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 EGFR 변이 NSCLC 1차 타그리소·렉라자, 연내 해결되나
약평위 넘은 희귀질환약, SGLT-2 만성심부전 적응증도 신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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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새로운 약물이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산적하다.

제약사는 새로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계속해서 새로운 허가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상 환자 폭이 좁은 이른바 ‘환자 맞춤형 치료제’가 속속 국내에도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환자 맞춤형 치료제’의 가격이다. 대상 환자가 적은 만큼 제약사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거두기 위해 약가를 높이는 추세다.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들이다.

반면 정부는 고민이 커진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장기 지속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약사가 요구하는 약가 기준을 맞춰주고 빠르게 급여권 진입을 허용할 수 없는 배경이다.

또한 전 국민이 준조세로 납부하는 국민건강보험인 만큼, 특정 질환에 큰 재정이 투입된다면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 평행선에는 환자가 있다. 신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간절히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점을 빠르게 찾아야 하는 이유다.

<메디코파마뉴스>는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약제 급여화 이슈에 대해 살펴봤다.

≫ 렉라자가 풀어낸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 절차, 적용까지 가시권

아스트라제네카의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대표적으로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의약품이다. 2차 치료제로서는 이미 급여가 이뤄지고 있지만,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타그리소가 1차 치료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급여화에 진척이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함께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파란불이 켜진 것.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3세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로 구분된다. 1세대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2세대인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과 비짐프로(성분명 코미티닙)에서 해결하지 못한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타그리소의 국내 허가는 ▲EGFR-TKI 1차 치료 후 T790M 변이 양성 환자 대상 2차 치료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완전 종양 절제술 후 보조 치료제 적응증으로 이뤄져 있다.

렉라자 허가는 ▲EGFR-TKI 1차 치료 후 T790M 변이 양성 환자 대상 2차 치료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2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이 약은 여전히 1·2세대 EGFR-TKI 치료 후 2차 라인에서 유일한 옵션이었다.

문제는 2018년 타그리소가 획득한 1차 치료제 적응증에서 발생했다. 뇌전이에 효과가 있는 첫 EGFR-TKI였지만, 여전히 급여권 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적응증은 FLAURA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FLAURA 연구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환자 556명은 타그리소군(279명)과 이레사(성분명 게파티닙)/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군(277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2017년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양 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를 발표했다. 당시 타그리소군의 PFS는 18.9개월, 1세대 TKI군은 10.2개월이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2018년 국내에서도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급여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 시점이다.

2019년 아스트라제네카는 FLAURA의 전체 생존기간(OS) 결과를 발표했다. PFS 개선이 OS 연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쏠렸다.

이 발표에서 타그리소군의 최종 OS는 38.6개월로 1세대 TKI군의 31.8개월에 비해 길었다. 3년 생존율은 타그리소군이 54%, 1세대 TKI군이 44%이었다.

문제는 아시아인에 대한 결과였다. 아시아인 하위분석 결과에서는 위험비(HR)가 0.99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를 1차 치료에 썼을 때 1세대 EGFR-TKI 대비 OS 개선을 보이는 환자가 1,000명 중 5명에 그쳤다는 뜻이다.

비아시안 그룹에서 OS 위험비는 0.542로 나타났다. 결국 전체 참여자의 OS 기간 연장은 비아시안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FLAURA 연구가 아시안 347명, 비아시안 209명으로 구성된 연구였기에 정부는 급여화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인에 유용하지 않을 수 있는 약물에 대규모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것. 결국 타그리소를 국민건강보험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약가 인하, 혹은 제약사의 재정 분담이 필요했다.

이 합의를 위한 협상이 2019년부터 이뤄졌지만, 여전히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는 여전히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

그런데 최근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 9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갑자기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배경에는 후발약물이자 경쟁약물인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있다.

렉라자는 2021년 2차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한 뒤 곧바로 국민건강보험 급여권까지 진입했다. 이후 2023년 6월 1차 치료제 허가까지 획득했다. 허가 이후 유한양행은 동정적사용프로그램(EAP)를 통해 무료로 환자에게 렉라자를 공급하고 있다.

렉라자는 1차 치료제 허가 후 2달 만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타그리소로서는 후발주자의 추격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행보다.

