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중증질환, 난치질환 등 다양한 분야 치료제 급여권 진입
스핀라자·에스브리디·옵디보·듀피젠트·얼리다 등 급여 확대·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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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지난해는 신약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의 변곡점이 됐다.

수년간 쟁점으로 남아있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가 시작됐고, 초고가 원-샷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CAR-T 기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나젠 아베파르보벡)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오랜 기간 실마리를 풀지 못했던 MSD의 슈퍼항생제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 또한 5년 만에 급여를 개시했다.

굵직한 쟁점이 한해에 모두 해결된 모습이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도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이어졌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정부와 제약사가 입장차를 줄여가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 면역항암제 옵디보, 위암 1차 치료제 급여 9월 개시

지난 9월 정부는 위암 1차 치료제로서 오노약품공업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급여 개시했다.

이는 앞서 2022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 1년 3개월, 5월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옵디보의 위암 1차 치료제 급여 적정성을 인정한 이후 4개월 만이다.

옵디보의 급여 기준은 ‘특정 유전자 발현이 확인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 선암, 위식도 접합부 선암 또는 식도 선암’이며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급여가 가능하다.

유전자 발현 조건은 PD-L1이 CPS 5점 이상이면서 HER2는 음성인 경우다.

보험 상한가는 20mg 27만9,568원, 100mg 111만8,490원, 240mg 253만4,904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급여 적용에 따른 건보 재정 추가 소요 예상치는 연간 604억 원이다.

옵디보의 급여는 29개국 175개 의료기관에서 HER2 음성 위 선암·위식도 접합부 선암, 식도 선암 환자 2,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인 Checkmate-649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옵디보는 위 선암·위식도 접합부 선암, 식도 선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며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는 해당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옵디보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을 화학항암제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PD-L1 CPS 5점 이상인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옵디보군 14.4개월, 화학요법군 11.1개월로 사망 위험을 30% 낮췄다.

1년, 2년, 3년 시점의 생존율 또한 옵디보군은 각각 57%, 31%, 21%로 화학요법군의 46%, 19%, 10% 대비 우월한 결과가 확인됐다.

PD-L1 CPS 5점 이상인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옵디보군이 8.3개월, 화학요법군이 6.1개월로 나타났다.

1년, 2년, 3년 시점의 무진행생존율은 옵디보군이 각각 37%, 19%, 13%였고 화학요법군은 23%, 11%, 8%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4월 옵디보를 위암 1차 치료제로 허가했으며 같은 해 국내에서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후 2년여 만에 국민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된 것.

다만 이번 급여 기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Checkmate-649 연구 결과에서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전체생존기간과 높은 반응률을 입증했지만, CPS 5점 이상이라는 조건이 달렸다는 것.

실제로 연구에서 옵디보군은 CPS 점수와 관계없이 전체 환자군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3.7개월, 3년 전체 생존율 17%를 기록했다. CPS 점수가 낮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열린 옵디보 위암 1차 치료제 급여 등재 기자간담회에서 라선영 연세의대 교수(종양내과)는 “CheckMate-649 임상 결과, 옵디보는 PD-L1 발현율에 관계없이 1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과 높은 반응률을 달성했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CPS 5 미만 환자가 기존 항함 화학요법은 급여화를 유지하면서, 옵디보만 비급여를 적용하는 부분급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전이성 호르몬 감수성 전립선암 치료제 얼리다, 4월 급여권 진입

전립선암 치료제인 얀센의 얼리다(성분명 아팔루타마이드)도 올해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다.

지난 4월 정부는 전이성 호르몬 감수성 전립선암(mHSPC) 1차 치료제로 얼리다를 안드로겐 차단요법(ADT)과의 병용으로 급여 적용했다.

얼리다는 선택적으로 안드로겐 수용체 리간드 부위에 결합해 핵 전위,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얼리다 급여 진입 이전 전립선암의 1차 치료는 얀센의 자이티가(성분명 아비라테론아세테이트)나 아스텔라스의 엑스탄디(성분명 엔잘루마타이드)를 안드로겐 차단요법과 병용하는 방식이 있었다.

얼리다 요법은 기존 표준치료에 비해 1차 치료에 사용할 경우 호르몬 반응 단계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리다는 임상 3상인 TITAN 연구에서 전이성 호르몬 감수성 단계에 있는 전이성 4기 전립선암 환자 1,052명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는 얼리다 병용요법과 안드로겐 차단제 단독요법을 1:1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TITAN 연구 최종 분석 결과, 고위험 및 저위험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안드로겐 차단제 단독요법 대비 유의하게 전체생존율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48개월 차에 얼리다군의 전체생존율은 65.1%로 안드로겐 차단제 단독요법군의 51.8%를 뛰어넘었다. 사망 위험을 35% 낮춘 것.

이 전체생존율 개선은 추적기간 중앙값 44개월에서 이전에 국소 질환 치료 및 첫 진단 시점의 전이 여부 등과 관계없이 확인됐다.

또한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얼리다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시작한 경우 안드로겐 차단제 단독요법 대비 PFS2(후속치료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38%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이 같은 이점은 4년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전체 생존율의 이점을 유지했다.

