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확보 잰걸음…2023년까지 신약 1상 계획만 9건
주요 계열사 분사 5년…기업가치 극대화 방안 마련 모색
2~3년 내 가시적 성과 윤곽 나올 듯…시장 반응도 ‘긍정적’

일동제약 본사 전경(제공: 일동제약)
▲ 사진=일동제약 본사 전경(제공: 일동제약)

일동그룹이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지난 몇 년간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이 회사가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약 개발을 비롯해 계열사 기업공개 준비까지 돌입한 만큼 향후 2~3년 안에 체질 개선의 성과가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7일 일동홀딩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계열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일부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도하기로 했다. 매각 규모는 총 발행 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160만주로 약 200억 원 상당이다.

회사 측은 이번 매각 대금을 계열사 운영 및 사업 추진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3년에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움직임은 계열사의 행보에도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올해 초 일동제약은 창사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도 수년 간 지속하고 있다. 2019년 436억 원이었던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602억 원으로 38%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415억 원을 집행하면서 갈수록 그 규모를 키워가는 분위기다.

그룹 차원에서 눈에 띄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일동홀딩스의 자회사인 아이디언스는 이달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학술대회에서 자체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개발명: IDX-1197)’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전이가 있는 BRCA 변이 유방암 환자에게 베나다파립을 투여한 결과, 기존 PARP 저해제의 주요 부작용인 중증(Grade3)에 해당하는 오심, 피로, 식욕저하 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베나다파립 투여 환자 10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80%로 나타나는 등 유효성 측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현재 베나다파립은 상동 재조합 복구 돌연변이를 가진 국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및 내약성, 유효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1b/2a 임상(프로젝트명: VASTUS)을 진행 중이다.

올해 6월부터는 작년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은 글로벌 임상 1상 피험자 모집에도 돌입한 상태다.

신약개발 성과는 또 있다. 일동제약이 지난 2013년 개발에 나선 이후 소식이 없었던 제2형 당뇨병 치료제(GPR40) ‘IDG16177’도 6월 독일에서 임상 1상 승인 받고, 최근(8월) 본격적인 투약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추가적인 임상 계획도 예고돼 있다.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NASH) ‘ID119031166’은 올해 하반기, 소화성궤양 치료제(P-CAB) ‘ID12004’, 제2형 당뇨병 치료제(GLP-1R) ‘ID11052’는 연내 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내년 상반기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내년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5’,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IDB0062’,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및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ID119010023’, 2023년에는 녹내장 치료제 ‘ID11901’, 면역항암제 ‘ID11902’까지 임상 1상 IND가 예고돼 있다.

만약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회사는 2023년까지 총 9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1상 IND 신청이 가능해진다. 일동그룹이 지난 수 년간 보여준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올 들어 확실히 탄력이 붙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1,000억 원 중 약 260억 원을 올해 상반기에만 신약 파이프라인 R&D에 집행할 정도로 회사의 신약 개발 의지도 확고하다. 과거처럼 신약 R&D 일정이 기약없이 늘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인 것이다.

시장에서도 일동그룹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작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지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

일동제약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신약 개발에 역점을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R&D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며 올해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 역시 지속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며 “또 기술수출의 성과를 끌어 올리기 위해 독일에서 임상을 진행한 IDG16177처럼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도 초기 임상부터 해외에서 추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도 분사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면서 “사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른 회사의 경우 IPO 등 기업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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