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반발에 경직된 업계…허용 품목 미확정도 부담 작용한 듯
편의점 상비약 판매 매출 효과 '글쎄'…“화상투약기도 비슷할 듯”
"비대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약사 반대에도 도입될 것”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조건부 승인으로 정부와 약사회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제약업계는 평온한 모습이다. 화상투약기를 통해 공급하게 될 품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데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매출 증가에 큰 영향이 없었던 만큼 화상투약기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20일 제22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화상투약기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일부 약국에 한해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방식의 조건부 승인이다.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서울 소재의 10개 약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이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전국에서 최대 1,000개의 약국에 화상투약기를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판매 가능 일반의약품 범위는 11개 효능군이 유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범위와 고용 관계 등의 조건을 전제로 승인했는데 이에 대해 실증특례 기업 측은 세부 품목과 품목 수를 신청 약사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제약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제약업계는 조용한 분위기다.

제약업계는 화상투약기를 통해 공급하게 될 품목들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하며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상투약기 도입 문제는 약사회와 정부 간의 일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바가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든 자판기로 팔든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실 크게 와닿지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이후 일반의약품 매출 증가가 미미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화상투약기를 통한 의약품 판매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현재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며 “화상투약기를 통해 의약품을 판다고 하더라도 접근성 때문에 약간의 수요가 늘 수는 있지만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 시장을 위해 제약사들이 먼저 나서서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큰 부담”이라며 “화상 투약기가 확대되고 고도화 되면 직접 마케팅을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행 자체부터 정부와 약사회의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돌아가는 분위기를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사업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약사사회에서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비대면 문화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약사 직능을 떠나 모든 산업과 분야에 도입되면서 이제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과거 편의점 상비약 판매 도입 당시에도 약사사회에서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도는 시행됐고 시장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전례가 있는 만큼 약사회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보다 실익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을 주도해 정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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