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핵심감사항목 해부(上)
수익 인식의 적정성, 지적 건수 최다…중소제약사 ‘쏠림’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도마 위’…자산화 관행은 ‘여전’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최근 제약바이오기업의 신뢰도에 흠이 가자 투자자들의 눈은 외부 감사자의 보고서로 쏠리고 있다. 심지어 감사의견 자체가 '적정'이라도 감사자가 유독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핵심감사항목을 ’매의 눈‘으로 확인해보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 국내 도입된 핵심감사항목(Key Audit Matters) 제도는 2019년까지 자산 1천억 원 이상의 상장사에 한해서만 적용되다 지난해(2020년 사업보고서)부터 모든 상장사에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핵심감사사항은 감사의 관점에서 다뤄져 이에 대해 별도의 의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회계 리스크 중 가장 중대하고 유의적일 수 있는 검토 사안이라고 풀이하면 된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사 62곳의 2021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외부 회계법인들이 집중적으로 감사한 핵심항목들을 들여다 봤다. 이번 상편에서는 외부 감사자가 바라본 핵심감사항목 가운데 ▲ 매출 시점에 따른 수익 반영의 적정성 ▲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및 손실 처리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외부 회계법인이 최우선 순위로 따져본 건, 기업들의 수익 인식에 대한 적정성이었다. 그 결과 62개사가 보고서상에 기재한 75건의 공시 내용 중 15건이 수익 인식이 정확히 됐는지 명백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전체 공시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개발비의 자산처리 및 손상검토 (12건, 16% 비중) ▲반품 및 환불부채 추정(11건, 14.7%)에 관한 항목이 집중적으로 감사 대상에 올랐다.

또 ▲종속 또는 관계사의 투자주식 평가(9건, 12%) ▲재고자산 평가(7건, 9.3%)에 대한 문제점도 외부 감사인이 집중한 항목들이었다.

이외에도 ▲매출 존재여부 및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4건, 5.3%) ▲영업권 상각(3건, 5%), ▲이연법인세(3건, 4%), ▲금융자산 평가(3건, 4%) ▲판매장려금(1건) ▲분리형 전환사채 평가(1건) ▲건설 중인 자산손상(1건) ▲유형자산 손상(1건) ▲공시식별(1건) ▲비금융자산 평가(1건) ▲사업결합 처리(1건) 등이 소수 의견에 해당하는 항목들이었다.

≫ 수익 인식의 적정성, 대형사보다 중소제약사 ‘집중 검토’

기업별로 보면 경남제약, 경보제약, 고려제약, 대한뉴팜, 비씨월드제약, 서울제약, 씨젠, 안국약품, 일양약품, 한국유니온제약, 한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수익 인식과 관련해 외부 감사 대상에 올랐다. 핵심감사 항목 중 가장 많은 수다.

수익 인식의 적정성이 핵심감사 대상으로 가장 많이 선정된 이유는 계약별 수익을 적정한 기간에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데 기간의 착오나 세금계산서의 누락 등 오류 발생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익 인식에 대한 감사는 대형제약사보다 중소제약사에 쏠려 있었다. 이는 매출 발생과 비용 지출이 신약 개발보다는 내수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소제약사의 특성상 도매상이나 병원, 약국 등 소액 결제가 주로 이뤄지는 만큼 복잡성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유니온제약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수익 인식을 핵심감사 내용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회사의 제품 및 상품 매출은 고객에게 권리 통제가 이전되는 시점에서 인식되어야 한다”며 “영업 판매대행을 하는 도매상과의 거래 비중이 높아 도매상을 통한 매출 기간 귀속의 정확성과 실재성 검토를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경보제약의 감사자인 한영회계법인도 “이 회사의 당기 국외 매출액이 570억 원으로 총매출의 33%를 차지하고 있다”며 “고객과의 계약 및 수출조건에 따라 다양한 수행의무가 존재하고 각 재화나 용역의 통제의 이전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수익인식 시점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판단의 오류나 고의에 따른 수익의 과대계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국외 매출과 관련한 수익의 발생 사실을 핵심항목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 2018년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도마 위’…자산화 관행은 ‘여전’

개발비 자산화 및 손상평가(손실을 평가하는 일)에 대해서는 CMG제약, JW중외제약, 대화제약, 메디톡스, 부광약품, 삼천당제약, 셀트리온, 일동제약, 차바이오텍 등이 지명됐다.

개발비 이슈는 지난 2018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R&D) 회계 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이 임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무형자산(일부 유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경우 비용이 줄어들어 당기의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즉시 비용처리 하지 않고 자산화된 개발비는 일반적으로 10년에서 15년에 걸쳐 매년 장부에 반영한다. 장기간에 걸쳐 손실이 나눠 반영된다는 의미다. 다만, 임상 실패 등 무형자산으로의 가치가 상실될 경우 전액 당기 손실로 손상 처리해야 한다.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공시 모범사례를 통해 연구개발비에 대한 공시를 표준 규격화한 상황이다.

최근에도 논란이 있었다. 씨젠이 지난 2011년부터 7년간 개발비를 과대 계상한 것이 드러난 것.

회사는 이 기간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자산 인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진단 시약 등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인 개발비로 계상한 것이 지난해 발각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메디코파마뉴스>가 개발비에 대해 핵심감사항목으로 지목된 곳들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투자액 중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 개발비를 분석한 결과, 각사별 R&D 총 투자액 중 평균 20.6%가 비용처리 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별로 보면 셀트리온이 작년 4,304억 원을 투자해 63.25% 비중인 2조7,220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삼천당제약(무형자산 처리 142억 원, 비중 30.49%), 대화제약(41억 원, 29.5%), CMG제약(11억 원, 15.88%), 메디톡스(33억 원, 12.45%), 차바이오텍(12억 원, 7.83%), JW중외제약(37억 원, 7.31%), 일동제약(25억 원, 2.32%) 등이 R&D 투자액 중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해 장부에 올렸다.

개발비에 대해 핵심감사로 지적된 사례로 차바이오텍을 말할 수 있다. 이 회사를 감사한 이정회계법인은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으로 127억 원의 내부창출 개발비가 있어 중요한 금액으로 판정했다‘면서도 ”문제는 내부창출 개발비는 경영진의 가정에 기반하는 유의적인 판단이 반영되는 만큼 개발비의 자산화와 손상평가를 핵심감사 사항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정회계법인은 동일한 이유로 계열사인 CMG제약의 개발비 108억 원에도 주목했다.

이렇게 무형자산으로 처리된 개발비는 셀트리온이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1조1,929억 원에 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압도적인 규모를 드러냈다.

셀트리온을 감사한 한영회계법인은 ”개발비의 인식 여부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미래경제적 효익 등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며, 개발비 손상 평가시에는 미래의 현금 흐름 예측 등 경영진의 추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경영진의 판단과 추정에는 과정의 복잡성, 경영진의 주관적 판단의 개입 등으로 인한 오류가능성이 존재해 당기손익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에 핵심감사 항목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하편을 통해 외부 감사자가 ▲반품조건의 판매 여부(환불 부채)에 따른 매출 인식 ▲재고자산 평가의 투명성과 관련해 핵심감사항목으로 지목한 기업 리스트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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