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항암 소셜리스닝 결과 발표
암 환자, 정서적 어려움 크지만 내적 관리 비중 매우 낮아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 및 수가체계 개선 등 체계적인 접근 필요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는 23일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는 23일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국내 암 환자 절반 이상이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등 마음 건강 케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암 환자들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인식 및 수가체계를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지난 23일 제5회 항암치료의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암 소셜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와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소셜리스닝은 네이버 블로그, 카페, 지식인 및 다음 카페, 유튜브 댓글 등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1년간 온라인 소셜미디어 상에서 3가지 키워드 ‘암’, ‘항암’, ‘환자관리’에 대한 16만9,575건의 언급량을 수집, 분석해 이뤄졌다.

암 환자들이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언급량 2만899건을 분석한 결과, 신체적 어려움이 52%, 정서적 어려움이 42%로 나타났다.

암에 걸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이다.

정서적 어려움은 초기부터 치료과정 전반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초기 진단에서는 생존율에 대한 걱정과 암 자체에 대한 부정・부인하는 단계로 걱정, 부정, 우울함 등의 감정이 꾸준히 언급됐다.

치료 단계에서는 치료 결과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함, 부작용 등에 대한 우울함 때문에 두려움과 불안, 우울함 순으로 나타났다.

치료 후 극복 단계에서는 극복 및 완치 후에도 재발 확률에 대한 걱정과 불안 등으로 인해 불안, 걱정, 우려 등의 언급량이 도드라졌으며 악화 단계에서는 죽음에 대한 슬픔과 우울함, 두려움, 부정, 부인 등의 감정이 많이 언급됐다.

정서적 어려움을 토로한 글들이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환자 관리와 관련한 글 1만6,743건) 가운데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내적 관리’에 대한 언급량은 1,507건으로 9% 수준에 그쳤다.

내적 관리 관련 키워드 중 의료적과 상담이 각각 84%, 77%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정신과 상담과 관련된 항우울제, 미술치료, 정신과 등은 각각 5%, 1%, 1%로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과 상담, 항우울제 복용 등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이날 항암 소셜리스닝 결과를 발표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는 “생사에 기로에 놓인 환우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은 임상 현장에서 무척이나 잘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주의 깊게 케어해야 할 부분”이라며 “환자들의 마음건강은 실제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상 현장에서 정신의학과 협진 등 다학제적인 관점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암 환자들의 정신과 진료에 대한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암 환자들의 경우 행동치료나 상담치료, 심리치료 등 심층 진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체계 안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이 암 환자들을 심층 진료를 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다보니 의료체계에 녹아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등에 개설된 암 환자 지지센터의 경우 완치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현재 치료 중인 환자들의 정신과 진료를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암 환자를 위해 수가 개선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아대병원 종양내과 허석재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렇다 보니 협진을 권유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진료를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며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의료기관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암 환자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서관리나 심리케어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셜리스닝에서는 암 관련 정보 습득 채널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암 환자들의 암 관련 정보 습득 채널에 대한 언급량 1,661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의사는 44%, 환우 24%, 온라인 커뮤니티 18%, 유튜브는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임주한 교수는 “생존율이 높지 않은 질병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전문가한테 지식 습득하는 비율이 높았다”면서도 “우리나라에도 국가암정보센터가 있지만 이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이트 홍보 등 공식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학회는 이번 소셜리스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암 전문가가 답합니다: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를 발표했다.

▲본인에 맞는 치료법, 전문의와 논의하세요. ▲마음 건강도 살피세요. ▲부작용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세요.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가장 중시하세요. ▲항암 치료 여정의 키워드는 ‘희망’입니다. 등이다.

김인호 교수는 “소셜리스닝 분석을 통해 확인된대로 암 환자들이 알고 있는 항암 치료 환경에 대한 내용들이 정확한 부분도 있고 사실과 다른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항암 치료의 모든 과정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진료실에서도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 일상생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러한 소소한 부분까지도 기꺼이 상의할 수 있는, 항암의 동반자로서 주치의를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