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기업 2020년 4분기 실적 해부
'몸집 키운' 녹십자 ‘고공행진’ 종근당…날개 단 유한양행
한미약품·대웅제약, ‘턴어라운드’…올해 실적 개선 ‘예약’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별로 조금씩 희비는 갈렸지만,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내수부진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대형사 중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양새였다.

실제로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4분기에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올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종근당은 마지막 분기에 주춤하긴 했지만, 작년 한 해 전반적인 실적을 끌어 올리면서 전통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0억원대 영엽이익을 만들어냈다.

녹십자는 4분기 브라질 정부와 IVIG 수출 마진율 조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작년 3분기까지 워낙 탄탄환 실적을 깔아 놓으면서 한해를 가뿐하게 마무리했다.

유한양행은 R&D 역사를 새로 쓰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대표 케이스였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웃돌았으며,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대에 육박했다.

메디코파마는 각사 잠정실적치 및 증권가 자료를 근거로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4분기 성적을 조명하고 올해 실적을 전망했다.

 

≫ R&D 새 역사 쓴 유한양행, 외형·내실 ‘사상 최대’…올해도 ‘맑음’

유한양행은 작년 2분기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턴어라운드에 성공, 분기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전반적인 누적 실적을 보면 일단 매출은 1조6,199억원으로 전년보다 9.4% 성장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843억원으로 572%가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군포공장부지 매각에 따른 1,300억원의 영업 외 이익이 반영되면서 1,904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갈아치운 것.

여기에는 기술료 수취가 한 몫 했다.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사이언스, 프로세사 파마수티컬 등으로부터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합해 지난해만 총 1,556억원을 수취했다.

4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 봐도 이 회사의 매출은 4,615억원(전년比 17.2%↑), 영업이익은 272억원(220%↑)을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지속했다. 특히 4분기 라이선스 수익으로 인식된 777억원이 작년 마지막 분기 성적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연구개발비를 82% 늘리면서 639억원을 쏟아부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총 2,22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년보다 68% 늘어난 규모다. 신약 개발 경쟁에서 앞서 가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는 의미다.

이 회사 매출 성장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기술료 수입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OTC(일반의약품) 부문도 비타민류를 중심으로 시장 파이를 키워가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13% 성장한 1,319억원을 기록, 전반적인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ETC(전문의약품) 부문에서도 에이즈(HIV) 치료제 ‘빅타비’ 370억원(282.7%↑),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디’ 275억원(44.7%↑), 고지혈증약 ‘로수바미브’ 533억원(28.1%↑),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488억원(21.6%↑) 등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했다.

주목할 점은 유한양행의 이 같은 성장세가 반짝 상승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으로 기술수출과 마일스톤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먼저, 폐암 신약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을 통한 막대한 마일스톤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얀센과 최대 12억달러(약 1조3,300억원) 규모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작년 3월에만 3,500만달러, 11월에는 6,500만달러를 수령하면서 누적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통틀어 마일스톤으로만 최대 수익을 올린 첫 사례다.

레이저티닙의 최종 상업화 성공시 유입되는 잔여 마일스톤은 11억달러(약 1조2,200억원)다. 현재 국내에서는 2차 치료제로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국내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기대감이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의 개발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이전한 ‘YH25724’의 임상 1상 진입과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NASH 후보물질 도출이 올 상반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추가 마일스톤도 기대되고 있다.

한편, 유한양행의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대비 약 11.7% 성장한 1조8,1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GC녹십자, 창사 이래 최대실적…“올 전망 더 밝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1조5,041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6% 증가했다.

4분기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매출은 4,167억원(전년비 17.8%↑)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영업이익은 22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에 다소 부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앞서 2분기와 3분기에 이 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만큼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적 배경에는 브라질 정부의 요청에 따른 IVIG(면역 글로뷸린) 수출 증가로, 마진율이 급감하는 이상현상 때문이었다. 다만 올해 공급이 다시 조율될 경우, 혈액제제 마진율이 정상화되면서 실적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영업이익의 감소 원인에는 4분기에 일시적으로 늘어난 비용도 들어 있었다. 회사는 특별인세티브 지급으로, 전년보다 77억원의 인건비를 더 집행했다. 또 경상연구개발비도 분기 평균보다 180억원이 더 늘어나면서 영업적자 발생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올해 영업 성과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단 녹십자는 올해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중국시판에 따른 매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 약의 첫 해 매출은 최소 200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수혜도 지켜 볼 만하다. 앞서 녹십자는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2022년 5월까지 약 5억 도즈 규모의 물량을 생산해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 가치가 약 1조5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위탁생산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CMO 수출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올해 녹십자의 예상 매출은 최근 언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CMO 매출을 배제하고서도, 전년보다 13% 성장한 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종근당, 시장 기대치 능가한 ‘어닝 서프라이즈’

종근당은 지난해 가장 뚜렷한 실적 상승을 거둔 대형제약사 중 한 곳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조3,030억원으로 20.7%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239억원으로 전통제약사 중에는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000억원 선을 돌파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를 한참 웃돈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쟁사들이 주춤할 때 오히려 한 발짝 앞서 나간 셈이다.

이 회사의 4분기 매출은 3,372억원(전년비 13.1%↑), 영업이익은 133억원(36.4%↓)을 기록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아쉬운 결과일 수 있지만,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이 회사가 4분기에 들인 경상연구개발비가 전년 보다 78% 많은 583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종근당의 지난해 총 R&D 비용도 1,743억원으로 전년 1,465억원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종근당의 고성장은 전문의약품 부문의 성장이 한 몫했다.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막힌 상황에서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요구되는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이 회사 주력 라인업에 포진했던 것이다. 여기에 비대면 영업에 따른 마케팅비용의 감소도 실적 상향에 힘을 보탰다.

