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약바이오 13조 ‘증발’…코스닥 제약주 1년만 최대 낙폭
美 머크 코로나 약 개발소식에 백신주 ‘급락’...수혜주 찾기 분주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속 10월 하방압력 관측…美 노동지표 ‘주목’

이번 주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승 모멘텀의 부재로 인해 박스권 내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중국 헝다그룹이 불러온 유동성 위기 논란과 더불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물가 상승론 언급까지 겹치면서 美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에 글로벌 증시는 기술주들이 동반 급락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경기 둔화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역시 대출 규제와 신용융자 거래 한도 제한으로 인해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기술주이면서 유동성 영향을 크게 받는 코스닥 제약지수가 7% 이상 큰 폭의 하락을 맞았다.

문제는 이번 주에도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상 반등을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 완화가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금리와 경제 상황을 볼 때 이 실타래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를 압박한 ‘가을 경계론’도 주의 대상 중 하나다. 이는 통상 미국과 국내 증시가 연중 9월과 10월에 부진했던 데다 현재 높은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조정 양상이 나올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경제지 바론즈(Barron's)는 최근 미국 증시가 9월 하락에 이어 10월에도 하방 압력이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시황으로 좁혀 보면 최근 마무리된 글로벌 학회 이후의 증시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와 유럽당뇨학회(EASD) 등에 참가해 각사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획기적인 데이터 보다는 ‘개발 순항’에 초점이 맞춰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만큼 향후 시간차를 두고 이들이 상승 재료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국에서 머크(MSD)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가 중증 환자의 입원 및 사망률을 50% 감소시켰다는 결과가 알려지면서 백신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백신 테마주보다는 치료제 관련주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주목할 증시 이벤트로는 오는 8일 발표될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다. 만약 전월과 비교해 신규 고용률이 제로에 가깝거나 오름폭이 적을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 역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증시는 상승장에 무게추가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주간 증시 리뷰

지난주 국내 증시는 국내·외 기술주들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하락장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3.39% 떨어지면서 내림세가 이어졌고 코스닥은 5.19% 하락해 직격타를 맞았다.

국내 제약바이오주도 대다수 종목의 약세가 이어졌다.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5.83% 급락했다. 특히 제약지수는 7.66%나 폭락했다. 제약지수가 7%나 떨어진 경우는 주간 단위로 보면 올 들어 처음있는 일로, 지난해 9월 넷째 주(10.19%↓) 급락 이후 1년 만이다.

시가총액도 의약품지수(45종목)에서 9조1,720억 원, 제약지수(108종목)에서 4조700억 원 규모가 빠져 나갔다. 제약바이오 전체로 보면 한 주간 13조2,420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종목별로 보면 재료를 바탕으로 한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소수 종목에서만 단기적 상승세가 나타났다.

가장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은 국전약품이다. 이 회사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와 차세대 리튬이온전지용 불연성 첨가제 후보물질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32.18% 상승했다. 9월 들어 국전약품의 주가는 8,020원부터 오르기 시작, 지난 1일 1만9,100원으로 2배 뛴 상태다.

국전약품은 현재 정부지원을 받아 나파모스타트와 니클로사마이드를 복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비임상실험을 수행 중으로 공결정 복합 치료제로 개발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경동제약은 캐나다 리바이브 테라퓨틱스가 약물재창출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진행 중인 ‘부시라민’의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11.27% 오르는 강세를 연출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부시라민에 대한 원료 수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반면, 부광약품은 그동안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해왔던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에 대한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30.56% 급락했다. 회사는 레보비르가 임상 2상 연구인 CLV-203에서 위약 대비 치료 효과가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수급과 관련해서는 개인은 매수,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로 대응했다. 지난주, 개인은 거래소에서 2조800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기관은 1조5,600억 원, 외국인은 5,800억 원 규모를 매도했다.

코스피 의약품 업종에서도 개인은 3,980억 원을 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40억 원, 2,900억 원을 매도했다.

≫ 이번주 주목 기업

최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로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머크(MSD) 관련주에 관심이 쏠린다.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중간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중증 악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약 50%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사용승인 신청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으로 언급되고 있는 HK이노엔,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GC녹십자랩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HK이노엔은 현재 머크와 백신 7종에 대해 공동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정부 주도로 국내에 선구매 분이 유입될 경우 유통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 9월 머크와 490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던 전력에 의해 관련주로 인식되고 있다.

녹십자와 녹십자랩셀은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최근 머크와 NK세포 치료법에 대한 독점 협력과 고형암종을 타깃으로 한 18억6,600만 달러(약 2조86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3자 간 협력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 글로벌 증시 동향

지난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종은 유동성 논란과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시판 임박 소식에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1.36% 하락했으며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도 5.61% 크게 떨어졌다. 특히 유동성 축소의 영향권에 있는 기술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내려앉았다. 글로벌 대형 제약주 역시 전반적으로 뉴욕증시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다만 먹는 코로나 약의 연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에 머크는 주간 10.58% 급등에 성공했다. 애브비와 로슈도 각각 1.89%, 1.39% 올라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주간 3.69% 하락했으며 바이오젠(2.66%↓), 존슨앤존슨(2.37%↓), 화이자(2.3%↓), BMS(1.2%↓), 노바티스(1.11%↓) 등이 하락장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신 관련 바이오주는 직격타를 맞았다. 대표적으로 모더나는 20.7% 급락했으며 바이오엔테크도 23.6% 주가가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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