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임미경 교수

 

도수 높은 소주·양주보다 통풍 증상 더 악화시켜
남성 환자 80~90%, 비만한 사람 각별히 주의해야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경기를 즐기던 직장인 이 씨(43)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전 국민의 야식인 ‘치맥’과 함께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가락 관절부분이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 적잖이 당황한 이 씨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다음날 바로 병원을 찾았고, 뼈나 인대, 근육 등의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상상치도 못했던 ‘통풍’을 진단받게 됐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설상가상으로 월드컵 시즌을 지내다보니 시원한 맥주를 찾는 인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을지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임미경 교수는 “맥주는 도수가 높은 소주나 양주보다도 통풍의 직접적인 적으로 지목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통증? 통풍은 10~20년 전부터 시작됐다
통풍은 오랜 기간에 걸쳐 주로 엄지발가락에 통증과 붓기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만성 관절염의 일종으로 관절염 중에 가장 통증이 심해서 ‘병 중의 왕’으로 불린다. 또한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영국의 헨리 8세 국왕 등이 통풍을 앓아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 이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육류를 주로 먹는 식생활 변화로 인해 발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의 발생빈도는 인구 천 명 당 2명 정도로 대부분의 관절염은 여자가 주로 많이 걸리는 반면 통풍은 환자의 80∼90%가 남자다. 주로 40∼50대에서 증상이 시작되지만,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젊어져 20∼30대 에서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통풍은 관절 자체가 나빠서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요산이라는 물질이 혈액 내 증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요산이 10∼20년 동안 몸 안에 쌓이다 관절 안으로 넘쳐나면 관절에 첫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어제부터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더라도 병의 근원적인 시작은 10∼20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통풍은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요산치가 높은 사람이 과식을 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면 갑자기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나 수술을 받거나 몸이 피로할 때 체내 노폐물의 축적과 함께 혈액 내 요산이 많아져 증상이 나타기도 한다. 

여름에 마시는 맥주·탄산음료, 통풍의 최대의 적(敵)
탄산음료나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요산이 많이 만들어진다. 특히 술은 소변으로 요산이 배설되는 것도 억제해 혈액 내에 요산이 축적돼 관절에 급성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모든 술이 좋지 않지만 특히 맥주는 그 자체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이 요산으로 변하므로 체내의 요산 증가가 다른 술에 비해 더욱 높다.
여름에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빈도가 높고 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진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는 주원료인 맥주보리가 요산을 생성하는 퓨린 성분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양주보다 통풍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발가락은 우리 몸에서 가장 온도가 낮아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부위로, 주로 엄지발가락에 통풍이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차게 하는 것은 통풍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증도 없는데 약 끊지 뭐~” 앙돼요!!!
통풍은 요산이 몸 안에 쌓여 생기는 만큼, 치료를 위해서는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요산 이뇨제와 요산 합성 억제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환자는 어떤 약이든 지정된 것을 정확한 시간에 맞춰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복용하면 요산치가 내려가지만 요산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환자 마음대로 약의 복용을 줄이거나 멈추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관절염의 통증에만 관심을 두고 통증이 사라지면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시작했다면 일생동안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평생 통풍질환으로 고생하거나 신장질환, 뇌혈관장애 등과 같은 심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단 통풍의 진단을 받으면 그때만 치료하고 중단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와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통풍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인 과식, 음주, 흡연, 심한 운동을 삼가고, 퓨린 함유가 많은 내장, 등푸른 생선(정어리․멸치․고등어․청어), 메주 등의 식품보다는 퓨린이 거의 없는 쌀·밀가루 등의 소맥류나 김·다시마 등의 해조류, 야채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만한 사람에게서 통풍발작이 더 잘 일어나므로 비만한 사람은 체중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체중감소를 위해서 단식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거나 급격하게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통풍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일단 통풍발작이 오면 아픈 관절에 무리를 가해서는 안 된다. 베개 등을 받쳐서 아픈 부위를 좀 높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발도 편한 것을 신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절질환과 달리 찜질은 해롭다. 냉찜질이든 온찜질이든 모두 해로운데, 냉찜질은 관절 내에 침착되는 요산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고 온찜질은 염증반응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