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상장 기업 재무구조, 관리종목 지정 확대 ‘우려’
법차손 유예만료 30여곳…상당수 ‘재무 리스크’ 노출
자기자본 확충 절실한데…자금 조달 루트는 ‘제한적’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미국발 금리 쇼크 여파로 바이오벤처의 생존 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연구개발에 치중돼 있고, 수익 구조는 취약해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일정 부분 불가피한데 최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증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국내외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올해와 내년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 일부가 종료되는 바이오벤처들을 중심으로 시장 퇴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휘청이고 있다. 이달 들어 본격화된 하락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모든 산업군에서 대형주 중소형주 할 것 없이 연일 52주 신저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대표적인 기술 성장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섹터는 더 큰 충격을 받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상위사는 물론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벤처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술·성장 특례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업체 중 올해와 내년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 일부가 만료되는 곳은 당장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에 내몰리는 모양새다.

대부분 수익 모델이 취약한 상태인데 자체 사업 역량만으로 매출액(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 원 이상, 5년 유예)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자기자본 50% 미만, 3년 유예/ 이하 법차손) 등의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법차손 조건은 기술·성장 특례 상장 바이오벤처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라는 평가다.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및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실행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업체의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더라도 흥행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초고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메자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당장 올해 법차손 조건 유예가 종료되는 업체는 ▲옵티팜(기술) ▲셀리버리(성장) ▲파멥신(기술) ▲싸이토젠(기술) ▲네오펙트(기술) ▲티앤알바이오팹(기술) ▲전진바이오팜(기술) ▲에이비엘바이오(기술) ▲유틸렉스(기술) ▲비피도(기술) ▲이노테라피(기술) ▲셀리드(기술) ▲지노믹트리(기술) ▲수젠텍(기술) ▲마이크로디지탈(기술) ▲압타바이오(기술) ▲올리패스(기술) 등이다.

이 중 올리패스(76%), 셀리버리(73%), 싸이토젠(66%), 파맵신(39%), 네오펙트(31%), 셀리드(30%) 등은 올해 상반기까지 법차손의 자기자본 잠식 비율이 30% 이상이라 당장 재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라파스(기술) ▲티움바이오(기술) ▲JLK(기술) ▲신테카바이오(기술) ▲브릿지바이오(성장) ▲CJ바이오사이언스(기술) ▲카이노스메드(기술) ▲에스씨엠생명과학(기술) ▲젠큐릭스(기술) ▲소마젠(기술) ▲제놀루션(성장) ▲셀레믹스(성장) ▲이오플로우(성장) ▲압타머사이언스(성장) ▲박셀바이오(기술) 등의 법차손 조건 유예 만료가 예고돼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는 개선되면서 이들 업체의 경우 당장 올해 발등이 떨어진 업체들보다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리 힘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올해 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로 인한 달러 강세와 고금리 부담 등이 상당 기간 국내 증시 전반을 짓누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증시 전반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약바이오와 같은 기술 성장주는 더욱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간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던 코로나 비즈니스가 대부분 실패하면서 섹터 전반에 대한 투심의 신뢰성이 크게 낮아진 상태라 사업 구조가 취약한 신약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벤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과 올해 30곳 이상의 기술·성장 특례 상장기업이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적용 유예 혜택이 종료되거나 앞두고 있다”며 “외부 자금 유치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시장 퇴출 위기 업체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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