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기 순익만 88억…계열사 적자탓에 지분법 손실 100억 달해
제넥신 지분 16% 보유, 시가 4500억 규모…매도시 막대한 이익도

한독이 계열사들의 지분법 손실에 가려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 자체 사업에서는 상반기에 8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제넥신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적자 탓에 지분법 손실을 대규모로 인식하면서 순이익이 4억원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계열사 부진이 한독 전반의 순이익을 끌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한독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가치를 고려하면 외부에 드러난 이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된 것이다. 한독은 제넥신의 최대주주(15.87%)로, 이를 현재 시장가치로 환산할 경우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숨겨두고 있는 셈이다.

13일 한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2,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12.1%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4억 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순이익은 4억여 원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독은 자체적으로 크게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코파마뉴스가 한독의 자체 사업만 놓고 따진 별도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54% 증가한 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7%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4.41% 증가한 153억원이었다.

주력제품인 당뇨치료제 아마릴과 테넬리아, 희귀질환치료제 솔리리스, 일반의약품인 케토톱과 훼스탈의 성장이 순이익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계열사들의 적자로 인해 지분법 손실액이 100억원에 달하면서 연결 재무제표에서는 순이익이 4억 3,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지분법은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투자주식에 대해 출자회사(피투자회사)의 경영실적을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것이다. 즉, A기업이 관계회사인 B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을 경우 B기업의 이익이나 손실을 A기업의 손익에도 지분율만큼 반영하도록 하는 셈법이다.

여기서 기업들은 20% 이상 지분을 출자했거나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사의 경영성과를 의무적으로 손익에 반영해야 한다.

상반기 한독의 관계기업 지분법 손실액을 보면 레졸루트 -44억원, 제넥신 –43억원, 한독칼로스메디칼 –8억 6,000만원, 엔비포스텍 –3억 6,000만원, 트리거테라퓨틱스 –1,600만원 등으로 손실액만 무려 100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한독의 별도 당기순이익은 121억원이었으나 이는 연결 재무제표에서 19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독이 자체적으로 크게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의 부진에 따른 지분법 손실이 대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의 수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 ‘숨은 일인치’가 숨겨져 있었다.

한독이 최대 주주로 있는 제넥신의 경우 지분법 평가에 따라 43억원의 손실액을 보였지만, 이는 실제 시장가치로 환산할 경우 상황은 반전되기 때문이다.

제넥신 지분의 15.87%를 보유하고 있는 한독은 재무제표상 상반기 기준 제넥신 지분 장부가액이 600억원이지만, 시장에서의 공정가치는 3,55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13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4,526억원에 달한다.

지분법 평가로 인해 손실 처리가 불가피 했지만, 이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4,500억여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한독이 지분을 매각한다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숨겨두고 있었던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독이 계열사들의 지분법 평가 손실에 가려 저평가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가치는 그 회사가 투자한 기업도 포함하고 있다”며 “한독이 투자한 제넥신의 현재 가치가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총이 치솟는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면 한독의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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