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상반기 제약기업 외상매출 해부 (下)
3곳 중 2곳 대손충당금 늘어…작년 말 대비 2백억 증가
중소제약사, 대형사比 채무불이행 리스크 ‘취약점’ 노출
대손충당금 비율↑ = 영업실적↓…수익성 직격타 현실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사들의 못받은 외상값 규모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파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대손충당금의 규모가 하반기 영업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6곳의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매출채권(외상값) 현황과 대손충당금 규모를 들여다 봤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 떠안고 있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를 기업이 미리 장부에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 외상값 증가에 대손충당금도 늘어나…작년 말 대비 204억 원 증가

올해 상반기 56곳의 제약사가 떠안은 외상값(매출채권) 규모는 6조4,567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024억 원이 증가한 수치로 전체 56곳 중 35곳의 외상값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외상값이 증가한 만큼 못 받을 수도 있는 돈, 즉 대손충당금 역시 늘어났다는 점이다. 56곳의 기업이 장부에 기록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2,889억 원(누계)으로 지난해 말보다 204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손충당금이 전체 외상값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업 평균이었던 8.32%보다 0.17% 줄어들었다. 외상값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곳은 56곳 중 21곳에 불과했다. 3곳 중 2곳은 대손충당금을 늘려 잡은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으로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돈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아둔 곳은 JW중외제약이었다. 다만 이 회사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장부에 478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메디톡스(335억 원), 신풍제약(128억 원), 안국약품(111억 원), 차바이오텍(105억 원) 등의 누적 대손충당금 규모가 100억 원을 웃돈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외상값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회사별 셈법(대손율 추정)에 따라 큰 격차를 드러냈다. 본지가 조사한 56곳 제약사의 평균 대손충당금 비율은 8.15%로 집계됐지만, 일부는 이 비율을 외상값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보수적이게 잡았던 하면, 어떤 곳은 단 1%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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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주요 상장제약사 2021년 상반기 56곳 매출채권 및 대손충당금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반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주요 상장제약사 2021년 상반기 56곳 매출채권 및 대손충당금 일부 캡처(자료 출처: 각사 반기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같은 상황, 다른 실적…대손충당금, 중소제약사 수익성 ‘발목’

흥미로운 점은 대손충당금의 비율이 같더라도 기업의 외형 규모에 따라 영업실적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반기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대형사의 경우 대손충당금 비율이 10%를 웃돌아도 영업이익이 개선된 반면 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사들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상대적으로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더 큰 불안요소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형 제약사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10% 이상 쌓아놓은 5곳(휴젤,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일양약품, 차바이오텍) 모두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개선됐거나 흑자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소 제약사 12곳(메디톡스, 삼성제약, 팜젠사이언스, 명문제약, 화일약품, 유유제약, 동구바이오제약, 국제약품, 신풍제약, 동성제약, 대화제약, 안국약품) 가운데 메디톡스와 명문제약 2곳을 제외하고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였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올 하반기 대손충당금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의 영업실적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 중소제약사, ‘대손충당금 비율↑ = 영업실적↓’ 공식 그대로

기업별로 보면 대손충당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디톡스였다. 이 회사는 700억 원의 매출채권 중 절반(48%)에 육박하는 335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회사가 외상값의 절반은 못 받을 각오를 이미 하고 있던 셈이다.

메디톡스의 경우 거래 상대의 문제보다는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 등으로부터 주력 제품 일부에 대한 회수 폐기 명령 행정처분에 따라 기판매 제품에 대한 충당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19년 대손상각비(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비용으로 잡아 놓은 금액)로 115억 원, 2020년에도 144억 원을 장부에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23억 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만기 경과 후 1년을 초과한 324억 원의 외상값(46%비중)에 대해 대부분 비용처리 한 것.

이어 삼성제약(대손충당금 비율 35%, 대손충당금 84억원), 팜젠사이언스(27%, 72억원), 명문제약(25%, 91억원), 안국약품(23%, 111억원), 화일약품(21%, 73억원), 유유제약(15%, 33억원), 동구바이오제약(15%, 29억원), 신풍제약(14%, 128억원), 일양약품(12%, 74억원), 차바이오텍(11%, 105억원), 대화제약(11%, 21억원) 등 16곳이 10% 이상 대손충당금을 설정해놨다.

대손충당금 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일부 중소 제약사의 경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제약, 팜젠사이언스, 안국약품 등은 올해 영업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또 화일약품, 유유제약, 신풍제약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 앉았다.

≫ 악재 미리 털어낸 곳도…코로나 장기화, 실적 변수 ‘최소화’ 시도

실적 개선이 진행중이던 대형 제약사들은 미리 대손충당금을 털어내고 가는 모습이다. 향후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일찌감치 밑그림을 그려 놓은 셈이다.

대표적으로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이 가장 많이 늘어났던 JW중외제약은 올해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 약 100억 원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고 1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JW중외제약의 턴어라운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영업 적자를 냈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1분기 10%의 매출 성장과 함께 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 미리 60억 원 규모의 대손상각을 반영하면서 하반기 외상매출 관리에 대한 부담을 지워 버렸다.

유한양행도 대손충당금의 비율을 지난해보다 0.8% 높여놓고 일찌감치 악재를 털고 가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분기 3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뒤부터는 매 분기 합격점을 받아들고 있다. 올 2분기에는 외형이 전년대비 4.3% 성장했으며 이 기간 영업이익은 234억 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이 13억 원을 대손상각 손실로 잡아놨으며, 녹십자(대손 증가액 12억원), 씨젠(11억원), 동성제약(8억원), 대웅제약(8억원), 삼성제약(7억원), 현대약품(7억원), 제일약품(6원), 부광약품(6억원), 동구바이오제약(6억원) 등이 상반기 5억 원 이상 규모의 비용을 반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손충당금을 재조정해 영업 적자를 가까스로 피해간 곳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명문제약의 경우 지난해 말에 반영했던 117억 원의 대손충당금 가운데 이 중 올해 26억 원을 환입 처리하면서 이익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에만 해도 적자였던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18억 원 흑자로 돌아선 배경에 환입액이 자리하고 있던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향후 채무불이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분위기”라며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당장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실적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미리 높게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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