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미더운 시노팜 백신, WHO 승인…러시아 백신 가치 ‘재조명’
한국코러스·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업체 ‘수혜’ 기대감 증폭
미국·독일 등 원료국 수출 통제…백신 원료 공급망 확보가 ‘관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국내 업체의 수혜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물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낼 만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글로벌 백신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스푸트니크V의 글로벌 수요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러시아국부펀드(RDIF)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시노팜 백신이 제한된 임상 3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WHO의 인정을 받은 만큼, 객관적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스푸트니크V 승인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평가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이 백신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연구 결과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부터다.

먼저 지난 2월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V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나온 연구 결과에서는 러시아인 380만 명의 예방 접종 효과가 97.6%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달 중으로 스푸트니크V 효능과 관련한 2건의 논문도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적극성을 띄고 있는 점도 스푸트니크V의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EMA는 현재 1차 데이터 검증은 끝낸 상황인데 WHO와 공동으로 이달 10일부터 6월초까지 2차 공장 실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유럽 내 백신 부족 현상을 스푸트니크V를 통해 타개해 보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WHO가 7월 초로 언급한 승인 일정이 대폭 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WHO와 EMA가 스푸트니크V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인 인도가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자국에서 생산한 백신 수출을 통제하면서 글로벌 물량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백신 원료 수출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인도의 백신 생산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백신 공급 정상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최근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에 대한 한시적 면제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확진자 추이를 보면 여유롭게 기다릴 만한 상황도 아니다. 이미 승인받은 백신 외에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빠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국내 업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WHO와 EMA에서 동시에 승인을 받으면 인지도 재고 효과로, 유럽은 물론 백신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커서다.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백신은 mRNA 백신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이전을 통한 위탁생산이 수월한 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용이하다. 향후 스푸트니크V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때문에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국부펀드와 손을 잡은 한국코러스(지엘라파,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와 휴온스글로벌(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 컨소시엄의 수혜가 상당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바이러스 벡터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 생산에는 배지(세포 먹이)와 레진(불순물 정제액)이라는 원료가 필요한데, 현재 주요 생산국인 미국, 독일 등이 해당 원료의 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국내 업체가 백신 원료 공급망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면 스푸트니크V 수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RDIF와 손을 잡은 국내 컨소시엄 2곳의 경우 계약 과정에서 기술이전과 공급 물량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 실적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다”며 “최근 스푸트니크 라이트가 러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만큼 원료 확보에 문제가 없고, 생산 케파도 여유가 있다면 추가 수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집단면역까지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호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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