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SK바사·녹십자 주가 4% 이상 하락…증발 시총만 4조6000억
대외적 변수 및 백신기업 CEO 코로나19 종식 전망에 ‘투심 악화’
수익성, 곧 시간과 직결…“가시적 성과 있어야 분위기 전환 가능”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테마주로 꼽히는 대형 업체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mRNA 백신 개발사 CEO들의 1년 내 일상 복귀 예측 발언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중국 경기 불확실성 등 외부 변수가 맞물리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급격하게 몸집을 키워 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의 주가가 지난 28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제약바이오 섹터를 비롯해 시장 전반이 큰 폭의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이들의 하락세는 유독 두드러졌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5.33% 하락(92만 원→87만1,000원)하며 하루 만에 3조3,744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 지난달 4일부터 꾸준히 지켜왔던 60조 원(57조4,974억 원) 벽이 무너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이 회사의 주가는 4.42%(28만3,000원→27만5,000원) 떨어지며 9,526억 원이 한 번에 날아갔다. 지난달 19일 25조6,658억 원(8.19 종가 기준/33만5,500원)까지 치솟았던 시총은 이제 20조 원(20조6,933억 원) 사수도 불투명해 졌다.

GC녹십자도 이날 6.65%가 하락(353,500원→330,000)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유지해 왔던 4조 원 시총이 붕괴됐다. 올해 초(1.26) 50만 5,0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며 시총 6조 원 돌파를 가시권에 뒀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처럼 이들 기업의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것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압박 증가와 중국 경기 불확실성 확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난항 등 대외 경제 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최고경영자(CEO)와 모더나 스테판 방셀(Stephane Bancel) CEO가 앞으로 1년 내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것이란 예측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하락세를 부채질 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백신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기류가 대외 변수와 유력 백신 개발업체의 전망을 계기로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관련 주요 업체들이 현 주가를 지탱할 만한 결과물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의 시선도 조금씩 차가워 지고 있다.

글로벌 독립투자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전 세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시장 규모는 올해 670억 달러(9.28 환율 기준/79조4,955억 원)로 정점을 찍고, 내년 610억 달러(72조3,765억 원), 2023년에는 최저 5억 달러(5,933억 원)에서 80억 달러(9조4,920억 원)까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성과의 시계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시장은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이자의 경우 지식 재산권과 생산 기술 이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인 데다 모더나 역시 생산량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위탁생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 성과를 내려는 국내 업체들이 개발도상국에 공급라인이 있는 백신 개발사와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기회를 잡더라도 현재 mRNA 백신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에는 약간의 마진만 붙여 물량을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얼마나 많은 수주 물량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실적 규모를 판가름 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대외 경제 변수와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개발사 CEO의 향후 전망으로 국내 관련 업체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는 모양새”라며 “고점 대비 상당한 조정을 받은 상태이기는 하나 올해 하반기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반등보다는 하락 추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