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대 정원으로는 지방 의료취약지 소외 더 심화 우려
경실련, 의정협의체 중단…사회적 논의체 확대・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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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시민단체에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증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존 의대 정원으로는 지방 의료취약지 소외가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사회적 논의체로 확대・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 등으로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중단했던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4일 협의체 복귀를 선언했다.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을 위해서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13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으로 정부와의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이날 의협은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을 위해 의료현안협의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비수도권,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 인력 수급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파업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대하면서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된 이후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유행은 안정화됐다.

여기에 더해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간호사들이 의사의 업무를 대리하는 사례가 알려졌고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진료 대기’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불거지면서 의사 인력 확충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에 관해 구체적인 수치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500명 가량 늘리는 방안과 지난 의약분업 당시 감축한 351명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실련,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최소 1천명 증원해야 실효성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들도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기존 의대에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국립의대가 없어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한 의료취약지 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며 “의료취약지 지자체의 공공의대 신설 요청은 묵살한 채 의사협회가 허락하는 땜질식 정책만을 테이블에 올리는 복지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사협회의 반대로 막혀 있는 공공의대 설립을 전제로 한 의대 정원 최소 1,000명 확대와 관련 법 제도 추진을 복지부에 지시해야 한다”며 “공공의대 신설을 전제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의료공백의 핵심으로 의사수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경실련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공백의 핵심은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과 그나마 있는 의사 인력도 인기과 및 특정 지역에 쏠려있다는 점”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대폭 확충하고 필수진료과 및 의료취약지에 의사 인력을 배치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보류한 채 그동안 실패했던 수가 인상과 기존 의대 소규모 증원 등 땜질식 대책만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현재 알려진 대로면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과대학 신설이나 의무복무 규정은 빠진 채 과거 의약분업 당시 의사 달래기용으로 감축시킨 정원 수를 다시 되돌리는 정도로 마무리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의료 취약지로 분류되는 지역인 전남, 경북, 인천 등은 공통적으로 국립 의과대학이 없다.

경실련은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할 방안도 배치할 병원도 없어 인프라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단순히 배출만 늘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국가가 직접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의료를 위해 의무복무할 수 있는 공공의과대학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필수공공의료 부족 해소를 위해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이외 100명 미만의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 국방·보훈·소방·경찰·교정 등 특수목적 의과대학 신설 등을 위한 최소 1,000명 이상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의료취약지 지자체도 국회와 정부에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의사 주도 '반쪽자리' 의료현안 협의체, 사회적 논의체로 확대 시급

경실련은 의사협회와 복지부만 참여하는 의료현안 협의체를 해체하고 지자체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의사협회와 코로나19 안정 시 의대 정원 확대를 재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의사협회는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정부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논의를 거부하며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협의체 참여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비급여 보고제도 시행 철회와 의료인 면허 취소법 및 간호법의 대통령 거부권을 주장하며 의정협의체 논의를 중단시키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역단체에 발목 잡힌 편협하고 비정상적인 논의구조에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의정현안 협의체는 법적 근거나 권한도 없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이해당사자와 밀실에서 결정하는 기이한 구조이므로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방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구조로 확대 전환하고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와 공공의료를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지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들도 나서서 의대 정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지난 24일 개최된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모두발언에서 “최근 5세 아이 사망 사건, 10세 여아 사망사건 등 의료시스템 공백 문제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국민·언론 등에서 의대 정원 확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서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뒤의 일이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같은 기피과의 전문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의료인력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증가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 있을 내년 전공의 지원시 기피과에 인턴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기피과 지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기피과 증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닌 인력 재배치를 통해 필수의료 공백을 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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