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44개사 중 37곳 ‘절감’…·접대비도 절반 이상 ‘감소’
일부 제약사, 사회적 거리두기 ‘틈타’ 관련 비용 지출 늘려

코로나19로 대면영업 활동이 올스톱되자, 일부 제약기업들이 그 틈을 파고 들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제약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틈타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는 기업별 교통비와 접대비를 들여다 본 본지 분석 결과를 통해 수치로 확인됐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개사(지주사 제외)의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일반관리비 항목 중 여비교통비와 접대비를 분석했다.

먼저 여비교통비의 경우 지출내역이 공개된 44곳에서 총 430억 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다수인 37개사는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 한 곳당 평균 10억여 원에 못미치는 비용을 교통비로 쓴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입된 506억 원 보다 76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15% 규모가 절감된 수준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영업사원의 출장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선 최대 수백만 원까지도 선뜻 내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약을 팔려면 발로 뛰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비용은 제약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평균 2%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을 이어온 국내 제약영업 트렌드가 감염병 확산으로 한순간에 격변했다.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실제로 일양약품의 경우 교통비를 전년 대비 73%(-27억원) 줄이면서 10억 원만을 관련 비용에 지출했다. 한미약품(–6억1100만원, 14.6%↓), 명문제약(-5억7100만원, 25.2%↓), 유한양행(-2억7400만원, 9%↓), 대웅제약(-2억7000만원, 9.1%↓), 유나이티드제약(-2억6200만원, 17.5%↓) 등 상당수 제약기업들도 여비교통비를 원천봉쇄 했다.

기업들이 쓰는 접대비도 허리띠를 졸라 매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출내역이 공개된 30곳 중 절반이 넘는 17개사가 해당 비용을 대폭 줄인 것이다.

제약사 한 곳당 사용한 평균 접대비는 1억7,900만 원이었으며 30개 기업이 사용한 총 비용은 56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 가까이 줄어든 결과다.

대표적으로 접대비가 감소한 곳은 유한양행, 대웅제약, 경보제약, 일양약품, 동구바이오제약, 명문제약, 대화제약, 광동제약, 휴젤 등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하나제약(7억1,800만원), 유유제약,(6억2,700만원), 우리들제약(4억9천만원), 삼천당제약(4억1,300만원), 대화제약(3억7,200만원), 동구바이오제약(3억4,400만원), 유나이티드제약(3억2,700만원)이 평균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에서 접대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제약기업들이 교통비와 접대비를 줄인 반면, 일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틈타 이를 기회로 활용한 것.

일단 여비교통비를 늘린 곳은 7곳이었다. 하나제약과 신일제약, 대원제약, 비씨월드제약, 경동제약 등이 전년 대비 관련 비용을 더 사용한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이후 접대 규모를 더 키운 곳도 상당수 존재했다. 유유제약, 비씨월드제약, 삼진제약, 우리들제약, 고려제약 등이 관련 지출 규모를 늘린 정황이 수치상 확인된 것. 대면 영업이 올스톱 된 상황에서 일부 제약기업들이 이 틈을 파고 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지출보고서가 시행되면서 영업 활동이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영업사원이 리베이트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접대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일부 회사가 관련 비용을 늘렸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윤리의식을 갖고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도 제약기업으로서 가질 자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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