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편두통 치료제 시장, 10년 내 성장률 3배 육박할 듯
국내 선발제품 앰겔러티, 매출 ‘들쭉날쭉’…관건은 '보험급여'
英, 후발제품 아조비 급여권 ‘선진입’…韓 시장 선점도 ‘촉각’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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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치료의 새 패러다임이라 불리는 CGRP 억제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불이 붙었고 국내 시장도 태동을 시작했다.

개발사들은 시장 선점에 혈안이 되있다. 10년 안에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CGRP 억제제 시장에는 일라이 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가 유일하게 허가된 상태다.

문제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운용하는 국내 특성상, 본격적인 시장 경쟁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에서 갈린다는 점이다. 후발 약제라도 저가로 급여 시장에 선진입을 시도한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가 의료보험 체계인 영국에서는 후발 제품이 급여권에 먼저 발을 들인 사례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현재 앰겔러티가 앞서나가는 모습이지만, 고가의 치료제인 만큼 앞으로 약가 협상이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한독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가 이르면 5~6월, 시판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편두통약 시장, 2027년 4조 5천억…CGRP 억제제 성장 ‘주목’

시장조사 업체 리포트앤데이터는 2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편두통치료제 시장이 2019년 14억6,000만 달러(1조6,000억원)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13.3% 성장해 39억7,000만 달러(4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 선두인 암젠의 ‘에이모빅(성분명 엘레누맙)’은 지난해 3억7,800만 달러(4,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앰겔러티는 2019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한 3억6,300만 달러(4,100억원)의 매출로 선두에 바짝 따라붙었다.

테바의 아조비도 2019년 9,300만 달러(1,000억원)에서 지난해 1억3,400만 달러(1,500억원)까지 매출이 45% 증가했다.

이렇게 CGRP 억제제 기전의 편두통약 처방이 늘어난 데에는 낮은 부작용과 약효 지속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CGRP는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 분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혈관 확장을 일으켜 편두통 발현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CGRP 억제제는 이 물질만 표적해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적다. 또 한 달에 한 번 또는 분기 1회 주사 방식이라 편의성도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편두통 증상 발현 일수 감소 효과에 비해 가격이 높아 보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앰겔러티의 허가 임상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1,773명의 삽화편두통(월평균 4~15일 증상) 환자가 참여한 EVOLVE-13과 EVOLVE-2 연구에서 앰겔러티군은 위약군 대비 6개월간 월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2.0일 감소했다(4.3일 vs. 2.3일).

6개월간 편두통 발생 일수가 50% 감소한 앰겔러티군은 59%(위약군 36%), 75% 이상 감소한 환자는 34%(위약군 18%), 100% 감소한 환자는 12%(위약군 6%)였다.

만성편두통환자 1113명을 대상으로 한 REGAIN 연구6 연구에서도 3개월간 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위약군 대비 2.1일 감소했다(4.8일 vs. 2.7일). 편두통 발생 일수가 50% 감소한 환자는 앰겔러티군이 28%(위약군 15%)였다.

발생 일수가 유의하게 감소했지만, 미국 표시가 기준으로 연간 800~1,000만원의 고가 약제임을 감안할 때 경제성이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 의료보험 운용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기는 더 어렵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보험에 순서 없다…‘시장 후진입, 급여 선진입’ 전략 주목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CGRP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는 릴리의 앰겔러티 뿐이다. 이 약은 2019년 9월 시판 허가를 획득하고 그해 12월 출시했다.

지난해 앰겔러티는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42억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3분기까지 꾸준히 성장하다 4분기 들어 매출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는 최근 릴리가 앰겔러티의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한 배경이었을까. 고가 치료제라도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회사 측도 공감한 뜻이다.

하지만 이 약의 보험 급여가 순조롭게 승인될리 없다. 정부가 약가 인하나 까다로운 급여기준을 내밀게 되면 회사와 첨예한 대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 편두통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영국의 CGRP 억제제 급여권 진입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국립보건원(NICE)은 아조비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인정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영국에서 아조비의 표시가격은 연간 5,000파운드(750만원)다. 여기서 테바는 NICE에 인하된 비밀 약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NICE는 “이번 예비 결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비용효과성)의 해결에 테바와 함께 협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조비의 급여 기준은 보툴리눔 톡신을 포함한 3가지 치료 옵션에 실패한 만성 편두통 환자 대상의 보조요법이다. 보툴리눔 톡신에 비해 예방효과가 낫다는 결론은 아니지만, 해당 요법에서 실패한 환자들에게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2019년 NICE로부터 두 차례 급여권고를 거절당한 에이모빅과는 다른 행보였다. 당시 영국 국립보건원은 에이모빅에 대해 보툴리눔 톡신과의 비교 데이터가 비싼 가격을 인정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뒤늦게 발을 들인 테바가 편두통약 시장 선점을 위해 약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셈이 됐다. 반면, 선발 제품이던 앰겔러티와 에이모빅의 마음은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NICE는 지난해 11월 앰겔러티, 12월 에이모빅을 차례로 급여권고했다. 급여기준은 3가지 치료 옵션에 실패한 이후 두 약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아조비와 같지만, 대상 환자가 만성 편두통뿐 아니라 삽화성 편두통 환자까지 확대됐다.

릴리 관계자는 “앰겔러티는 삽화성 편두통 환자에게서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했다는 점이 아조비와 차이”라며 “NICE가 편두통 발생 시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삶의 질 데이터를 함께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앰겔러티와 에이모빅의 최종 영국 급여권 진입에 새로운 데이터가 없었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가격을 큰 폭으로 인하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 후발제품 아조비, 영국서 급여권 먼저 안착…국내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아조비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선 해외 사례처럼 이 약이 급여 스타를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CGRP 억제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조비의 국내 판매를 맡게되는 한독테바는 지난해 아조비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5~6월이면 승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한독테바가 영국의 사례처럼 저가 전략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선발 제품보다 앞서 급여권 진입도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독테바 관계자는 “아직 허가도 나지 않은 상황이라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허가 후 논의를 진행하고 아조비의 시장 안착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CGRP 억제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이모빅은 현재 국내 시장 진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모빅은 노바티스와 암젠이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에 출시할 경우 암젠이 판매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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