현재 타그리소는 약평위를 통과한 상태고 렉라자도 최근 약평위를 통과했다. 결국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서 3세대 TKI의 급여 시기는 두 제품이 동시에 되거나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판단 등이 남아있다. 오랜 기간 묵혀있던 1차 치료제로서 3세대 TKI의 국민건강보험 진입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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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평위 통과 코셀루고·럭스터나, 급여화 급물살 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희귀질환 약제들도 향후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건강보험 급여 논의가 마무리될 유력한 약물이다.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총상 신경섬유종을 동반한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황산염)와 유전성 망막 질환 원-샷 치료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을 통과시켰다. 급여 적적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코셀루고는 3세 이상 소아의 수술이 불가능한 신경섬유종증 1형 최초 치료제로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에서 허가됐다. 국내에서도 2021년 5월 허가됐다.

코셀루고는 MEK 활성을 차단하며 Raf-MEK-ERK 경로가 활성화된 세포주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 허가는 코셀루고의 임상 2상 SPRINT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코셀루고가 종양이 발생하는 근원을 차단해 종양의 크기를 유의미하게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3~17세 수술 불가능한 총상 신경섬유종 동반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 50명 중 37명, 74%가 부분반응을 보였고, 이 중 28명은 1년 이상 반응이 지속됐다.

치료 1년 후 환자가 보고한 종양 통증 강도 점수는 평균 2점 감소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1년에 2억 원에 달하는 약가 탓에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코셀루고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비급여 결론은 내는 등 그간 진전이 없었다. 지난 8월에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코셀루고의 급여에 대해 ‘재논의’ 결론을 내린 뒤에야 최근 약평위를 통과했다.

1회 투약으로 유전성망막질환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바티스의 럭스터나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럭스터나는 유전성망막질환의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RPE65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전의 치료제다. 한 번의 투약만으로 모든 치료를 마치는 원-샷 치료제로서 가치가 뛰어나다.

국내 허가는 지난 2021년 9월 이뤄졌지만, 역시나 가격이 문제였다. 럭스터나의 미국 약가는 양쪽 눈 투약 시 10억 원에 달한다.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기에 환자들의 마음은 급하지만, 그간 급여 논의가 지연된 배경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럭스터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거쳐 급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 만성심부전 접수한 SGLT-2 억제제, 급여 논의 본격화도 관심

향후 국민건강보험 급여 논의의 쟁점이 될 치료제로 SGLT-2 억제제 기전의 두 치료제가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로 대표되는 SGLT-2 억제제의 만성심부전 적응증이다.

이 두 치료제는 이미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심장학회를 달구며 만성심부전의 새로운 옵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포시가가 2019년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가 참여한 DAPA-HF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시작을 알렸고 2020년 ESC에서 자디앙이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 대한 효과·안전성을 평가한 EMPEROR-Reduced 연구 결과가 발표했다.

포시가는 2021년 2020년 미국, 유럽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당뇨병과 관계없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허가받았고 2021년 자디앙 또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국내 적응증 승인도 같은 해 11월 이뤄졌다.

여기까지였다면 이미 SGLT-2 억제제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으로 급여권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급여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허가 직전 발표된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 박출률 보존 심부전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베링거인겔하임이 급여신청을 미뤘기 때문이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서는 박출률 감소와 보존을 구분하지 않은 적응증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에 당연한 판단이었다.

자디앙이 급여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SGLT-2 억제제의 만성심부전 급여권 진입은 미뤄졌다. 이후 지난해 5월 만성심부전 전체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은 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포시가 또한 박출률 보존 또는 소폭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LIVER 임상 결과를 ESC에서 발표했다. 포시가는 올해 6월 자디앙과 마찬가지로 박출률 상태와 관계없는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인제서야 만성심부전에 대한 자디앙과 포시가의 적응증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약가가 높지 않고 안전성을 입증한 치료제로 볼 수 있다. 급여 논의가 시작된다면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이다.

두 약제의 적응증 확대가 이어지며 미뤄졌던 만성심부전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이제는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열린 포시가의 만성심부전 적응증 확대 기자간담회에서 강석민 연세의대 교수(심장내과)는 “SGLT-2 억제제가 전체 만성심부전 스펙트럼은 물론 다른 약제 복용 환자에게도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박출률 보존 및 경도 감소 심부전 환자의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른 시간 안에 급여 등재로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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