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렉키로나·램시마 ‘실망스런’ 실적…매도세 강화 주요 원인
공매도 잔고 및 비중 급감했는데…자극적 보도, 여론 악화 ‘부채질’
결과론적 해석에 순기능 외면…“시장 질서 근간 지키려면 제제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근 연저점 언저리를 맴돌자 일부 언론들이 공매도를 원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가 하락의 주범은 공매도가 아니라 이 회사의 흐릿해진 성장성에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매도에 대한 여론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될 경우 시장 질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며 연저점 주변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몰누피라비르)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렉키로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인 것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셀트리온의 단기 하락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달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되고, 삼성전자, HMM, 네이버,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형주가 공매도의 집중 표적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셀트리온 역시 공매도의 먹잇감이 됐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주가가 급락한 당일(10.5/-12.10%) 공매도 거래대금(460억 원)은 전 거래일(10.1/230억 원)보다 2배 증가했다.

여기에 이 회사의 주가 흐름에 공매도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전례와 최근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더해지면서 여론몰이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여기서 일부 언론들은 셀트리온이 최고가를 찍었던 작년 말(12.7/40만3,500원)과 연저점에 언저리에 있는 최근 주가(21~22만 원)를 비교하고,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잔고액(10.19일 기준 8,810억 원)이 가장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공매도에 대한 적대감 확산을 부채질했다.

그렇다면 올 들어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주가는 정말로 공매도가 상당 부분 걸림돌 역할을 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이 회사의 공매도 잔고액부터 들여다 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공매도가 금지(2020.3.14.)되기 직전,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액(2020.3.13. 기준/2조450억 원)과 시가총액 대비 비중(9.35%)은 코스피·코스닥 통틀어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현재(2021.10.19 기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공매도 잔고액은 8,810억 원으로 무려 56.1% 감소했고, 시가총액 대비 비중도 2.93%(10위)로 급격히 줄었다. 수치적으로 보면 오히려 과거보다 공매도의 굴레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셈이다.

또 공매도 공세가 거셌다고 해서 이 회사가 하방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매도를 피해 지난 2018년(2.9)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은 그해 초(1.8) 처음으로 주가가 30만 원(30만2,500원)을 돌파했다.

당시 공매도 잔고액은 1조9,110억 원이었는데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달의 마지막 거래일(2.27)에 공매도 잔고액은 3조760억 원으로 30% 이상 급증했다.

그럼에도 당시 주가는 35만1,000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공매도 세력을 압도한 것이다.

올해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세를 두고 공매도를 주요 원인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이보다는 지난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와 차세대 주력 바이오시밀러로 주목받던 램시마SC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며 향후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 매도세가 강화된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6.55% 줄어든 2,047억 원(증권사 전망치 평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을 비롯한 대형주들에 대한 공매도가 최근 급증하면서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는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이다”라며 “공매도가 급증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결국 개별 기업의 향후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매도가 시장 과열과 거품을 막는 순기능이 있음에도 잘못된 정보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 결국 시장 질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막을 제제 수단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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