지난 4월 한국얀센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영 국립암센터 교수(비뇨기의학과)는 “전립선암 치료의 중요한 지표인 PSA 반응률은 후속 치료의 진행 기간(PFS2) 및 전체 생존기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며 “특히 조기 질병 단계에 해당하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서는 PSA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립선암은 혈액을 통한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통해 선별할 수 있지만,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진단 당시에 4기로 발견되는 환자가 많고, 특히 이들 대부분은 진단 당시 처음으로 PSA 검사한 환자”라며 “전이가 있는 4기 전립선암 치료 목표는 최대한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기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1차 치료에서의 효과뿐 아니라 2차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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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핀라자·에스브리디, 척수성 근위축증 급여기준 개선·신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에서도 국민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이뤄졌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Survival Motor Neuron, SMN) 단백질 결핍으로 인해 운동신경이 사라지면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하는 희귀 유전성 신경근육질환이다.

주로 영유아와 소아에게 나타나며 희귀 신경근육 질환으로 장애의 정도에 따라 음식을 삼키거나 숨쉬기도 어려워 치료받지 않는 경우 사망에 이른다. 주로 팔, 다리, 어깨, 목, 허벅지 등 몸통에 가까운 부위에 근육 손상이 나타나서 큰 움직임을 할 수 없으며 특히 다리 근육은 약화 속도가 빠르다.

앞서 지난해 졸겐스마가 바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다. 하지만 높은 약가 탓에 급여 인정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졸겐스마 이전 유일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였던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의 급여기준을 확대하고 로슈의 에브리스디(성분명 리스디플람)의 신규 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해당 급여 확대와 신설은 10월부터 적용됐다.

두 약제의 투여 대상은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이 확인된 5q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로서 ▲증상 발현 전이라도 SMN2 유전자 복제수가 3개 이하이며 치료 시작 시점 생후 6개월 미만인 경우이거나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된 1~3형이며 영구적 인공호흡기주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투여 시점 연령이 생후 24개월 이전이라면 주평가도구로 CHOP-INTEND, 보조평가도구로 HINE-2를 사용하고 이후라면 주평가도구로 HFMSE, 보조평가도구로 RULM, CHOP-INTEND(non-sitter), CHOP-ATEND(non-sitter)를 사용한다.

중단의 기준이 되는 ‘운동기능 개선’ 기준도 마련됐다.

HINE-2의 경우 kick 점수 2점 이상 증가하거나 그 외 항목(voluntary grasp 제외)에서 1점 이상 증가'인 경우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으로 정의했다. CHOP-INTEND(CHOP-ATEND)는 총점 4점 이상 증가, HFMSE는 총점 3점 이상 증가, RULM은 총점 2점 이상 증가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으로 정의했다.

운동기능의 개선 또는 개선 후 유지를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신경발달이 지속되는 청소년기(18세 이하)까지는 잠재적인 효과를 고려해 위원회에서 판단한다.

≫ 성인 아토피 환자만 가능하던 듀피젠트, 소아청소년까지 급여 확대

난치성 질환인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도 국민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질환의 특성상 영유아나 소아청소년 환자가 많은데도 그간 성인에게만 적용되던 급여 기준을 확대한 것.

지난 4월 정부는 사노피의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기존 18세 이상에서 6세 이상까지로 확대 시행했다. 전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35%에 달하는 소아청소년을 급여 대상에 포함한 것.

이 급여기준 확대는 듀피젠트의 임상 3상인 LIBERTY AD ADOL 연구와 LIBERTYU AD PEDS 연구가 기반이 됐다.

LIBERTY AD ADOL은 12~18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대한 듀피젠트의 효과·안전성을 확인한 연구다.

연구 결과 16주 차 습진중증도평가지소(EASI)를 75% 이상 개선한 환자 비율이 듀피젠트군은 38.1~41.5%로 나타났다. 위약군의 EASI 75% 개선 비율은 8%에 불과했다.

IGA 역시 0 또는 1까지 개선한 환자의 비율이 듀피젠트 투약군은 24.4~17.9%로 위약군의 2.4% 대비 높았다.

LIBERTY ADOL은 6세~12세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 연구에서도 듀피젠트군은 16주 차 EASI 75% 이상 개선 비율이 67.2~69.7%로 위약군의 26.8%를 압도했다.

IGA가 0 또는 1로 개선 비율은 듀피젠트군이 29.5~32.8%, 위약군 11.4%였다.

또한 두 연구 모두 안전성 프로파일은 만 18세 이상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듀피젠트의 적응증이 6세 이상으로 확대됐고 이번에 급여기준 확대까지 이어진 것.

그 사이 듀피젠트는 생후 6개월 이상까지 효과·안전성을 확보하고 적응증을 확대했다. 향후 추가적인 급여기준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이번 급여기준 확대에 문제점도 지적된다. 투여 시작 전 EASI 점수도 23 이상으로 허가 적응증인 중등도~중증이 아닌 중증 환자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아청소년 급여기준 확대에도 부작용이 예상되는 약제를 소아·청소년이 3개월 이상 사용해 견뎌내야 급여 적용과 산정특례 적용이 가능하다. 이 조건이 남아있는 한, 급여 대상 환자 수의 증가만큼의 실제 급여 처방 확대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여기준 완화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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