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상장 제약기업 86곳 핵심감사항목 해부(上)
수익인식·재고자산·연구개발비·부채 이슈 등 회계 처리 ’쟁점‘
’수익인식의 적정성‘ 집중 점검…60개사 공시 중 ’최다‘ 언급
전문가 “투자자, 핵심감사항목 필수적으로 검토할 필요 있어”

외부 감사가 제약사의 가계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익 반영의 적정성과 재고자산 평가의 투명성을 집중 점검 항목으로 꼽은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이른바 ‘밀어 넣기’로 수익을 냈는지와 의약품 유통기한에 따른 재고를 적절하게 반영했는지를 ‘핵심감사항목’으로 선택한 것이다.

핵심감사항목(Key Audit Matters)은 정보이용자에게 재무적으로 가장 의미 있으면서도 리스크가 존재한 항목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내용을 뜻한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 2016년 도입됐다. 2019년까지는 자산 1천억 원 이상 상장사만 핵심감사 영향권에 있었지만 올해(2020년 사업보고서)부터는 모든 상장사에 적용된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외부 회계법인이 국내 상장 제약사 60곳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한 핵심항목들을 들여다 봤다. 분석 기준은 2020년 및 올해 1분기 정기보고서다.

먼저 외부 회계법인이 1순위로 따져본 건 기업들의 수익 인식에 대한 적정성이었다. 그 결과 60개사가 보고서 상에 기재한 62건의 공시 내용 중 12건은 명백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전체 공시의 19%에 달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 재고자산 평가(10건, 16% 비중) ▲ 개발비 및 무형자산 처리(9건, 15%) ▲ 반품 및 환불부채 추정(6건, 10%)에 관한 항목이 집중적으로 감사 대상에 올랐다.

또 ▲ 매출의 발생 사실(5건, 8%) ▲ 종속 또는 관계사의 투자주식 평가(4건, 6%) ▲ 영업권 상각(3건, 5%), ▲ 매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3건, 5%)에 대한 문제점도 외부 감사가 집중한 항목들이었다.

이 외에도 ▲ 금융자산 평가(2건 3%) ▲ 이연법인세 회계(2건, 3%) ▲ 판매장려금(2건, 3%), ▲ 분리형 전환사채 평가(1건, 2%) 등이 소수 의견에 해당하는 항목들이었다.

 

☞  <상장 제약사 핵심감사 현황 >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표=상장제약사 핵심감사 현황(자료 출처: 각사 2020년도 감사보고서)
표=상장제약사 핵심감사 현황(자료 출처: 각사 2020년도 감사보고서)

≫ 수익 인식의 적정성, 대형사보다 중소제약사 ‘집중 점검’

기업별로 보면 대원제약, 안국약품, 명문제약, 국제약품, 고려제약, 경남제약, 비씨월드제약, 조아제약, 한국유니온제약, 서울제약 등이 수익 인식과 관련해 외부 감사 대상에 올랐다. 핵심감사 항목 중 가장 많은 수다.

수익 인식의 적정성이 핵심감사 대상으로 가장 많이 선정된 이유는 계약별 수익을 적정한 기간에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데 기간의 착오나 세금계산서의 누락 등 오류 발생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익 인식에 대한 감사는 대형제약사보다 중소제약사에 쏠려 있었다. 이는 매출 발생과 비용 지출이 신약 개발보다는 내수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소제약사의 특성상 도매상이나 병원, 약국 등 소액 결제가 주로 이뤄지는 만큼 복잡성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유니온제약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은 수익 인식을 핵심감사 내용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영업 판매대행을 하는 도매상과의 매출거래액과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매출 조기 인식에 따른 위험 및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규모, ‘감사 잣대’ 엄격해져

회계법인들은 재고자산의 평가 문제도 중요한 감사 과제로 봤다. 여기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종근당, 광동제약, GC녹십자, 휴온스, 경동제약, 삼일제약, 화일약품, 삼성제약, 신신제약이 해당됐다. 대체적으로는 총 자산에서 재고자산 비중이 큰 곳들이다.

한영회계법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이 2조 346억 원으로 총자산의 54%를 차지했다”면서 “향후 예상판매가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재고자산의 과대계상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동제약을 감사한 서현회계법인도 “재고자산이 총자산의 약 21%를 차지한다”며 “미래 판매 예상치에 불확실성이 존재해 재고자산 평가와 관련한 회계처리를 핵심감사 항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2018년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도마 위’…자산화 관행은 ‘여전’

개발비 자산화 및 손상평가(손실을 평가하는 일)에 대해서는 대웅제약, 차바이오텍, 일동제약, 일양약품, 삼천당제약, 부광약품, 대화제약, CMG제약, 셀트리온 등이 지명됐다.

개발비 이슈는 지난 2018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이 임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즉시 비용처리 하지 않고 자산화 된 개발비는 일반적으로 10년에서 15년에 걸쳐 매년 장부에 반영한다.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공시 모범사례를 통해 연구개발비에 대한 공시를 표준 규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차바이오텍을 감사한 이정회계법인은 “지난해 133억 원의 개발비가 재무제표에 있어 중요한 금액으로 판정했다‘면서도 ”문제는 내부창출 개발비가 경영진의 가정에 기반하는 유의적인 판단이 반영되는 만큼 개발비의 자산화와 손상평가를 핵심감사 사항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외부 감사는 동일한 이유로 계열사인 CMG제약의 개발비 104억 원에도 주목했다.

이렇게 무형자산으로 처리된 개발비는 셀트리온이 지난해 1조926억 원에 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압도적인 규모를 드러냈다.

≫ 몸값 오른 제약바이오, 따져 볼 핵심감사항목도 늘어나

반품 및 환불 부채와 관련해서는 제일약품, 보령제약, 하나제약, 대한뉴팜, 동성제약, 신일제약이 언급됐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반품이 가능한 판매량에 대해서는 변동성을 감안해 해당 매출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 또 추후 환불이 예상되는 금액은 환불 부채로 기록하게 돼 있다.

제일약품의 외부 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고객이 반품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자산으로 처리해야 하고 고객에게 판매대금을 돌려줘야 할 부분은 환불부채로 기록해야 한다”며 “이 회사의 반품제품회수권은 43억 원, 환불부채는 131억 원으로 반품율과 할인율을 경영진이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핵심감사항목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씨젠,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한독, 경보제약 등은 매출 발생 사실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졌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팜젠사이언스, 차바이오텍, 부광약품 등에 대해서는 종속 또는 관계사의 투자주식 평가 항목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 외에도 영업권 상각은 셀트리온제약, 동화약품, 휴젤에서 핵심 이슈로 나타났고 매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은 신풍제약, 이연제약에 핵심감사 항목에 반영됐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한 회계사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의약품 재고자산과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처리,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투자주식의 평가가 최근 외부 감사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핵심감사항목은 가장 유의적이면서도 리스크 요인이 있는 부분만을 지목하는 것으로 투자자는 이를 필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