주력 제품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보면, 폐렴백신 ‘프리베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트윈데믹 공포감에 따라 지난 4분기에만 전년 대비 44% 성장한 201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으로는 178% 고성장 하면서 738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프롤리아주’도 껑충 뛰었다. 이 약의 4분기 매출은 136억원으로 33% 성장했다. 지난 한 해로 보면, 총 535억원이 팔렸다. 프롤리아는 급여확대 이후 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위식도역류질환제 ‘케이캡’은 코프로모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약은 4분기 236억원(130%↑)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2020년 누적으로는 전년보다 120% 늘어난 71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출시 2년 만에 이룬 결과로 올해 1,000억원대 판매고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외에도 연간기준으로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자누메트 포함)는 1,471억원(전년비 4.7%↑)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뇌혈관치료제 ‘글리아티린’ 664억원(9.9%↑), 고혈압 약 ‘딜라트렌’ 505억원 (8.6%↑),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로우’ 428억원(13.8%↑), 면역억제제 ‘타크로벨’ 380억원(15%↑)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제품이 회사의 성장세를 거들었다.

종근당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일단 불투명했던 프롤리아의 성공 가능성을 지난해 확인한 데다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중단 이후 케이캡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도입한 비만약 ‘큐시미아’, 야간뇨 치료제 ‘미니린’, 피임약 ‘머시론’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의 올해 성적표에도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종근당의 올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조4,300억원, 영업이익은 1,4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 한미약품, 지난해 악재 모두 털었다…2021년, 가뿐한 시작

한미약품의 4분기 실적(연결기준)은 시장의 기대치를 깜짝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4% 줄어든 2,774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이 39% 늘어난 416억원을 달성하면서 시장의 눈높이를 웃돌았다.

이 회사의 4분기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항생제와 호흡기 약물의 판매고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이는 앞서 3분기보다 3.9% 회복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에서는 만족할 만한 실적을 냈다. 여기에는 아테넥스社가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에 대한 중국 판권을 서브 라이선싱하면서 기술료 금액으로 51억원이 추가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난해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경상연구개발비와 매출원가, 일상 경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한 결과 56억원의 비용을 아낀 대신 수익성을 높였다. 여기에 북경한미가 4분기 1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힘을 보탰다.

한미약품은 내수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의 주요 품목인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연매출 991억원, 전년비 22.4%↑), ‘아모잘탄’패밀리(1,165억원, 11.7%↑), 위궤양치료제 ‘에소메졸’(406억원, 12.3%), 전립선비대증약 ‘한미탐스’(222억원, 27.4%↑) 등 전문의약품 12종이 전년보다 18%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계열사인 북경한미와 한미정밀화학이 발목을 잡았다. 북경한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출이 20% 줄어든 2,040억원에 그쳤다. 한미정밀화학도 세파계 주사제의 유럽 수출 감소로 판매고가 19% 떨어졌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지난 한해 악재를 모두 털어낸 모습이다. 지난 3분기까지 이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북경한미의 매출은 4분기 들어 694억원(전년비 2.4%↑)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영업이익도 191억원으로 65.9% 늘어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지면 한미약품의 내수와 중국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특히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이 올해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기술수출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만약 오는 28일, 오락솔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심사를 통과할 경우 2025년 1조원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10~15% 규모의 마일스톤을 거머쥐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한미약품의 올해 매출은 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대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대웅제약, 하반기 전문약 매출 역대 최다…정상궤도 ‘진입’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조554억원(전년대비 5.2%↓), 영업이익은 170억원(62%↓)을 기록했다. 여기서 4분기 매출만 들여다 보면, 회사는 전년보다 7% 감소한 2,672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31억원)의 두 배를 한참 웃도는 87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4분기 ‘나보타’ 소송비용으로만 69억원(연간 349억원)을 쓴 데다 ‘알비스’ 폐기비용으로도 32억원을 추가 지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정상궤도에 진입해 턴어라운드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못했다. 그동안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알비스’의 판매 공백이 실적 부진의 직격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이를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젯’(연매출 182억원)과 고혈압 복합제 ‘올메텍’(연매출 321억원),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연매출 503억원) 등을 고성장 제품으로 키우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회사는 하반기 들어 상반기 부진을 말끔히 해소했다. 대웅제약의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은 3분기에만 1,889억원을 기록, 8% 성장한 데 이어 4분기에도 1,791억원(전년비 0.2%↑)의 매출을 올리면서, 역대 최대의 하반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의약품(OTC) 부문도 고함량 비타민 복합제 ‘임팩타민’이 고성장을 달성하면서, OTC 전체로는 연간 1.3% 성장한 1,132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대웅제약은 올해 실적 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TC의 부문의 강세와 미국에서 메디톡스와의 소송이 일단락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고지혈증약 ‘크레젯’과 당뇨약 ‘다이아벡스 패밀리’, 고혈압약 ‘올메텍’, 위장운동약 ‘가스모틴’ 등이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당뇨약 ‘포시가’, 항응고제 ‘릭시아나’ 등 주요 도입 품목들도 자리를 지켜줄 것으로 관측된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실적 회복에 따라 올해 1조1,000억원의 매출과 6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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