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일본 원격의료정책 현황과 시사점’ 발간
50년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4단계 걸쳐 점진적 정책 완화 추진
코로나19 확산에 2021년 원격의료 공식적으로 완전 허용
재택의료용 원격 시스템 마련…모니터링 수가도 지급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최근 들어 일본 내에서 원격의료가 확산됐다. 이는 온라인 초진 및 의약품 배달 허용, 수가 적용, 다양한 플랫폼 등이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 제도화에 앞서 약 50년 동안 시범사업을 해왔던 일본은 코로나19의 일본 내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2021년 8월 ‘온라인 진료 특례조치 항구화’를 공표했다.

이에 따라 초진은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는 조항이 삭제됐으며 온라인 초·재진 수가를 정식 도입하고 의약품 배달도 허용됐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일본 내에서는 원격의료 이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 크게 증가했다.

일본의 원격의료(전화・온라인 진료)의 진료건수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2020년 4월에 약 420만 건으로 증가했고, 5월에는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약 1,280만 건에 육박했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약 260만 건이 이루어졌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일본 내 원격의료 누적 이용량은 약 1억560만 건으로 추정되고, 2021년 원격의료 이용량은 약 5,365만 건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본 통계청이 제공한 2021년 기준 일본 전체 진료 횟수는 약 13억1,000만 건으로 원격의료(추정치 약 5,365만 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원격의료의 이용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면 진료가 불가해진데다 온라인 초진을 허용하고, 질환 및 환자 위치 제한 해제, 의약품 배달 허용, 수가 적용(초/재진 모두 산정) 등 다양한 정책적 변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환자 상담, 재택의료, 화상 진단, 병리진단, 복약지도 등을 원격으로 할 수 있으며 민간기업 주도 하에 관련 플랫폼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주도의 전자의무기록 통합을 위한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일본 원격의료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원격의료 산업 현황을 소개했다.

온라인 진료를 위한 앱 등의 시스템 구축 및 월 이용료 등은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환자는 진료 후 앱 내 결제 시스템에서 본인부담금만 결제하면 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진료 플랫폼으로는 주로 ▲Clinics ▲Pocket Doctor ▲Curon ▲YaDoc ▲CARADA 온라인 진료 ▲라인(LINE) 닥터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중 일본 첫 번째 온라인 진료용 앱으로 출시된 ‘Clinics’는 2020년 12월 기준 누적 진료 횟수가 30만 회를 초과했으며 총무성 지원 ASPIC IoT・AI・클라우드 어워드 2020에서 총무대신상 수상 및 사회 업계 특화계 ASP・SaaS 부문 종합 그랑프리 등을 수상하는 등 일본 내에서 신뢰도와 이용도가 가장 높다.

지난해 12월에는 NTT 도코모와 Clinics 앱 개발사인 MEDLEY가 Clinics 앱에 대한 공동 운영을 개시했는데 이는 도코모의 메디컬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Curon 앱은 Swich OTC(Over the counter drug)의약품 구매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Swich OTC 의약품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된 의약품으로 구매 시 약사의 복약지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Curon 앱은 Swich OTC의약품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않고도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시간적・비용적 이점이 있으며 국민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격 재택의료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에 대한 재택 산소 요법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다.

재택 생활 요양 중인 환자가 사용하는 산소 농축기의 기기 정보 및 환자 자신이 측정한 산소포화도측정기의 생체 정보를 통합하는 장치로 측정된 정보는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된다.

필립스 재팬에서 출시한 수면・호흡 케어 기기인 ‘케어 오케스트레이터(Care Orchestrator)’가 대표적이다.

자택 내 요양 환자의 호흡 상태와 환기량 등에 대해 원격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한 의료적 개입이 가능하다.

재택 원격 모니터링은 2019년부터 가산 수가 산정이 가능한데 월 1회, 150점이다.

임산부 원격 모니터링용 의료기기도 눈에 띈다.

일본 치바(千葉)현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를 대상으로 입원 여부를 원격으로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원격 분만 감시 장치 대여를 시작했다.

치바현 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가 입원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행됐다.

임산부의 단골 병원 의사 측 의뢰에 따라 임산부 거주 지역의 주산기 모자의료센터에서 임산부에게 원격 분만 감시 장치를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임산부가 하트 모양의 센서를 자신의 복부에 부착하면 태아의 심박 수 및 자궁 수축 관련 데이터가 전송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임산부의 담당 의사 및 주산기 모자 의료센터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산통의 징후가 보이면 원격으로 입원 시기에 대한 조율을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연간 사망률 2위가 심부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고령 환자가 심장 재활을 위해 자주 통원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원격 심장 재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리모헵(Remohab)에서 개발한 심장 재활 기기 ‘리모헵’이 대표적이다.

리모헵은 심장 재활 전용 앱을 환자의 의자 앞에 설치하고 IoT형 바이크를 타며 심장 재활을 시행한다. 환자의 몸에 웨어러블 심전도계를 설치하고 심장 재활 시행 시 환자의 혈압 및 맥박, 심전파 형태가 의료기관으로 전송되며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부하를 설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VR 시스템을 이용한 작업치료기기, 원격 영상진단과 병리진단 시스템, 안과 원격진료용 시스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OTC 의약품 시장이 매우 발달돼 있으며 인구의 초고령화에 따른 약료비 상승 문제로 인해 전문의약품 중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Switch OTC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약품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일본은 최근 Swich OTC 의약품 선택에 관한 카운슬링 전용 앱을 출시해 이용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돕고 있으며 드럭스토어 및 각종 의약품 카테고리 소개, 온라인 약국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Swich OTC 의약품은 전문의약품에서 OTC의약품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된 의약품 목록이므로 원격 진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사의 처방권 강화 관련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며 “만약 국내에서도 원격의료가 시행된다면 이러한 진료 처방권 강화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원격의료 추진 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의료기기 등을 개발해 왔으며 인구 사망률 5위 이내의 사인들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려고 한다면 원격의료 도입 목적에 부합하도록 정책 제도화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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