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10년치 건강보험 보장률 통계 해부
이명박 후보, 희귀질환 집중했지만 건보 보장률은 ‘역주행’
박근혜 후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등 68% 목표 ‘실패’
문재인 후보, 전면 급여화 외쳤지만 임기 내 70% 달성 '글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노무현 정부 이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건강보험 보장률 향상은 대선주자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내년 3월 치러질 예정인 제20대 대통령 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 역시 이미 큼직한 보건의료 공약을 내놨다.

그렇다면 역대 대선주자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공약 달성률은 어느정도일까.

14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하는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의 10년치 자료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공약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임기 내 목표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장성 강화 정책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2005~2008)이 발표되면서 시작했다.

이 계획은 고액 중증질환의 부담을 줄이는데 방점을 뒀는데,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 지표를 처음으로 공식화하고 이를 2013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매년 실태조사를 거쳐 발표된다. 나머지는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로 모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때만 하더라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해당 계획을 발표했던 2005년에는 61.8%에 불과했던 보장률을 2007년 65.0%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08~2019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08~2019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李, 보편 대신 선별 선택했지만 보장률은 ‘역행’

이후 취임한 이명박 정부는 후보 시절 저소득층 및 중증질환 등 사각지대 없는 건강보험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4대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 등에 집중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2%로 급락했다. 이후 2009년 64%로 반짝 상승했지만 2010년 62.7%에 이어 2011년 62%까지 하락한 것.

특히, 당시 조사에서는 기존에 건강보험 보장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신출산진료비,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등의 보장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지표도 내놨지만 보장률은 1% 끌어올린 63%에 불과했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12년에는 오히려 0.5% 하락한 62.5%에 그쳤는데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른바 4대 중증질환인 암·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질환의 경우도 제자리걸음이었다.

2010년 76.0%였던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2011년에도 76.1%로 별 차이가 없었으며, 2012년에는 77.8%로 전년 대비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 朴, 4대 중증질환 급여화 등 건보 보장률 80% 공약 내걸었지만 ‘미완성’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회원국 평균인 80% 수준까지 확대하고,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100% 보장(비급여 항목 제외)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도 점진적으로 건강보험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던 2013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후 2014년 63.2%, 2015년 63.4%, 2016년 62.6%를 기록하면서 등락을 반복했다.

반면, 4대 중증질환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77.5%, 77.7%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2012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4대 중증질환 급여 확대와 3대 비급여 개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그 해 79.9%로 2.2% 상승했으며, 2016년에는 80.3%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2016년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환자들의 보장률은 57.4%로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4대 중증질환이 아닌 치매 등 다른 중증환자들은 여전히 치료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며 가계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文, ‘비급여 전면 급여화’ 보장률 70% 목표했으나…2019년 64.2%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한층 더 강화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놨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분야를 전면 급여화 하겠다는 것이었다. 고가 검사비, 신약, 신의료기술 등 비급여 품목을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해 본인 부담금 100만 원으로 전 소속 계층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을 발표하며 2023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 급여화는 이미 완료했으며, MRI・초음파 등 의학적 필요성이 큰 비급여 항목들은 단계적 급여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보장률은 62.7%로 전년대비 0.1% 증가했다. 2018년에는 63.8%로 늘었으며, 2019년에는 64.2%로 매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중증질환에 집중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81.7%로 전년대비 1.4% 증가했으나, 이를 제외한 질환의 보장률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문제가 된 것.

실제로 2017년,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보장률은 57.1%에 불과해 질환 간 ‘보장률의 불평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증·고액진료비 질환을 제외한 총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이후 꾸준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미치는 성적이었다. 보장률에 포함되는 항목 중 사실상 치료와 무관한 ‘제증명 수수료’ 비용을 제외한 치료적 성격을 중심으로 한 보장률은 2019년 64.3%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목표했던 2023년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처럼 역대 대선 후보들은 보건의료 주요 공약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걸었지만 목표치를 현실보다 한참 높게 잡으면서 실제 공약을 끝까지 이행한 정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4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은 공적 보험이지만 최근 수년 간 특정 분야의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그 외 증중환자나 경증질환 환자들이 소외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차기 대선 후보들은 건강보험을 보편성에 초점을 맞춰 좀 더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