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릭스, 이달 초 식약처 허가 획득… “국내 론칭 내년 상반기 목표”
기존 대상포진 백신, 점유율 내어주나…싱그릭스 공급량 따라 달라질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SK의 싱그릭스가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백신 대비 높은 효과와 안전성으로 국내 의료진에게도 기대를 모았던 만큼 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미국·유럽에서 수요 급증으로 물량 부족 사태를 겪었던 만큼 국내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의 시판허가를 승인했다. 대상 환자는 50세 이상의 성인 또는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제로 인해 대상포진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8세 이상 성인이다.

이로써 싱그릭스는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에 이어 3번째로 국내에 허가된 대상포진 백신이 됐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면서 발생한다. 싱그릭스는 수두바이러스의 단백질 성분과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가 결합된 재조합 불활화 사백신이다. 기존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생백신이었다.

싱그릭스의 허가는 ZOE-50과 ZOE-70, 두 가지 임상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50세 이상 1만5,000여명이 참여한 ZOE-50 연구는 싱그릭스군과 위약군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했다. 3년여의 추적관찰 결과 싱그릭스군은 6명, 위약군은 210명에게 대상포진이 발생했다. 예방률로 따지면 97.2%다.

70세 이상 1만3,900명이 참여한 ZOE-70 임상에서도 3.7년 추적관찰 결과 싱그릭스군에서 대상포진 발생 환자는 23명, 위약군에서는 223명으로 89.8%의 예방률을 보였다.

앞선 대상포진 백신의 효과를 크게 개선한 결과다.

조스타박스는 50대를 대상으로 한 ZEST 임상에서 70%, SPS 임상에서 60대 64%, 70대 41%, 80대 이상 18%로 나타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조스타박스와의 비교임상을 통해 면역원성이 열등하지 않다는 결과만으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약이다. 때문에 현재로선 공개된 예방률이 없다.

싱그릭스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미국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싱그릭스의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시장을 장악했다는 표현보다 경쟁제품을 시장에서 지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치다.

문제는 공급이다. 이 백신은 2017년 미국 시장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것.

2019년에는 중국 허가까지 획득하면서 물량 부족으로 인한 국내 도입 시기가 더 늦춰졌다. 싱그릭스가 출시되더라도 국내에 공급될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한국GSK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계속해서 싱그릭스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라며 “국내 허가를 획득한 것은 국내에 공급될 물량이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이다. 한 번에 들여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물량을 늘려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그릭스 가격 책정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백신의 경우 국가마다 상황이 달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2회 접종하는 백신이기 때문에 기존 백신보다는 비용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정책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론칭 시기가 돼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해외의 사례로 봤을 때 싱그릭스가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에 출시되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19년 900억 원 규모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7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가 올 상반기 200억 원대까지 축소됐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일시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싱그릭스의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물량만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 백신들이 앞으로 연간 수백억에 달하는 매출을 어떤 방식으로 방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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