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 ‘큐시미아’ 거래 ‘충격’…고도화되는 의약품 중고 유통
게시글 삭제 후 같은 게시글 올려도 제재 방법은 소비자 신고 뿐

의약품 불법 거래장이 된 ‘당근마켓’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기서는 일반의약품 뿐 아니라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표는 최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약품 불법 거래를 원천 차단했다고 했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중고물품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는 식욕억제제인 ‘큐시미아’ 판매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올린 판매자는 “처방도 어렵고 비싼 약이다. 저랑은 안 맞아서 내놓는다”며 10만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큐시미아는 알보젠코리아에서 생산하는 식욕억제제로 펜터민염산염과 토피라메이트로 이뤄진 전문의약품이다. 즉,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약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에서는 버젓이 비만 치료제가 팔리고 있었다.

메디코파마 취재진은 해당 전문의약품의 판매글을 올린 사람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이 판매자는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큐시미아는 처방용 약이기도 하지만 구글에서 직구해 직접 먹는 사람도 많다”며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약에 대한 부작용까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 판매자는 “큐시미아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용량을 점점 늘려가면서 다이어트를 진행한다”며 “제가 처방받은 약은 2단계 제품이다. 손발이 조금 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식욕억제제는 부작용이 있다. 그 중에 함량을 가장 낮춰서 안전하고 성공률을 높인 게 큐시미아”라며 “다른 약은 괜찮았는데 큐시미아는 (복용하고) 위가 좀 아파서 두알 먹고 놔두고 있기에는 돈이 아까워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판매자는 1차 적발 후 같은 날 오후 가격을 낮춰 판매글을 다시 게재하기도 했다.

전문의약품 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판매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GSK의 ‘테라플루’, 삼남제약의 ‘마그밀정’ 등이 거래되고 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의 판매 글들이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후 게재됐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재현 대표는 “서비스 운영 초기에는 신고기능과 제재 기능을 통해 의약품 거래 자체를 차단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다”며 “기술적인 조치를 취해 의약품 중고거래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에서는 여전히 의약품이 거래되고 있던 것.

이에 대해 당근마켓 측은 이용자 대상 커뮤니케이션 확대를 통해 불법 의약품 중고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제공받은 모든 의약품 리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사전 필터링 하는 기술을 개발해 9월 말부터 적용해오고 있다”면서 “외부 기관에서 제공받는 키워드뿐만 아니라 자체 모니터링 및 신고를 통해 알아낸 키워드까지 활용해 필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IT기술을 활용한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대상 커뮤니케이션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의약품 거래 게시글을 올린 사용자에게 판매 거래 금지 품목임을 1:1로 안내하고, 그대로 반복될 경우 영구 제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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