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시각과 저돌적 이미지 겸비…“초심 갖고 끝까지 갈 인물”
의협, 내부 결집·국민 신뢰 회복 다짐…“회무 힘 실어줄 적임자”
산적한 현안 속 협상 우선하지만‘투쟁 병행’ 가능성도 열어둬

▲ 사진=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 사진=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호의 살림꾼 이정근 상근부회장에 대한 의사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사단체에서만 20년간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인 만큼 그가 이필수 회장이 추구하는 회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최적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협회에 상근하며 내부 살림을 살피고 집행부를 이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협회장이 자리를 비울 때는 대신해서 의사협회 회무를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 만큼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중요한 자리다. 의사사회가 상근부회장 선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지난 1일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이필수 회장은 이 자리에 김해복음병원 이정근 응급의학과장을 앉혔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원광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경상남도의사회 정책이사, 총무부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4년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사무총장, 2017년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한방분과위원장을 지내는 등 투쟁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또 13년 동안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이하 한특위), 경남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한의계와 강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협상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활동을 같이 했던 A 의사는 “이정근 부회장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바는 끝까지 책임지고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며 “굉장히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으로 초심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집행부가 비대위 활동에 불만을 제기하며 예산 집행을 해주지 않을 때도 개인 자금을 사용할 만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던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뚝심과 고집이 있고 저돌적인 면도 있어 조직의 결정은 따르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2017년 국민건강수호 비대위에서 같이 활동했던 B 회원도 “이 부회장이 비대위와 한특위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던 이미지 때문에 강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회의를 할 때 보면 이 부회장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으로 협상도 병행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한특위에서 같이 활동했던 C 원장은 “이 부 회장은 경남의사회 부회장을 비롯해 의협 중앙 대의원, 한특위 등 다양한 회무를 경험한 만큼 의사협회 실무도 무난하게 추진할 것이다. 이필수 회장을 도와 의료계의 봄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오랜 회무 경험과 협상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을 의사사회 내부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출항한 이필수호가 앞으로 분열된 의사사회를 하나로 모으면서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균형감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필수 회장 역시 투쟁보다는 협상을 우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의 저돌적인 성향은 향후 의사협회가 협상 결렬 시 파업 투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한 것.

당시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정협의체는 지난해 전공의와 의대생의 희생을 통해 얻어낸 어려운 결정이었다. 9.4 의정 합의문에 명시된 안건들은 의정협의체에서만 논의해야 한다”며 “만일 모든 것이 결렬되고 의정합의 원칙마저 훼손된다면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했다.

동석했던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도 “9.4 의정 합의 원칙이 깨진다면 소통과 합의 역시 어렵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입장이다”면서 “파업은 극단적인 것으로, 정부가 원칙만 잘 지켜준다면 만일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오랜 시간 동안 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의사협회의 대한방 대응은 지난 집행부에 이어 강경 모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의사협회 C 회원은 “이 부회장은 한방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대응했다”며 “의협 회무를 하면서 한특위와 협조할 일이 많을 것 같다. 한특위 역시 의협 회무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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