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리치 vs 캐시푸어, 영업 외 손익 현미경 해부(下)
몸집 작을수록 ‘돈 굴리기’ 약골…중소사 10곳 중 6곳 ‘영업 외 적자’

국내 중소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올 상반기 영업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이들 기업은 영업 외 부문에서도 직격타를 맞았다.

그동안 영업 기반이 열악한 중소사들의 경우 제품시장에서 밀리면 투자나 재무활동을 통해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소제약바이오기업 3곳 중 2곳이 지난 상반기 영업 외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1일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반기 보고서를 통해 영업 외 손익 항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소제약사(상반기 매출 1,000억원 미만) 35개 기업 가운데 20곳에서 영업 외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외 이익을 낸 곳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15곳). 전체 35곳의 총 손실 규모는 382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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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영업 외 비중이 영업익 ‘압도’

에이프로젠·메디포스트·일성신약 ‘흑자전환’ vs 우진비앤지·JW·동성 ‘적자전환’

일부 중소제약바이오기업의 상반기 영업 성과가 영업 외 부문에서 결판났다.

실제로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하고도 영업 외 부문에서 이익을 내 흑자를 기록한 곳은 에이프로젠제약, 메디포스트, 일성신약이었다.

반대로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지만, 영업 외에서 손실이 많아 적자를 기록한 곳은 우진비앤지, 메타바이오메드, JW신약 등이었다.

영업 외 실적이 좋았던 곳은 대표적으로 에이프로젠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영업에서 상반기 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영업 외에서 128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116억 원의 순이익을 챙겼다.

이 외에도 에스티팜(106억원), 메디포스트(53억원), 한올바이오파마(51억원), 에스텍파마(42억원), 경동제약(31억원), 휴젤(25억원) 등이 영업 외 부문에서 A+ 성적을 받았다.

반면, 삼성제약(-152억원), 헬릭스미스(-123억원), 바이오니아(-108억원), 제넥신(-78억원), 신라젠(-63억원), 동성제약(-55억원), JW신약(-45억원), 테라젠이텍스(-43억원) 등은 자금투자에서 본전을 못찾고 큰 폭의 적자를 냈다.

≫ 삼일제약, 이자 부담 떠안아 …‘새어나간 이자’, 들어온 이자 ‘압도’

제약사들에게 이자비용은 실적을 깎아먹는 최대 걸림돌이었다. 조사기업 35곳 가운데 23곳이 ‘들어온 이자(이자수익)’보다 ‘새어나간 이자(이자비용)’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총 이자비용은 387억 원으로 이자수익(193억원)의 2배에 달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일제약이 28억 원으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기업이었다. 이어 코오롱생명과학(-26억원), 대화제약(-26억원), 메디포스트(-25억원), 제넥신(-24억원), 헬릭스미스(-22억원), 셀트리온제약(-22억원) 등도 ‘새어나간 이자’가 들어온 이자를 압도했다.

반대로 이자로 재미를 본 곳도 있었다. 에이프로젠제약은 33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11억원), 디에이치피코리아(+7억원), 삼천당제약(+5억원) 등도 이자로 수익을 낸 곳들이었다.

≫ 중소제약바이오기업, 외환 재미는 ‘글쎄’

중소제약바이오기업들은 환율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외화를 통한 이익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외환을 처분(환산)해 1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벌어들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손실이 컸던 휴젤(-26억원)을 포함해 중소사 전체적으로 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가장 큰 폭의 외화 이익을 챙긴 곳은 에스텍파마였다. 이 회사는 외환으로만 7억 원의 이익을 냈다. 바이오니아, 인트론바이오, 삼천당제약, 일성신약, 헬릭스미스도 3억 원 이상의 외환 이익을 챙겼다.

≫ 삼성제약, 젬백스로 100억 원대 '손실'

유유제약, 세금 추납 14억원…신라젠 58억 손해배상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이익을 낸 곳들도 있었다. 에스티팜(+94억원), 제넥신(+75억원), 에이프로젠제약(+40억원), 휴젤(+37억원), 에스텍파마(+30억원) 등이 유가증권이나 금융상품을 처분하거나 운용해 상반기에 재미를 봤다.

반면, 영업으로 번 돈을 영업 외에서 깎아먹은 곳도 나왔다. 삼성제약은 주식평가 손실 규모만 117억 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젬백스앤카엘(-107억원), 젬백스지오(-10억원)로 인해 손실 폭이 불어났다. 이 외에도 헬릭스미스(-46억원), JW신약(-40억원) 등이 큰 폭의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

임대료 수익도 영업 외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 한 몫했다. 제넥신(3억원), 에이프로젠제약(2억원), 대화제약(2억원), 동성제약(2억원), 테라젠이텍스(1억원) 등이 임대 수익으로 돈을 벌었다.

투자한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서 재미를 본 곳도 있었다. 에이프로젠제약이 56억 원으로 지분이익을 가장 많이 챙긴 회사였다. 동구바이오제약도 9억 원의 이익을 냈다.

반면, 제넥신은 139억 원의 지분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관계기업 투자주식 처분으로 78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면서 전체 영업 외 손익은 78억 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눈길이 가는 점은 이 회사가 보유한 제넨바이오의 지분 9.15%(858만8181주)다. 제넥신은 제넨바이오의 지분 손실 규모를 상반기 3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최근 제넨바이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를 시장가치로 환산해 보면 8월26일 기준 약 48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장부가가 11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80억 원의 이익이 숨어있는 셈이다.

한편, 법인세 추납액과 손해배상으로 궁지에 몰린 기업도 있었다. 유유제약은 영업 외 손실 15억 원 가운데 법인세 세금 추납 규모가 14억 원에 달했다. 62억 원의 영업 외 손실을 낸 신라젠은 손해배상액으로만 58억 원을 장부에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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