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OP 랭킹] 국내 주요 제약기업 30곳 ‘외화 자산’ 순위
씨젠·셀트리온헬케·유한·녹십자·차바이오 1천억이상 보유
달러부자, 환율하락 ‘충격’...씨젠 180억·셀헬 152억 손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제약기업들의 외화 잔고가 들쭉날쭉 하고 있다. 특히 외화 잔고를 많이 보유한 제약사들의 경우 이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달러 비상금’에 따라 해외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1,173.5원에서 이달 8일 1082.7원으로 7.74% 급락했다. 유로화(EUR)도 같은 기간 4.24% 떨어졌다. 엔화(JPY) 6.4%, 위안화(CHN) 3.39%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환율 하락에 따른 제약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전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지난 9월말부터 이달 8일까지 가장 큰 폭의 환 손실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씨젠이다. 이 회사가 환율 변동으로 입은 손해만 약 186억 원 수준이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152억원), 차바이오텍(-7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42억원), 한독(-38억원), 신풍제약(-22억원), 광동제약(-11억원) 등도 손실이 예상된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외화자산 보유 순위를 매겼다(3분기 보고서 기준). 

조사대상 중 외화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씨젠으로 순 외화자산(외화자산에서 외화부채 차감)은 9월 말 기준 3,532억원 규모였다.

이어 유한양행(1,853억원), GC녹십자(1,048억원), 차바이오텍(1,037억원) 등이 외화 순자산 규모로 1,000억원 이상 거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달러 잔고’를 많이 쌓아둔 기업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537억원), 신풍제약(336억원), 경보제약(305억원), 광동제약(198억원), 종근당(170억원), 휴온스(169억원), 일양약품(160억원), 일동제약(118억원), 경동제약(106억원), 국제약품(98억원), 휴젤(8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외화 보유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환율이 10% 변동할 때 289억원의 손익 변동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환위험에 노출된 외화자산 규모는 최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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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젠, 작년 ‘한 해 농사급’ 달러로 날려…환율 ‘공포’

외화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씨젠이었다. 이 회사가 가진 외화자산 순 규모(외화자산에서 외화부채 차감)는 9월 말 기준 3,532억 원이었다. 美 달러(USD) 규모만 보면 853억 원 수준이다. 가장 많이 보유한 화폐는 유로화(EUR)로, 2,13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이 회사는 해외수출로부터 못받은 외상값만 유로화 1,202억원, 달러 503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이처럼 씨젠이 외화자산을 많이 보유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의 힘이 작용했다. 이 제품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후 수출물량이 대폭 늘어났다. 분자진단 시약 제품의 3분기 누적수출 금액은 5,401억 원으로 전년 521억원보다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증가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최근 환율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씨젠처럼 외화 보유 규모가 큰 곳의 경우, 환율 하락에 따른 민감도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달러가 10% 떨어지게 되면 이 회사는 86억원의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유로화 역시 10% 하락하면 213억 원 규모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이를 감안할 때, 10월 이후 이 회사의 평가손실로 추정되는 금액은 185억원 수준이다(12.8 기준).

≫ ‘안전장치’ 가동한 녹십자…“환율 방어 약발 먹혔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전략적인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GC녹십자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목적으로 금융기관과 선물환 및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계약을 일부 체결하고 있었다. 약정환율로 고정하고 환율변동 위험을 최대한 피한 것이다. 

GC녹십자는 국내 정통 제약사로는 유한양행에 이어 두 번째 외화 부자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미국 달러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캐나다 달러(CAD), 태국 바트(THB), 터키 리리화(TRY), 베트남(VND) 등 1,095억원 규모의 여러 국가 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통한 녹십자의 새로운 시장 개척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이 회사의 외화 보유액 잔고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글로벌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한 만큼 외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EPI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GC녹십자에서 5억 도즈의 물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도즈당 1~3달러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만약 5억 도즈 생산이 현실화되면 최소 5,500억원에서 최대 1조6,500억원의 영업이익(환율 1,100원 기준)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 지금이 빚 갚을 ‘타이밍’…환율 ‘잘만 이용하면’ 부채 탕감도

한미약품의 외화자산은 642억 원이었다. 회사 덩치에 비해 외화 보유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인 것이다.

반면, 이 회사의 외화부채 규모는 1,397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보유한 외화 규모는 순부채로 755억 원이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한미약품의 경우 깔아놓은 외화부채가 많은 회사인 만큼, 지금이 빚을 갚을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점이다. 환율이 떨어진 만큼 기존의 부채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755억 원이었던 이 회사의 외화부채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약 41억 원이 줄어든 상태다. 만약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 부채 규모는 그 만큼 더 줄어들게 된다.

이 외에도 일본과 거래가 많은 영진약품은 갚아야 할 달러 부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회사가 보유한 엔화 규모를 합쳤을 경우 순자산 규모는 15억원에 달했다.

삼천당제약도 되돌려줘야 할 달러 빚이 많았지만 유로화 예금을 보유하면서 20억원 정도의 외화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과 해외 직접투자를 고려해 외화를 늘리는 추세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환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외화 보유 규모를 줄이거나 ‘환헤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환율변동 폭이 커진 만큼 외화를 무작정 보유하기 보다는 원재료 수입과 수출에 따른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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