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료계 모두 만족할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 ‘시급’
韓, 코로나 예산 G20 중 11번째…비교대상인 일본의 절반 수준
“사회 거리두기 강화 + 실효성 있는 손실보상금 지원이 최선책”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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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역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사회가 분열되고 있다. 방역을 강화하면 자영업자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완화하면 의료계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원성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자영업자와 의료계가 모두 만족하면서 이 위기를 타개할 만한 방안은 뭐가 있을까.

2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감염학 전문가들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을 알아봤다.

먼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손실보상금을 지원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자영업자 지원, G20 주요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방역대책을 언급할 때 항상 우리와 비교대상에 오르는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손실보상금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지원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20개국(G20)의 코로나 예산 규모와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번째로 중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DP 대비 재정 지출 비율은 5조3,280억 달러를 사용한 미국이 25.5%로 가장 높았다. 영국 19.3%(5,220억 달러), 호주 18.4%(2,500억 달러), 일본 16.7%(8,440억 달러), 캐나다 15.9%(2,620억 달러), 독일 15.4%(5,890억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6.4%(1,050억 달러)로, G20 국가 가운데 11번째였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포함한 비의료 분야에 사용된 금액도 국가별 비중은 비슷했다.

4조6,410억 달러를 지출한 미국이 GDP 대비 22.2%로 가장 높았으며, 호주 17.4%(2,360억 원), 일본 14.6%(7,390억 달러), 영국 14.4%(3,910억 달러) 순이었다. 930억 달러를 비의료 분야에 지원한 우리나라는 GDP 대비 5.7%로, G20국 가운데 11번째 수준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중간 수준을 유지해 세계에서 가장 적게 지원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우리가 비교했던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지출이 한참 적은 편인 것.

그렇다면 비의료 분야 지출 상위 10개국은 그 예산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이들 국가는 기업에 대한 대출과 납세 기한 연장, 직접적인 현금 지원, 가계를 위한 임시 정책을 가장 흔하게 사용했다.

미국은 500인 미만의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자영업자 등에 대해 최대 1,000만 달러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급여보호 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 PPP) 운영으로 소규모 기업의 고용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융자금을 지급 받은 후 기업이 8주 이내에 임금 등의 인건비성 경비나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사용할 경우 융자금을 면제(forgiven)까지 해줘 사실상 재정적 지원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지원금으로도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이자 면제(SBA Disaster Loan)나 긴급 보조금(Economic Injury Disater Loans, EIDL), 기타 재정 지원(독립영화관 및 문화기관, 운송서비스 제공업체, 식음료점에 대한 보조금 제공) 등으로 1,747억5,000만 달러(한화 약 206조1,525억 7,500만 원)를 지출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소득 지원제도로 월평균 이윤의 80%를 3개월 단위로 지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섯 차례에 걸쳐 지급된 재난지원금 중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이 지급된 것은 총 두 차례로 모두 25조6,000억 원의 재원이 사용됐다.

제2차·제3차·제4차의 경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대한 맞춤형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는데, 그 규모는 24조2,999억 원이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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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코로나에도 매출 ‘반토막’…‘거리두기 강화+손실보상금 확대’ 시급

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손실보상금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1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경제적 약자 구제에도 느리고 규모도 적은 편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도하는 현재의 과정에서는 생물학적 약자 보호도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은 최소 3~4년의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의료비 지원을 늘리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시에 완화한다면 이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방역을 강화하는 대신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손실보상을 충분히 한다면 누구나 다 만족하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장사가 안 되는 곳은 안 됐다. 경쟁력에서 밀린 자영업자 모두 100% 구제하기는 어렵다. 영국의 경우 80%까지 보전을 해줬던 만큼 그 정도 수준만 유지해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 이후 문제는 전 국민 모두 피해를 나눠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월 한 달 동안 이미 수백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만 펴다가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생물학적 약자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이후 매출이 급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11월 초에는 살짝 반등했으나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11월 말에는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할만한 대책은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현실에 맞는 손실보상금을 책정 방법 밖에는 없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보다 좀 더 안정화되면 사적 모임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추후 상황이 진정된다면 사적 모임에 대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성인 기준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은 만큼 백신 접종 완료자들은 인원 제한 없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원수 제한으로 인해 식당과 같은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정 교수는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스포츠를 관람할 때도 인원수 제한이 있다”며 “이미 백신을 3차까지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인원수를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같은 규제 완화를 당장 시행하기에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며 “위험한 시기를 넘긴 이후 좀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때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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