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2 국내 제약바이오 ESG 등급 ‘현미경 해부’(下)
10곳 중 3곳만 ‘합격점’…6곳은 ‘보통’ 수준 조차 밑돌아
업계 하위 수준 C·D등급 절반 넘어…“절대적 노력 시급”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평가결과 대다수 기업에서 지난해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보다 ESG 통합등급이 하락한 곳은 조사대상 90곳 중 절반이 넘는 50곳에 달했다. 반면 상승한 곳은 단 5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평가 수준이 보통수준보다 아래인 ‘취약’한 곳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면서 절반(조사대상 62% 비중)이 넘는 곳에서 미흡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향후 ESG 관련 공시강화와 국민연금 등의 투자반영 확대가 예고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경영 준비와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한 2022년 ESG 통합평가에서 제약바이오기업 조사대상 90곳 중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A등급과 양호 등급인 B+등급을 받는 곳은 모두 합쳐 21곳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3곳만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반면 취약하거나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곳은 각각 28곳으로 절반이 넘는 56곳에서 낙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조사대상 90곳 중 C와 D등급을 합쳐 35곳인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기업지배구조원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모범규준을 강화 개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낙제 평가 기업이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인식 부족과 준비 소홀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마지막 합격점 B+ 클래스 탑승 기업 21곳…“친환경 경영 분발해야”

<메디코파마뉴스> 분석 결과, B+등급 ‘양호’에 해당하는 곳은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에스티팜, 일동홀딩스, 종근당, 한독, 경보제약, 녹십자홀딩스, 보령, 영진약품, 종근당바이오, 종근당홀딩스, 한국콜마, JW홀딩스, 대웅, 콜마비앤에이치, 대웅제약, 지씨셀, 한국콜마홀딩스 등 21곳이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소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경부문에선 A 평가가 전무 했는데 JW홀딩스의 경우 C에 해당하는 ‘취약’ 평가를 받았고 종근당, 보령, 영진약품, 종근당홀딩스, 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 등이 B+의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종합 B+등급 군에서 지난해 유일하게 환경 A를 받았던 종근당은 올해 강화된 기준으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회사는 매년 환경 정보를 공개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업계 처음으로 ‘에너지 경영 시스템 국제 표준(ISO-50001)’ 인증을 획득하고 일반 자재부터 포장재까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책임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A평가를 받은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일동홀딩스가 A+의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반면, 에스티팜, 영진약품, 한국콜마, JW홀딩스 등은 B+을 받아 분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처음으로 사회적 책임경영과 관련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2017년부터는 CSR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미약품의 사회적 책임 부문에 대한 등급을 A+로 평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에는 환경안전보건 경영을 위한 hEHS 위원회를 신설해 환경부문도 개선을 위한 작업 중이다.

지배 부문에서는 기업들 전반적으로 B와 B+ 사이로 보통수준보다 약간 양호하다는 평가속에 한국콜마홀딩스와 에스티팜이 A를 받아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 B등급 ‘보통’ 8곳…“비재무적 리스크, 주주가치 훼손 여지 있어”

B등급은 ‘보통’ 수준을 말하며 해당 기업에는 일동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대원제약, 서흥,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환인제약, 휴온스 등 8곳이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B등급을 받은 기업군에서는 대부분이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에서는 B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환경에서는 C와 D를 받은 곳이 각각 5곳과 3곳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셀스케어는 지난해 통합 B+등급에서 B등급으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회계 위반으로 적발된 것이 지배 부분에서의 감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업계 하위 수준 C·D등급 절반 넘는 56곳…“절대적 노력 시급 ”

ESG 경영이 ‘취약’ 또는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C등급에는 28곳이 지정됐다.

여기에는 케어젠, JW생명과학, JW중외제약, 광동제약, 국제약품, 신풍제약, 에이비엘바이오, HLB, 유유제약, 이연제약, 코오롱생명과학, 하나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휴젤, 파마리서치 등이 지난해보다 등급이 내려앉아 지정됐다.

이외 레고켐바이오, 부광약품, 셀리버리, 알테오젠, HLB생명과학, 엘앤씨바이오, 인트론바이오, 일양약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C등급을 받았다. 올해 신규로 평가받은 휴온스글로벌도 C등급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D등급을 받은 씨젠은 C등급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C등급은 ESG 경영체계를 갖추기 위한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 ESG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의 훼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SG 경영이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낙제 D등급에도 28곳이 지정됐다.

D등급 기업엔 삼일제약, 제일파마홀딩스, 코미팜, 파미셀, 헬릭스미스, 현대약품, CMG제약, 네이처셀, 메드팩토, 메지온, 삼성제약, 삼천당제약, 셀트리온제약, 에이프로젠제약, 오리엔트바이오, 일성신약,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차바이오텍, 팜젠사이언스가 포함됐고 모두 지난해보다 단계가 하락해 내려왔다. 올해 신규로 평가받은 HLB글로벌, 박셀바이오, 압타바이오 등도 D등급으로 지정됐다.

D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 경영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D등급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ESG 경영 체제를 거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향후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평가된 만큼 ESG 경영과 관련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약업계 전반적으로도 급속히 변화되고 있는 ESG 경영환경에 대응해 이사회 등 최고경영진 중심의 전사적 ESG 체계 구축과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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