사직 사유는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교수로서의 직위가 너무 무거운 짐이 돼 사직을 원한다’이다.

특히 그동안 임상과 교수 중심으로 사직서 제출이 이어졌던 가운데 기초의학 교수들도 사직 러시에 동참해 눈길을 끈다.

기초의학은 미생물학·병리학·예방의학·해부학 등 임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분야이지만 의학의 근간을 지탱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생 교육 입장에서는 중요한 과다. 더욱이 기초의학의 경우 매년 전공의 미달로 인해 교수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노환규 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SNS에 ‘어느 기초학 교수의 사직의 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게재했다.

해부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의학 발전을 위해 억만금보다 값진 당신 몸을 순수한 마음에서 기증해 주신 분들의 사랑과 젊은 새내기 의학도들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빛은 그동안 제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었다”며 “이런 중차대한 의료윤리의 가치는 뒤로 하고 우리나라의 보건/교육의 수장들은 무슨 외국 시신 선생님(카데바)을 돈 주고 수입한다든지, VR로 가르쳐도 된다는지 하는 모욕적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이하 행정부 관료들 먼저 본인 시신 기증부터 하고 그런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체계함’이라는 배가 통째로 가라앉는데 배우는 시간 순으로 앞머리(기초의학)가 어딨고 뒷부분(임상의학)이 어디 있겠냐”며 “사직서는 내더라고 사직 여부와 상관없이 후임 해부학 교수가 올 때까지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완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대 교수들이 줄사직을 하는 이유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확정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2,000명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기존 방침과 입장을 유지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료계와의 대화를 요청하면서도 2,000명 증원 입장은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개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26일 ‘의료계와 대화에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다’는 발언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26일 발언 이후 2,000명 증원 규모까지 의료계와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제는 전혀 논하지 않겠다고 배제하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한 말”이라며 “중재를 포함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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