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센자 독주 속 알룬브릭 급여 진입…로브레나 허가 ‘초읽기’
“후발약제 알룬브릭, 뇌전이·비용 장점으로 새로운 변화 기대”
3세대 TKI 로브레나 국내 출시 추진…2세대약 처방 늘어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ALK(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본격적인 2세대 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시대가 열린다. 최근 1차 라인 급여권에서 2세대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데 이어 후속약물도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어 처방 세대교체가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케다의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지난달 국민건강보험에 급여 등재되면서 2세대 TKI 시장이 경쟁 체제에 들어섰다.

2018년 이미 급여권에 진입한 선발 2세대 TKI 치료제와 비교할 때 알룬브릭의 시장 진입은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뇌전이 등에서 비교 우위 장점이 뚜렷해 향후 점유율 구조 개편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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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지난 2010년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시장에 내놓고 나서부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는 크게 변화했다.

이 약은 2011년 국내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 2015년 화학요법 후 2차 라인, 2017년에는 1차 라인 급여권에 안착했다. 잴코리가 등장한 이후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EGFR 변이 뿐 아니라 ALK 변이 확인 역시 중요한 절차가 됐다.

문제는 잴코리의 경우 내성이 1년 안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뇌전이에 대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였다.

2014년 자이카디아는 ASCEND-1 임상을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2017년 ASCEND-4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LK 양성 환자의 1차 라인 치료제가 됐다. 특히 뇌전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했다.

자이카디아 역시 문제는 있었다. 높은 독성으로 인해 처방 환자 70% 이상에서 투약 중단이 발생한 것.

게다가 자이카디아의 경우 잴코리와 비교 임상이 없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이는 일각에서 자이카디아를 2세대가 아닌 1.5세대 ALK TKI로 보는 배경이다.

실제로 자이카디아는 국내에서 2016년 잴코리 치료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첫 2차 치료제 옵션이 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이 약은 아이큐비아 기준 2017년 50억7,000만 원에서 2018년 21억7,000만 원, 2019년 9억3,000만 원, 2020년에는 8억1,000만 원까지 매출이 떨어졌다.

이 시기 잴코리 또한 매출이 급감했다. 2018년 495억9,000만 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던 이 약은 2019년 위험분담제(RSA) 해지로 인한 약가인하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지난해에는 146억2,000만 원까지 매출이 하락했다.

이는 로슈가 출시한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의 영향이 크다. 2015년 FDA 허가를 획득한 알레센자는 2018년 대규모 1차 치료제 임상 연구인 ALEX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서 알레센자군은 1차 라인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34.8개월로 나타나며 잴코리군의 10.9개월 대비 23.9개월 개선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모든 하위집단에서 생존기간 개선이 나타났으며 뇌전이에서도 잴코리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다.

알레센자는 2018년 말 국내에서도 1차 라인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2018년 103억7,000만 원 매출이 2019년 220억9,000만 원, 2020년에는 292억8,000만 원까지 처방을 확대했다.

≫ 알레센자 ‘대항마’ 알룬브릭 등장…ALK 처방 시장 ‘새 변화’

알룬브릭은 다케다제약의 첫 고형암 치료제로 2018년 11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허가 후 5개월만인 2019년 4월 잴코리 실패 후 사용가능한 옵션으로 급여권에 진입한다.

ALTA 연구에서 잴코리 실패 후 알룬브릭을 처방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은 16.7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제의 2배에 달하는 결과였다.

이후 2020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알룬브릭을 1차 라인에서 잴코리와 직접비교한 ALTA-1L 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맹검독립평가위원회(BIRC)가 평가한 ALTA-1L 임상 결과, 알룬브릭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4개월로 잴코리군의 11개월 대비 효과적이었다. 연구자 평가 PFS는 29.4개월.

특히 뇌전이 환자의 두개 내 객관적 반응률은 알룬브릭군이 78%에 달해 잴코리군의 26%와 큰 차이를 보였다.

모든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69% 낮췄으며 두개 내 반응지속기간 또한 24개월 이상 유지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알룬브릭은 2020년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1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하고 국내에서도 같은 해 8월 1차 라인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올해 4월부터는 1차 치료에서 급여가 적용됐다. 허가에서 급여 등재까지 걸린 기간은 단 8개월이었다.

다만 후발약제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2년 이상 처방이 이뤄지고 있던 알레센자를 당장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의견도 충분하다.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알룬브릭에 대해 “4월부터 알룬브릭도 1차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알레센자와 경쟁이 시작됐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알룬브릭과 알레센자의 치료 효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혈종내과 B 교수도 “알룬브릭의 경우 알레센자 대비 뇌전이 환자에서는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며 “게다가 복약 편의성, 비용적 측면에서도 알룬브릭이 좀 더 강점을 가졌다. 알룬브릭의 급여 진입이 향후 ALK 처방 시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2세대 TKI 후속치료제 진입 ‘초읽기’…시장 확대 기대

2세대 ALK TKI 제제 모두에게 작용할 만한 호재도 있다. 잴코리를 보유한 화이자가 2세대 TKI의 후속 치료옵션인 로브레나(성분명 로라티닙)의 국내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

로브레나는 기존 TKI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3세대 TKI 제제다. 앞서 한 가지 TKI 치료제에 실패한 2차 라인 뿐 아니라 두 가지의 TKI 제제에 실패한 3차 라인에서도 쓸 수 있다.

지금까지 2세대 TKI는 치료 실패 시 화학요법 외에 마땅한 후속치료 옵션이 없었다. 로브레나가 국내에서 허가된다면 2세대 TKI 처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국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로라티닙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로브레나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데 이어 화이자의 허가 신청이 하반기임을 감안할 때 승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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