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큐아 약가협상 기한 내 실패…정부-제약사 ‘동상이몽’
5월 허가사항 변경으로 적응증 기준 해결…약가 합의 난항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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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시장의 신약 접근성 확대가 난항을 겪고 있다. 순조로울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빗겨간 것.

3세대 ALK 표적치료제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의 국민건강보험 약가협상에서 정부와 제약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고지에 있는 제약사와 버티고 있는 정부의 구도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로비큐아의 개발사인 화이자제약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통과 후 60일이라는 기한 내에 약가협상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후 추가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비큐아의 급여협상은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 등 2세대 ALK 치료제를 사용한 뒤 2차 치료제, 혹은 2세대에 앞서 1세대인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사용한 3차 치료제로 이뤄지고 있다.

≫ 학계 의견 따라 급여기준 문제 해결…약가협상 ‘변수’ 발생

▲ 화이자 로비큐아 제품 사진
▲ 화이자 로비큐아 제품 사진

지난 2월 로비큐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4월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으며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다가섰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예상됐던 급여기준 문제가 해결됐다.

당시 로비큐아의 허가사항은 ▲알레센자 또는 자이카디아를 1차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 ▲잴코리 및 적어도 다른 1개의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로 제한 돼 있었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는 다케다의 알룬브릭이 로비큐아 허가사항에서 빠져 있던 것.

허가사항대로라면 알룬브릭을 1차로 사용할 경우 후속치료로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로비큐아가 글로벌 허가를 시작할 때 아직 알룬브릭이 1차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암학회(ESMO)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알룬브릭 이후 로비큐아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허가사항과 글로벌 가이드라인 사이의 괴리 탓에 국내 학계에서도 로비큐아의 국민건강보험 급여기준을 허가사항과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고, 암질심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급여기준 문제가 해결됐다.

이후 5월에는 로비큐아의 허가사항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치료로 단순화되면서 허가 외 급여 논란은 일단락됐다.

≫ 유일 지위 화이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협상…환자단체까지 정부 ‘압박’

급여기준 문제가 해결되면서 로비큐아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이르면 7월에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발목을 잡았다.

위험분담제(RSA) 계약으로 진행 중인 이 협상에서 화이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모두 약가를 포함한 조건을 양보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화이자 입장에서는 대체 의약품이 없는 유일한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늘리려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타 약제와의 형평성과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화이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협상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버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가협상이 난항을 겪자 당장 로비큐아가 필요한 환자들은 반발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폐암환우회는 약가협상이 기한 내 완료되지 못하자 서명문을 통해 “​비급여인 이 약(로비큐아)은 월 6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고가의 약이어서 환자들은 이 약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해외의 보험등재 평균 소요일수를 언급하며 로비큐아의 조속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 로비큐아를 필요로하는 환자의 목소리만큼 큰 부담은 없다. 반대로 화이자는 이 환자 목소리가 반갑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압박을 받으면 화이자는 협상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화이자의 로비큐아 급여약가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협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ALK 폐암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로비큐아는 2차, 혹은 3차 치료제로 유일한 옵션”이라며 “유일한 옵션이라는 것은 정부와 제약사의 협상 유불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측의 양보로 로비큐아가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해 국내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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