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속심사 지정 HER2 3차 치료제…허가 가시권
최근 FDA 허가, HER2 저발현 적응증도 신청 기반 갖춰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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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국내 도입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엔허투의 허가·판매를 맡고 있는 다이이찌 산쿄는 지난해 HER2 양성 유방암 3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했다. 일반적인 신약 허가절차를 감안할 때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HER2 양성 유방암의 3차 치료제는 기존에 화학요법 외에는 없던 옵션이다. 게다가 생존율도 타 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3차 치료제더라도 대상 환자는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내에서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기준인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있다. 엔허투가 고가인데다 최근 적응증까지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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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의 올해 주인공은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였다. 특히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화고 있는 엔허투는 2세대 ADC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결과를 내놓았다.

DESTINY-Breast04로 명명된 이 연구는 이전에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았거나 전이성 환경에서 1~2개의 화학요법을 경험한 HER2 저발현 환자를 엔허투군과 화학요법군으로 나눠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에는 글로벌 557명의 환자가 참여했으며 여기에는 한국 환자들도 포함됐다.

ASCO 발표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 엔허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9.9개월로 화학요법군의 5.1개월 대비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 또한 엔허투군 23.4개월, 화학요법군 16.8개월로 6개월 이상 혜택이 나타났다.

하위그룹인 호르몬 양성 환자에서 엔허투군의 PFS 중앙값은 10.1개월, 화학요법군의 5.4개월로 확인됐다. 이 그룹의 OS 중앙값 역시 엔허투군 23.9개월, 화학요법군 17.5개월로 6개월 이상 격차가 확인됐다.

이는 호르몬 음성 환자에서도 효과는 일관됐다. 호르몬 음성 환자에서 엔허투군의 PFS 중앙값은 8.5개월인 반면 화학요법군은 2.9개월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호르몬 양·음성 외에 다른 하위그룹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9년 HER2 양성 유방암에서 3차 치료제, 2022년 2차 치료제로서 허가된 바 있는 이 약물이 그간 부재하던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까지 영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

이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이달 초 내분비요법이나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로 엔허투를 허가했다. 그간 전체 유방암의 15% 내외였던 HER2 타깃 치료제의 사용 가능 범위를 큰 폭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다.

다음 성과로 기대할 수 있는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제 DESTINY-Breast06 임상연구 결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 국내선 일단 HER2 3차부터…건보 급여문제 대두될 듯

다이이찌 산쿄는 지난해 식약처에 엔허투의 허가를 신청했다. 2019년 FDA로부터 허가받은 HER2 양성 유방암 3차 치료제 적응증이다. 이전에 HER2를 타깃으로 한 2개 이상의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들이 대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 적응증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옵션은 화학요법뿐이다.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 등 HER2 타깃 치료제 옵션은 늘어났지만, 3차로 사용 가능한 옵션은 없다.

게다가 최근 이들 HER2 타깃 치료제들의 국민건강보험 적용기준 또한 확대되면서 3차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엔허투를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허가절차에 돌입했다.

예상대로 올해 안에 3차 치료제로서 허가가 이뤄지면 그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거쳐야만 가능하던 엔허투 처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처방 확대는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들의 이야기다. 민간 의료보험이 없다면 현재 1주기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엔허투의 약가를 공식적인 허가 아래서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엔허투의 허가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제약사가 약가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는 옵션 부재 고가 의약품 문제가 추가될 상황.

게다가 최근 FDA로부터 허가받은 HER2 저발현 적응증도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까지 진행한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대상 환자 수가 대폭 늘어나는데 엔허투의 최초 급여 협상에서 향후 늘어날 대상 환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HER2 유방암 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2세대 ADC, 특히 엔허투에 대한 유방암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가 크다”라며 “허가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데이터가 확실한 만큼 허가까지는 순조로울 것으로 본다. 다만 급여(국민건강보험) 문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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