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사 주총 의결권 행사…10곳 중 9곳에서 ‘반대’
기업 평판 타격 및 경영권 간섭 목소리도…‘양날의 검’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제약사들의 2021년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가 마무리된 가운데 국내 지분시장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강화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한 대부분의 주총장에서 단 한 개의 안건이라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나친 의결권 행사가 경영권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총에서 국민연금 측이 행사한 의결권 행사 현황을 검토한 결과, 의결권을 행사한 조사대상 47곳 중 41곳에서 안건(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한도, 이사선임, 정관변경 등)에 따라 반대표가 나온 것이 확인됐다.

이는 단 6개 기업의 주총에서만 국민연금 측의 반대 이의 없이 순조롭게 통과됐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이 직접지분을 투자하지는 않고 있지만 위탁한 운용사별로 반대의견을 행사한 곳을 포함했다.

≫ 국민연금, 제약사 47곳에서 주총 의결권 행사…41곳에서 반대 나와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확인된 제약사(바이오, 지주사 포함)는 약 47곳이다.

이 중 국민연금 측이 주총장에서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곳은 단 6곳뿐이었다. 여기에는 동아에스티,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보령제약, 일양약품, 환인제약, 하나제약으로 확인됐다.

주총에 올라온 안건들이 국민연금 측이 보기엔 흠잡을 게 없었다는 의미다.

특히 동아에스티는 국민연금이 8% 이상 보유하면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어 ‘매의 눈’으로 살펴본 곳이라는 점에서 주총에서의 모든 의안들이 무리가 없었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연금 측은 41곳에서 주총 의안별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 배당과다·정관변경·이사선임 반대 등…“지나친 의결권 행사, 경영간섭 우려”

국민연금은 제약사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감사보수한도, 이사선임 등 주요 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우선 재무제표 승인을 반대한 곳에는 부광약품, JW중외제약, 대한약품이 해당됐다. 이들은 주로 과다배당이라고 판단된 곳들이다.

즉, 배당금 지급수준이 회사의 이익 규모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광약품의 경우 주당 100원을 현금 배당했는데 지난해 당기순이익 38억 원보다 30억 원이 많은 68억 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국민연금 측이 정관 변경을 반대한 곳도 다수 나왔다. 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 한독, 종근당홀딩스, 올릭스, SK케미칼, SD바이오센서,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GC셀, GC녹십자, 녹십자홀딩스 등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정관상 서면투표제를 폐지하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정관에 넣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주주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에 의해서만, 투표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SD바이오센서에 대해서는 이사 책임감경 조항 도입 및 전환사채 발행한도 상향으로 주주의 권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감사보수한도액 승인과 관련해서는 에스티팜이 위탁운용사로부터 일부 반대표를 받았고, 서흥도 서흥과 서흥헬스케어로의 물적 분할계획서 승인에 대해 일부 반대표를 받았다.

또 국민연금이 이사선임 또는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반대표를 던진 곳도 많았다. 여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진제약, 한미약품, LG화학, 휴온스, 일동제약, 에스티팜, SK바이오팜, 한미사이언스, 대웅, 한올바이오파마, SD바이오센서 등이 해당됐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자사주식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대외적인 신뢰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연금의 지난친 의결권 행사가 회사 경영권에 대한 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만큼 이는 양날의 검을 든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확인된 제약바이오기업은 약 47곳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중 이사 보수 한도와 관련해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외 18개사 등에서 반대표가 나왔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