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①] 서용범 PWC삼일회계 제약바이오 총괄
“회계 이슈 풀어야 기업도 살고 투자자도 살 수 있어”

▲ 서용범 PWC삼일회계법인 제약바이오 총괄 파트너
▲ 서용범 PWC삼일회계법인 제약바이오 총괄 파트너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가 차원에서 성장을 지원받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제약바이오가 최근 몇 년간 재무회계 리스크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이지만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제고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배경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직접적 수혜를 받았던 진단키트 대표주자인 씨젠은 2011년부터 9년에 걸쳐 매출 부풀리기, 전환사채 유동성 미분류, 개발비 과대계상이 문제가 되면서 금융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여기에 국내 제약바이오 양대 산맥으로 불리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분식회계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분식회계 논란이 나올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투자자들의 몫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은 전 세계에서 하위권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세계 경쟁력 순위에서도 2022년 한국의 회계 투명성 부문은 63개국 중 53위에 불과했다.

게다가 최근 제약바이오의 주가도 침체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들을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신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명확한 회계 처리와 내부 회계 통제를 통해 추락한 신뢰도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기획 인터뷰로, 삼일회계법인에서 헬스케어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서용범 파트너를 만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벌어지는 회계 이슈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상·하 편에 걸쳐 들어봤다.

서용범 파트너 회계사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및 동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22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제조서비스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감사, 내부통제 및 재무 자문을 해왔다. 특히 제약바이오 섹터의 리더로서 증권시장에 상장됐거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다수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및 자문을 담당한 바 있다. 현재 회계기준원의 제약바이오 실무작업반에 참가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재무보고에 대한 불확실성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제약바이오 회계 이슈,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약바이오 업종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대표적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분야다.

초기 거액의 연구개발(R&D) 비용과 오랜 연구 기간이 신약이나 제품 출시 등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지만 상업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질 경우, 기업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고 이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점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있는 파이프라인의 가치만으로도 매출 규모나 자산 규모에 비해 상당수 제약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이 크다는 점에 있다.

특히 최근 기술 특례를 통해 제약바이오 많은 기업이 상장되다 보니 빠르게 주식시장에서의 시장 비중이 높아졌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되면서 회계 정보를 이용하는 정보 이용자가 많아졌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의 업력이 사실 다른 업종에 비해 아직 짧고 제약바이오에 대한 전문가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기업에 근무하는 분들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회계 경력이 충분치 않은 데 공시 사항이 많고 복잡성으로 인한 제약바이오 재무 특성상 회계 처리에 미숙한 부분이 있다.

특히 투자로 인한 거액의 현금 지출은 많은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수익이 적은 상황에서 임상 진행 등 복잡한 R&D 절차와 기술이전 계약, 대규모 자금 조달 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회계 오류나 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과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투명한 회계 처리가 무엇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앞서 국내를 대표하는 매출 상위 대형 기업들마저 회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매출액이 소규모로 대다수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투명경영과 관련해 회계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는 회계 기준에 대한 구체적 해석 적용의 논란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계 처리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고민하고 있다.

≫ 중소 제약바이오의 회계 전문 인력 부족 문제, 대안은 있는가?

제약바이오 기업 중엔 신기술을 바탕으로 R&D 투자액은 대규모이면서도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한 소규모 기업이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기업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회계 처리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회계 처리는 어려움에 비해 이를 처리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정부도 이를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 회계기준원은 소규모 상장기업의 한국형 회계기준(K-IFRS) 적용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포럼을 개최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연구를 통해 코스닥 기업들의 애로점을 풀고자 다양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구 결과에 따르면 ▲ 실무해설서를 포함한 모범공시 사례를 제공하고 회계 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등 ’외부자문을 강화하는 방안‘ ▲ 질의회신 제도를 개선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관리종목 지정 등 정책 결정 시 일부 회계 수치의 영향을 제외하는 것을 고려 검토함으로써 ’회계처리 리스크를 감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 소규모 기업 회계 담당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 제공과 실무사례 플랫폼을 구축해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는 방안‘ ▲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과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 중 선택 적용을 허용하거나 특정 기준서 또는 규정에 대해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K-IFRS‘ 외에 다른 기준 적용을 허용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렇듯 정부 당국은 회계 인프라가 부족한 소규모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지원을 분명히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회계 기준의 명확화와 처벌의 엄격화는 뒤따르겠지만 회계 부담 경감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한층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역량을 강화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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