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소비자 사실상 배제…재진·만성질환 중심으로 논의 돌입
업체 대다수 자금력 열악한 스타트업…“버티지 못하고 고사할 것”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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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개화한 비대면 진료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정부가 오는 6월까지 제도화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견이 극심한 데다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 또한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좀처럼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대면 진료가 핵심 축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의결하지 못하고, 보류(계속 심사) 판정을 내렸다.

당초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크지 않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제도화의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 약물 오남용 등을 이유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결국 법안은 의결되지 못했다.

일단 제도화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지만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결국 통과될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데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고,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이 위기 단계 하향으로 자동 종료되면 지난 3년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관련 업체들이 순식간에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분위기가 짙은 상황이지만 정작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하다. 현재 의료법 개정안 논의가 초진은 배제하고, 재진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관련 업계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이용자 중 초진 환자가 95% 이상인 상황에서 재진 환자로 한정할 경우 80% 업체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국회에 상정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모두 만성질환에 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감기, 비염 등의 경증 질환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사업 운영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해 진다는 것.

때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반드시 수정·재검토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약계만 협의의 대상으로 삼고 산업계와 소비자를 배제한 제도화를 강행할 경우 관련 업체의 줄도산은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중장기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관련 업계의 호소가 받아들여지기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비대면 진료와 연계돼야 하는 약배달 이슈로 약계의 반대도 워낙 거센 데다 정부가 초진 제한을 대원칙으로 의료계와 합의를 이뤘는데 이를 깰 경우 제도화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어서다.

비대면 진료 업체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연관된 이해당사자들의 입김이 워낙 거세다 보니 정부가 우선은 제도화에 집중하고,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의료 정책은 큰 틀이 확정되면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상당수가 자금력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인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형태로 의료법 개정이 이뤄지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비대면 진료를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최소한의 생존 토대는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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