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백회-백경란 질병청장, 3차 간담회 6개월 만에 성사
백경란 청장 ‘떠넘기기’식 대응, 피해자 및 가족 ‘분노’
11가지 사항 답변 요청했지만…준비한 답변만 ‘반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만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백신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 보다 진일보한 답변을 기대했으나 백경란 청장은 준비해온 답변서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11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더 이상 질병청장과의 만남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윤석열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추진하는 한편, 백신접종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코백회와 질병관리청은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청사에서 백경란 청장과 3차 간담회를 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1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 시간을 훌쩍 지난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코백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간담회에서 ▲지자체 백신 부작용 치료 전담병원 선정 ▲사망자 및 중증환자 대상 생계유지비 및 치료비 지원 ▲19세 미만 학생 사인불명과 이상반응 시간적 개연성 무효화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에 피해자 및 희생자 가족 입회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내용 전부 공개(질병관리청에서 명백한 근거를 통해 입증하지 못한 경우 인과성 인정)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인과성 검토 전면 무효화 ▲기존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해체하고 심사위원 재편성 ▲기존 심의한 인과성 4-1은 2, 4-2는 3으로 인과성 상향 조정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이의신청은 제3의 기관에 위탁해 객관적인 평가 요구 ▲백신안정성위원회 결과가 개별 인과관계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음 ▲백신 피해자 인과서 인정 확대 및 입증 책임 전환 요청 등 총 11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백경란 청장이 이 같은 요구사항에 대해 준비해온 답변만 되풀이 했다는 것이 코백회 측의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강윤희 코백회 고문은 17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백신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데다 새 질병청장과의 미팅이었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내려왔지만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며 “감염병예방법상 피해 보상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질병청장임에도 불구하고 백경란 청장은 그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는 책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코백회에서 요구한 11가지 사항에 대해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못했다”며 “질병청장으로서 본인이 책임을 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질병청장이기 전에 감염학 전문가로서 현재의 인과관계 평가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강윤희 고문의 질문에도 백 청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는 것이 강 고문의 설명이다.

강 고문은 “코로나19 백신은 안전성은 충분이 입증된 백신이 아닌 만큼 뒤늦게 밝혀지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 안전성이 취약한 백신을 전국민한테 접종한 만큼 ‘임상시험 관리 기준’에 따라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아직 안전성을 잘 모르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했을 때 인과관계 평가를 하듯이 그 기준에 따르면 4-1은 2, 4-2는 3으로 인과관계 평가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백 청장은 이에 대해 고려해보겠다 등의 얘기조차 전혀 없었다”며 “권한을 가진 질병청장이 자기 의견을 한마디도 표현을 안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을 꾸준히 해야 되는 정부가 오히려 외면하는 모양새”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코백회, “백경란 청장 국회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간담회 연 것”

이번 간담회가 백경란 청장이 자의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국회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열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백경란 청장에게 코백회와의 간담회를 열 것을 요청했다.

김두경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백경란 청장과의 간담회를 질병청에 요청했으나 계속 미뤄왔다. 국회에서 백신 피해자들의 의견 청취를 공식적으로 얘기하면서 급하게 간담회를 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질병청은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8월 16일 오후 3시 30분부터 30분 동안 간담회를 열자고 통보했다. 겨우 우겨서 간담회 시간을 1시간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렵게 3차 간담회가 성사됐지만 백경란 청장은 준비해 온 서류만 읽고 말았다”며 “11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백경란 청장은 동석한 조경수 피해보상지원센터장한테 답변을 미뤘고, 조경수 센터장은 제대로된 답조차 내놓치 못하는 등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임 정은경 청장은 뭐라도 답변을 하고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백경란 청장은 국회에서 만나라고 하니 만나러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형식적이었다”며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깃거리를 갖고 나와야 하는데 이에 대해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4차 간담회를 요청하는 코백회의 요구에 백경란 청장이 답변을 회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간담회에서 4차 간담회를 요청하며 대략적인 일정이라도 확정해 달라고 했으나 백 청장은 이 답변마저도 피했다”며 “질병청장과의 간담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백회는 앞으로 백신접종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백신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전혀 체감할 수 있는 말 한 마디 안 해놓고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질병청장과의 간담회는 요청하지 않겠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4차 접종이 진행 중인데다 수능을 앞두고 고3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백신접종 피해자들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을 외면만 하고 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다음주에는 백신접종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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