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소통 중심의 리더십, ‘원 바이엘, 베스트 바이엘’ 문화 조성 집중”
“파이프라인 세대 교체, 산업 경험과 이해도의 시너지로 극복할 것”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메디코파마뉴스=이헌구 기자] 독일 제약명가 바이엘. 이 회사가 내년이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지 70주년이 된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이 그렇듯 새로운 시장에 처음 발을 딛는 시점에는 본사와 지역(Region), 현지(Local) 마켓 간 유기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에서 역량있는 리더들을 중심으로 요직을 맡긴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국적 제약기업 상당수가 현지인 대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 보험 시장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도 커졌기 때문이다. 바이엘 역시 늦은 감은 있지만 업계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 회사가 국내 진출 70년을 한 해 앞두고 처음으로 한국인을 대표 자리에 앉힌 것이다. 더욱이 바이엘코리아가 제품의 세대 교체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국인 사장에게 지휘권을 넘겨준 데에는 남다른 믿음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를 만나 최초의 한국인 사장 선임 배경과 그만의 리더십,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Q1. 바이엘 최초의 한국인 대표가 됐다. 선임 배경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회사에 없던 한국인 대표를 이 시점(제품의 세대교체)에 선임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 리더십과 역량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한국은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으며 특히, 보험 시장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곳이다.

실제로 10년 전, 바이엘 코리아에 처음 입사했을 때 현재의 대표 품목인 자렐토와 아일리아는 런칭 초기 단계였다. 두 제품은 현재 시장 넘버원의 리더십 자리에 올랐다. 특히 아일리아는 지난해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최초의 한국인 리더가 나오게 된 것도 이 같은 우리나라 시장의 위상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는 한국이 가진 훌륭한 R&D(연구개발) 환경을 꼽고 싶다. 다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에서 초기 임상부터 후기 임상까지, 또 최근에는 RWD(실사용 데이터, Real-World Data) 연구도 진행하면서 한국의 가치가 좀 더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약산업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가능성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인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진 것 같다.

Q2. 바이엘 코리아를 이끌기 위한 구체적인 리더십을 말해달라.

지난 30년간의 경험이 바탕이 된 제약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고자 한다.

바이엘 코리아에서 심혈관 치료제 사업부 총괄로 출발을 했고, 자렐토가 NOAC(신규 경구용 항응고제) 시장에서 넘버 원의 리더십 자리에 오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후 바이엘 독일 본사에서 1년 간 신규 브랜드 런칭 리드로 베르쿠보와 케렌디아의 전략을 준비했다.

이런 경험과 국내 산업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경험과 산업에 대한 폭 넓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바이엘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케렌디아’와 ‘베르쿠보’를 성공으로 이끌어 한국에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소통이 되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 바이엘 코리아 대표 부임 이후 직원들에게 2가지 키워드를 강조해왔다. 첫 번째는 ‘소통(Communication)’, 두 번째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문화(Co-creation)’다.

개인별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개인으로 인해 회사 전체가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20명의 인재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20:80 팔레토 법칙이 근본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팬데믹을 겪으며 위기 상황에서 일부 개인의 능력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느꼈다.

결국 기업의 견고한 토대(foundation)가 마련되는 것은 전체의 힘이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이 쌓였을 때 ‘원 바이엘, 베스트 바이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최근 VACC(Visionary(비전가), Architect(설계자), Coach(코치), Catalyst(촉진자)를 근간으로 하는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힘든 점을 같이 고민해주고 해결책(solution)을 찾아주는 촉진자(Catalyst)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Q3. 글로벌 본사가 바라보는 바이엘 코리아의 위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한국 지사의 위상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는 베르쿠보의 런칭이다.

심부전 치료제는 산업 규모로 봤을 때 우선순위에 들어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글로벌 론칭을 리드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베르쿠보를 선보일 수 있을 지 우려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베르쿠보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 후 급여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기관인 IPT(Integrated Product Team)에 공식적으로 한국이 포함돼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됐다. 또한 보험 시장 중요도 측면에서 한국이 꼽히고 있으며 신제품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주요 국가 중 한 곳으로 분류된다.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 성장은 한국 시장이 가진 특이점이며 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회사들이 경험과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있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케렌디아도 국내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또 하나의 성공 케이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4. 바이엘 코리아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모든 시장의 특징이 다르다. 과거 근무했던 태국의 경우 전체 보험이 되는 시장은 아니고 반만 가능하다는 점에서(Semi-reimbursement Market) 큰 차이점이 있다.

태국 법인에서 근무한 기간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당시 임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꿔 성장을 이뤄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바이엘 코리아만의 색깔로 성공을 만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화할 것이 ‘소통’이다.

다양한 내·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한국인 대표로서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또한 글로벌에도 바이엘코리아의 역할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다. 케렌디아 같은 경우, K-성공 스토리,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5. 국내 제약 시장의 장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말해달라.

한국 시장에만 해당하는 고민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보험 시장이다 보니 제한적인 재정으로 인해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좋고 혁신적인 약이 개발됐어도 국내 보험 기준에 맞지 않거나 경제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올 수가 없다.

그러나 정부도 필요하면 급여를 해줄 수 있다는 기조 자체는 확실하다. 약제의 가치를 전달함에 있어 회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비트락비’다. NTRK 유전자 융합암은 환자군이 굉장히 적은 희소암이라 급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트락비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근거로 급여를 받았다. 케렌디아와 베르쿠보의 경우도 한국 시장에서의 필요성을 글로벌에 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급여를 받으며 빠르게 국내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글로벌에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은 굉장히 빠르고 장벽이 있으면 극복해내고자 하는 나름의 근성이 있다. 바이엘 코리아의 직원들을 보면서도 항상 느끼는 점이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고 제네릭이 나와도 그 속에서 성장하는 제품들이 있다.

근본적인 이야기지만,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인재의 우수성은 대체 불가하기 때문에 정말로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 바이엘코리아 이진아 대표

Q6. 마지막으로, 바이엘 코리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바이엘코리아는 현재 파이프라인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베르쿠보, 케렌디아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환자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혁신적인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닦고 싶다.

이와 함께 바이엘코리아 대표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사회공헌 측면의 활동과 더불어, 직원들 스스로 참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바탕으로 회사 조직 자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

[경력]

2023년 11월~, 바이엘 코리아 대표이사 및 제약사업부 총괄

2020년, 바이엘 태국 대표이사 및 제약사업부 총괄

2018년, 바이엘 본사 신규 브랜드 런칭 리드

2013년, 바이엘 코리아 심혈관질환 치료제 사업부 총괄

2006년, 한국 머크 당뇨·심혈관계 마케팅 총괄

1994년, 한국 로슈 마케팅

[학력]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런던 비즈니스 스쿨(London Business School)리더십 과정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