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의료계 대표자들 소집…“의대정원 발표 강행시 파업”
위기의 이필수호…경기醫‧박명하 회장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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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의료계는 연초부터 간호법을 시작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 사법부의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 허용 판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시행 등 정부의 휘몰아치는 광폭 행보에 눈 코 뜰 새 없이 보냈다.

하지만 의료계의 시련은 지금부터 시작인 모양새다. 올해 내내 의대 정원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부가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거론하며 본격적으로 의사 인력 늘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탄핵론이 다시 급부상하는데 의료계 내홍 조짐도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기 사용 2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법부의 판단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메디코파마뉴스>는 올 하반기 보건의료계 이슈에 대해 알아봤다.

≫ 의사 인력 1,000명 증원에 ‘화들짝’…의료계, ‘집단 휴업’ 카드 만지작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고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제10차 회의에서 ▲필수의료·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 ▲확충 의사인력의 필수의료·지역의료 유입 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

이에 복지부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초 정부는 내부적으로 300~500명 선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었던 351명을 늘리는 1안과 512명을 증원해 의대 정원을 3,57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한 직후 의사 인력 증원 규모는 1,000명 이상 최대 3,000명일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를 포함해 정치권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규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며 강경 투쟁을 시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7일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의사협회는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과대학생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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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이 같은 압박에도 정부는 의사 수 정원 확대를 강행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가 이미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를 한 만큼 증원 규모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사협회는 의료현안협의체 15차 회의에서 증원 규모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직후 가진 백브리핑에서 “의료현안협의체 14차까지 주로 필수의료 살리기에 대해 논의됐고 향후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며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정부와의 신뢰가 깨질 수 있고 강력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 측 위원이 한 명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사협회가 한 발 물러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정부 당국과의 증원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에서 1,000명 이상의 증원을 고심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규모를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의료 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발표하자 의료계는 집단 휴진을 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분야를 제외한 전 직역에서 집단 휴진에 동참하면서 의료 대란이 야기됐고 이 과정에서 응급실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현안협의체 15차 회의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의 이후 의료계의 투쟁 노선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사회생한 이필수호, ‘탄핵론’ 급부상…42대 의사협회장 선거 도전 가능할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이필수 집행부 책임론이 불거지며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필수 집행부는 지난 6월 복지부와 의대 정원 확대를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탄핵이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이필수 회장 등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는데 재적 대의원 242명 중 189명이 참석해 찬성 48표, 반대 13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이필수 회장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다보니 불신임안이 모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되면서 이 회장의 출마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이 이 회장의 연임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필수 회장의 임기가 반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탄핵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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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의사협회 집행부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며 강력 투쟁을 위한 비대위 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집행부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면피용 대표자 대회를 형식적으로 개최할 게 아니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실질적 임총을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도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며 “이필수 회장은 회의 후 백브리핑 과정에서 의대 정원 증원 취지에 공감하는 취지 발언을 내놨던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300~500명 정원 확대는 이미 인정했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 때문에 1,000~3,000명 증원을 꺼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는 안 된다. 즉각적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계 뇌관으로 작용하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이필수 회장의 연임 도전을, 사회적으로는 2020년 의료 대란 재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필수 회장과 의료계의 행보에 보건의료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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