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후 의약품지수 100% ‘급등’…65곳 5조, 대홍수 ‘예고’
공매잔고 現 시가차이, 셀트리온 2조원·씨젠 수천억대 등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제약바이오주에 칼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중단된 공매도가 오는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에 한해 우선 재개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를 앞두고 물량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본지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35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만 65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렇게 제약바이오 전체 업종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물량은 금지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5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앞으로 공매도가 해제된다면 이 만큼의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동학 개미들이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수급전쟁을 벌이면서 제약바이오주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  <제약바이오 종목별 공매도 잔고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주가 ‘급등’한 제약바이오…공매도 해제시 ‘매도 대란’ 우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매매 형태다. 즉 당초의 주식 투자가 매수한 주식이 시세가 올라가야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면 공매도는 정반대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제약바이오주 상당수가 올해 각종 테마주에 묶이면서 주가가 수 배 올랐던 만큼 향후 공매도가 풀릴 경우, 차익 매물에 대한 실현 욕구로 매도 대란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주는 공매도 금지(2020년 3월16일) 이후 의약품지수가 지난 3일까지 103% 폭등했다. 올 1월에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인 조정을 받았어도 두 배 이상이 오른 셈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1월20일) 이전과 비교해도 87%나 급등했다. 코스피 역시 공매도 금지 이후 83%, 최저점 대비 117% 급등한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월 증시가 폭락하자 작년 3월16일부터 현재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오고 있다. 이 조치로, 현재 시장조성자(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종목에 대해 매도와 매수의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는 금융투자사)를 제외하고 공매도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오는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고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별도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 제약바이오 해당 종목, 70개 육박…재개 대상의 20% 수준

그렇다면, 공매도가 재개될 제약바이오 종목은 어떤 곳일까.

본지 조사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전체 350종목 중 65곳이 영향권에 들어왔다. 이는 재개 종목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의약품 개발 또는 시판과 관련해 이번 코스피200 지수 안에 포함된 곳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신풍제약, 한미약품, SK케미칼, 한국콜마, 한미사이언스, 부광약품, GC녹십자. 유한양행, SK디스커버리, 일양약품, 한올바이오파마, JW중외제약, 녹십자홀딩스, 대웅제약, 영진약품, 종근당, 삼양홀딩스, 대웅, 보령제약, SK바이오팜 등 22개사로 확인됐다.

코스닥150 지수 종목 안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씨젠, 헬릭스미스, 메지온,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엔지켐생명과학, CMG제약, 제넥신, 오스코텍, 코미팜, 에이비엘바이오, 네이처셀, 셀리버리, 알테오젠, 지트리비앤티, 메디톡스, 메디포스트, 인트론바이오, 에스티큐브, 텔콘RF제약, 현대바이오, 녹십자랩셀, 차바이오텍, 유틸렉스, 엔케이맥스, 에스티팜, 케어젠, 안트로젠, 삼천당제약, 메드팩토, 휴젤, 녹십자셀, 파마리서치프로덕트, 휴온스, 에이치엘사이언스, 엘앤씨바이오, 동국제약, 현대바이오랜드, 레고켐바이오, 콜마비앤에이치,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43개사가 집계됐다.

≫ 공매도 재개 ‘카운트다운’…제약바이오 5조 규모 물량 쏟아질 수도

본지는 한국거래소 공매도 자료를 기반으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기 전 당시 규모와 지난 2월 1일 공매도 수량을 비교해 감소한 공매도 수량을 시가로 추산했다.

그 결과 제약바이오기업 65곳, 총 5조2,169억원 규모의 금액이 규제 시행 전에서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공매도가 풀리면 5조원 규모의 대규모 공매도가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한편, 현재 시가총액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잔고 비중은 평균 0.61%로 나타났다. 공매도 규제 전 잔고 비중은 신규종목을 제외하고 평균 2.2%로 약 3배 정도 차이가 났다.

≫ 셀트리온, 공매도 잔고 2조6,000억 규모…‘동맥경화’

공매도가 가장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셀트리온이다.

이 회사는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잔고 수량이 707만1,540주(공매도 금지 전 1,199만5,206주→ 2월1일 492만3,666주) 줄어들었다. 만약 줄어든 수량이 매물화될 경우 시가로 평가하면 2조6,235억원 규모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금지 규제 전후, 잔고의 차이(87만6,234주, 시가환산 시 7,124억원)가 크게 났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355만3,178주, 5,596억원), 에이치엘비(248만1,238주, 2,394억원), 셀트리온제약(83만65주, 1,555억원), 씨젠(58만7,857주, 1,056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 물량 차이가 났다.

또 신풍제약(96만2,987주, 820억원), 헬릭스미스(214만3,205주, 649억원), 메지온(42만5,955주, 594억원), 한미약품(13만1,184주, 497억원), SK케미칼(10만4,802주, 461억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187만6,834주, 450억원), 엔지켐생명과학(30만1,726주, 302억원) 등도 공매도 금지전후에 시가환산 시 그 차이 규모가 300억원을 웃돌았다.

≫ 공매도 비중 낮아져도 문제…규제 풀리면 매물 압박 '우려'

일부 기업은 규제 이후 공매도 거래 비중이 낮아진 곳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기업들의 경우 시가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공매도 재개시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헬릭스미스는 규제 전만 해도 공매도 비중이 13.59% 달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막힌 이후 그 규모는 2.24%로 낮아졌다. 투기적 공매도가 지금보다 6배 이상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에이치엘비(규제 전·후 공매도비중 12.2%→5.24%), 셀트리온(9.35%→3.65%), 에이치엘비생명과학(5.95%→1.96%), 네이처셀(5.76%→2.19%), 메지온(5.68%→0.77%), 에스티큐브(4.93%→1.52%) 등이 과거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대표적인 기업들로 조사됐다. 때문에 앞으로 금지규제가 풀리고 나면 매물 압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외국인, 규제 이후 코스피 20조 ‘매도’…제약주 1조 ‘매수’

그동안 줄곧 공매도 주범으로 지목되던 외국인은 규제 이후 의약품 업종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실제로 외국인은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제약주를 사들인 금액만 약 1조3,000억원 규모였다.

반면, 외인은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20조원 규모다. 제약주가 공매도 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외국인 수급으로 확인된 셈이다.

외국인이 유독 공매도가 많은 배경에는 이들이 주로 기관투자가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신용도와 갚을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까닭에 공매도가 쉽사리 허용됐다는 뜻이다. 반면, 개인은 진입장벽 탓에 주식시장에서 약 1% 만이 공매도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향후 개인 공매도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개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편, 제약주의 공매도 이용자 역시 외국인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최근 셀트리온의 주 공매도자는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영국),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영국), 메릴린치 인터내셔널(영국) 등이다. 유한양행은 맥쿼리은행(오스트레일리아), 삼성제약은 제이피모건(영국), 유비에스이이쥐(스위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본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