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및 제약지수 기업, 공매도 ‘잔고액’ 30%, 83% 증가
1000% 이상 급증 7곳…신풍제약, 60→1031억 증가 ‘주의’
예상 넘어선 공세…당분간 관심권 벗어나기 쉽지 않을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가 당초 예상대로 공매도 재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모양새다. 불과 한 달 만에 상당수 업체의 공매도 잔고액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질 만한 이슈가 이들 기업의 주가에 여전히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당분간 제약바이오 섹터가 공매도 세력의 관심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이슈를 등에 업고 역사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는데, 공매도 잔고액 증감 추이를 보면 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디코파마>가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 포함된 제약바이오기업 45곳의 공매도 잔고액을 분석한 결과, 4월 30일 1조 2,711억 원에서 지난달 말(5월 31일) 1조 6,542억 원으로 3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 속한 업체(105곳)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액은 186억 원에서 341억 원으로 83.3% 늘었다.

공매도 재개 이후 한 달 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공매도 잔고액 상위 30개사의 명단을 살펴보더라도 제약바이오기업이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 4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등 3개사만 순위권에 들었지만 5월 말에는 신풍제약과 녹십자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거래정지 신라젠 제외)은 더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한 달 동안 자리 바꿈도 적지 않았고, 순위권 업체의 명단도 차이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에이치엘비,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현대바이오, 씨젠, 메지온,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네이처셀, 헬릭스미스 등 9개 업체는 30위권에 계속 머물렀다.

반면 코미팜, 알테오젠, 젬백스, 엑세스바이오 등은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이 자리에는 제넥신, 삼천당제약, 에스티팜, 셀리버리 등이 대신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부정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 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공매도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일각의 의견도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본지가 조사한 제약바이오기업 65곳의 공매도 잔고액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메드팩토(8,133%), 에스티팜(7,473%), SK바이오팜(3,075%), 제넥신(2,020%), 엘앤씨바이오(1,740%), 신풍제약(1,621%), 녹십자(1,216%) 등 7개사는 한 달간 공매도 잔고액 증가율이 1,000%를 훌쩍 넘었다.

이중 신풍제약은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서 60억 원이었던 공매도 잔고액도 1,031억원까지 불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1,394억 원이던 공매도 잔고액이 2,000억 원(2,176억 원)을 넘어서며 셀트리온에 이어 공매도 잔고액 2위였던 에이치엘비(1,927억 원)와 자리를 바꿨다.

반면 오랜 기간 공매도와 전쟁을 벌여 왔던 셀트리온그룹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세를 보여줬다.

셀트리온의 경우 절대적인 공매도 잔고액이 1조 1,225억 원으로 여전히 압도적인 1위였지만 전월(1조 22억 원) 대비 증가율은 12%로 높지 않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역시 각각 19%, 16% 증가율로 공매도 재개 타격이 크지 않았다.

공매도 잔고액이 오히려 감소하며 눈길을 끈 곳도 있었다. 한미약품은 공매도 잔고액이 55.9% 줄어들며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고, 메디포스트(29.3%↓), 지트리비앤티(25.3%↓), 코미팜(13.8%↓), 한국콜마(2.1%↓) 등도 공매도 세력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시 전문가는 “개별 제약바이오기업 상당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품이 껴 있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며 “투심을 자극할 만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매도의 집요한 공격에서 상당 기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과 연관된 업체는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성공적인 R&D 성과나 실적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공매도 세력이 또 한 번의 대규모 조정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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