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비만치료제 허가 가시권, 국내 도입은 당뇨약 먼저
한국인 임상 데이터 없지만 허가신청 가능…삭센다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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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일라이 릴리의 틸제파티드는 현재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약물 중 하나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당뇨병 결과도 이목을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비만치료, 즉 체중 감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틸제파티드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당뇨병 치료제로서 허가를 획득했고 비만치료제 허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치료제 허가 심사는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틸제파티드의 약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표시가격 기준으로 틸제파티드의 연간 약제비는 1만2,666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1,500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다.

국내에 들어오면 약가는 미국 표시가 보다는 낮아지겠지만, 개인이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약가가 높은 탓에 국민건강보험 급여 논의도 매우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에서 틸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 허가를 기다리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뇨약으로는 사용량이 커지기에 약가가 매우 높지만, 비만치료제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의 국내 도입은 언제쯤 이뤄질까. 빠르게 허가신청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지고 있다.

≫ 틸제파티드 비만치료제 임상 SURMOUNT-1, “비만수술에 버금가는 효과”

지난해 5월 일라이 릴리는 틸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는 SURMOUNT-1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틸제파티드는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 수용체와 GLP(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를 하나에 새로운 분자로 통합해 동시에 타깃하는 기전이다.

GIP가 음식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며 GLP-1과 결합해 체중, 포도당 및 지질 대사 조절을 촉진한다.

SURMOUNT-1 연구는 당뇨병이 없는 2,539명의 비만 및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틸제파티드의 주 1회 효능 및 안전성을 알아보는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시험이다.

참가자의 평균 체중은 105kg이었으며 이들은 위약군, 5mg군, 10mg군, 15mg군으로 나눠 배정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기준선 대비 72주차 체중의 변화와 72주차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한 참가자의 비율이었다.

연구 결과 5% 체중 감소 달성률은 5mg군이 89%, 10mg군과 15mg군에서는 96%로 나타났다. 위약의 5% 체중 감소 달성률은 28%였다.

틸제파티드 5mg군은 평균 16%, 10mg군은 평균 21.4%, 15mg군은 22.5%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으며 위약군의 체중감소는 2.4%였다.

주요 2차 평가변수인 20% 체중 감소 달성률은 10mg군에서 55%, 15mg군에서 63%로 위약군의 1.3%와 차이를 보였다. 5mg군은 제1종 오류(검정결과에 의한 가설 기각)에 의해 통제되지 않았지만, 32%가 20%의 체중 감소로 나타났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관련이었고 경증~중등도 수준으로 용량 증량 기간 동안 발생했다.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5mg군에서 4.3%, 10mg군에서 7.1%, 15mg군에서 6.2%였으며 위약군에서는 2.6%로 나타났다.

전체 치료중단 비율은 5mg군 14.3%, 10mg군 16.4%, 15mg군 15.1%, 위약군이 26.4%였다.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체중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다. 당시 학계에서는 틸제파티드 결과를 비만 수술과 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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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임상 없지만, 적응증 확대 통해 허가신청 가능…삭센다 사례도

다만 SURMPOUNT-1 연구에는 한국인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인 데이터가 없는 신약이 국내에서 허가받기 위해서는 가교임상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인이 포함된 SURMOUNT-MMO 연구가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시작됐지만, 이 연구의 종료 목표점은 2027년 10월이라 결과 도출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만치료제로 틸제파티드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SURMOUNT-MMO 임상 결과를 기다려야 할까.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그보다 빨리 허가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다수 참여한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틸제파티드 임상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틸제파티드의 당뇨병 치료제 허가를 심사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의 주축 임상 SURPASS-1, SURPASS-2에는 한국인이 없지만, SURPASS-3, SURPASS-AP-Combo, SURPASS-CVOT 등의 연구에 한국인이 포함돼 있어 빠른 허가신청이 가능했다.

당뇨병 치료제로서 허가를 획득하면 비만치료제는 적응증 확대 개념으로 신청 가능하다. 적응증 확대 절차에는 한국인 임상 데이터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비만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를 기존 마운자로와 별도의 신약으로 출시하더라도 허가신청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흔들었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삭센다 역시 허가임상에 한국인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허가과정에서 한국인 데이터 부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같은 성분의 빅토자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빅토자는 2010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당뇨병 치료제다.

이미 해당 성분이 국내 시장에서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데이터 없이도 안전성 프로파일을 빅토자와 유사하다고 인정한 것.

다만 삭센다는 미국 2014년 12월, 유럽 2015년 3월에 각각 허가됐지만, 국내 허가는 2017년에야 이뤄졌다. 글로벌 빅마켓과 국내 도입 시기의 차이가 컸다. 결국 국내 허가신청의 조건은 갖춰져 있었지만, 물량 문제 등 회사 내부 문제로 도입 시기가 늦어진 것.

틸제파티드 역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된 뒤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일라이 릴리의 의지 혹은 물량문제 해결에 도입 시기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뉴스>와 만난 제약업계 관계자는 “틸제파티드의 미국 약가를 감안할 때 장기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보다는 비만치료제로서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 다이어트한약 등에 월간 수십만 원을 지불하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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