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을 돈↑ = 영업실적↓’…채무불이행 리스크 수익성 ‘직격타’
제약사 50곳 외상값 약 6조 규모...대손충당금 2,500억 쌓아놔
코로나19가 만든 ‘기현상’…외상값 ‘줄고’ 대손충당금은 ‘늘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경영 상태가 심상치 않다. 못받은 외상값에 대한 채무불이행 위험에 상당 수준 노출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하반기 대손충당금 규모가 영업실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매출채권(외상값) 현황과 대손충당금 규모를 살펴봤다. 대손충당금은 떠안고 있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를 기업이 미리 장부에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곳 대손충당금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외상값 ‘줄고’ 대손충당금은 ‘늘고’…코로나19가 만든 ‘기현상’

지난 상반기 제약사 50곳이 떠안은 외상값(매출채권) 규모만 5조 8,183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749억 원이 늘어난 수치지만 외상값이 대폭 증가한 셀트리온(2,304억원)과 씨젠(1,266억원) 두 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821억 원이 감소한 규모다.

실제로 조사대상 50곳 중 16곳 만이 외상값이 늘었고 34곳이 줄어들었다. 대다수 기업이 외상거래보다는 현금거래를 해왔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은 얘기가 조금 달랐다. 보통 외상값이 줄면 대손충당금도 적게 잡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기존 셈법을 깨버렸다. 외상값은 줄었지만 충당금이 늘어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들 기업이 장부에 기록한 대손충당금(누계) 규모는 2,5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전체 외상값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7.7%보다 평균 0.6% 늘어난 8.3%를 기록했다. 총 107억 원이 증가한 수준인 것이다.

충당금이 줄어든 곳은 50곳 중 17곳에 불과했다. 3곳 중 1곳이 대손충당금을 늘려 잡은 셈이다.

올 상반기 매출채권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아 놓은 곳은 JW중외제약으로, 그 규모만 357억 원에 달했다. 이어 메디톡스(211억원), 대웅제약(206억원), 차바이오텍(164억원), 신풍제약(155억원), 명문제약(122억원), 안국약품(111억원), 진양제약(107억원) 순으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100억 원을 넘겼다.

한편, 외상값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회사별 셈법(대손율 추정)에 따라 큰 격차를 드러냈다. 본지가 조사한 이번 50개 제약바이기업의 평균은 8.3%로 집계됐지만, 대손충당금을 외상값의 절반에 가깝게 보수적으로 높게 쌓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단 1%도 설정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 대손충당금 비율↑ = 영업실적↓ ‘숨겨진 공식’

흥미로운 점은 대체로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이 10% 이상 높은 곳은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던 반면, 1% 이하만을 설정한 곳에서는 전반적으로 영업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손충당금을 10% 이상 쌓아놓은 17곳 가운데 10곳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였거나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을 1% 이하로 잡은 곳(10개사)은 1곳에서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대손충당금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 진양·삼성·메디톡스·안국·우리들·명문, 충당금 비율 20% 웃돌아

기업별로 보면 대손충당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진양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230억 원의 매출채권 중 절반(46%)에 육박하는 107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놨다. 외상값의 절반은 못 받을 각오를 이미 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회사는 만기 경과 후 3년을 초과한 102억 원의 외상값(44%비중)에 대해 대부분을 비용처리 해놨다.

이어 삼성제약(충당금비율 36%, 충당금 75억원), 메디톡스(28%, 211억원), 안국약품(24%, 111억원), 우리들제약(24%, 59억원), 명문제약(22%, 122억원), JW중외제약(19%, 357억원), 차바이오텍(18%, 164억원), 유유제약(18%, 38억원), 신풍제약(14%, 155억원), 화일약품(14%, 71억원), 대웅제약(13%, 206억원), 동구바이오제약(12%, 27억원), 동성제약(12%, 47억원), 국제약품(12%, 30억원), 서울제약(11%, 5억원), 일양약품(11%, 73억원) 등 17곳이 10% 이상 대손충당금을 설정해놨다.

대손충당금 비율이 과도했던 일부 제약사의 경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제약, 메디톡스, 명문제약, JW중외제약, 차바이오텍, 서울제약은 올해 영업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들제약, 유유제약, 대웅제약, 일양약품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충담금 ‘0%’…못받을 돈 리스크 ‘제로’

대손충당금 비율이 낮았던 곳은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두 회사 모두 충당금 설정비율이 ‘제로(0%)’였다. 이 두 회사는 받아야 할 외상값만 각각 1,951억 원과 3,967억 원에 달했지만 ‘못받을 돈’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의 경우 외상값이 1조원(1조 464억 원)을 웃돌았지만 충당금으로 설정한 금액은 14억 원에 불과했다. 비율로 보면 0.1%다. 이어 보령제약 (충당금비율 0.3%, 대손충당금 3억원), 한독(0.4%, 5억원), 하나제약(0.4%, 1억원), 동아에스티(0.4%, 6억원), 셀트리온제약(0.8%, 11억원), 유한양행(0.9%, 35억원), 종근당(1%, 14억원) 등 10곳도 충당금 비율이 1% 이하였다.

한편, 셀트리온家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매출채권 잔액은 무려 1조 5,788억 원에 달했지만 충당금 비율이 모두 1% 미만으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총 25억 원에 불과했다.

>> 코로나19 장기화, 채무불이행 ‘먹구름’…하반기 실적 변수로 작용할 듯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대웅제약으로, 47억 원 규모가 증가했다. 이 회사의 영업실적 감소에 직격타를 날린 셈이다. 대웅제약은 대손충당금 비율도 지난해 보다 4.7% 높아졌다.

메디톡스도 43억 원(실제 상각은 48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이 반영돼 적자전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의 대손충당금 비율은 지난해 보다 5.5% 증가한 28%였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이 25억 원을 손실로 기록했으며, JW중외제약(대손충당금 증가액 23억원, 전년비 설정비율 3.6% 증가), 안국약품(18억원, 6.5%) 등이 10억 원 이상 규모의 손실을 반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하반기 채무불이행 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보수적으로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조정해 회계에 반영할 수 있다”면서 “대손충당금 손실률이 하반기 실적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