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 의약품 공급 시스템’ 통해 재고 확인 및 직접 주문 채널 마련
공급량이 아닌 유통 과정이 문제…관련 직능단체와 수급 안정화 ‘맞손’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감기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새로운 대책이 마련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일단 유보적인 모양새다. 절대 생산량은 사실상 정해져 있는데 증산이 아닌 다른 방안으로 해결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정부는 모니터링 결과 물량이 부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공급자와 수요자 간 재고 정보가 신속하게 공유되면 현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과연 이번 조치가 감기약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기약의 수급이 특정 품목 또는 일부 지역 약국에서 불균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함께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늘(8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식약처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감기약 수급 현황(7.18~7.31)을 모니터링한 결과 수요량 대비 생산·수입량과 재고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공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 간 물량 재고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된다면 현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공개한 ‘확진자 대비 감기약 수급 현황(181개사 1,839개 품목)’을 살펴보면 지난 일주일(7.25~31) 코로나 확진자 수는 57만 명(성인 50만 명/소아 7만 명)이었는데 이 기간 출하량은 해열 진통제 346만 명(성인 264만 명/소아 82만 명)분, 기침 가래약 348만 명(성인 248만 명/소아 100만 명)분으로 수치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았다.

현재(7.31 기준) 해열 진통제와 기침 가래약의 재고량도 각각 742만 명(성인 616만 명/126만 명)분, 642만 명(성인 484만 명/소아 158만 명)분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더라도 일정 기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상황이다.

이에 식약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운영 중인 ‘소포장 의약품 안내 시스템’을 활용, 수요자와 공급자 간 물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유통 효율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즉 현 감기약 품귀 현상이 생산량 부족보다는 공급 과정에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감기약으로 장기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약국가는 이번 식약처의 조치가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생산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데 정작 현실은 물량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서다.

서울 지역 A약국장은 “전문약, 일반약 할 것 없이 처방·판매 빈도가 높은 감기약은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올해 초부터 지속돼 온 수급 문제가 왜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일단 정부가 관련 직능단체와 손을 잡고 대책을 내놨다고 하니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와 손을 잡고 감기약 수급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관련 직능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감기약 품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최선책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제대로 운영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현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약국(약사회)이 특정 품목을 요청 시 동일 성분의 대체제를 보유한 제약사가 소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에 재고 현황을 신속하게 알리게 되는데 일선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해당 품목의 재고 유무 정보는 물론 직접 주문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

실제로 소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 사이트 내에서 개별 약국은 소포장 제품을 직접 주문할 수 있으며 대포장의 경우 재고 여부를 파악, 해당 제조사나 도매상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즉 기존 거래처 외에 추가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 열리는 것인 만큼 동일 성분 의약품의 유통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수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번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은 동일 성분 의약품의 재고 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현장의 상황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지금처럼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약국이 기존 거래처 외에 다른 곳에서 재고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 활용될 협회의 소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이 현장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 역시 “정부의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은 수요와 공급 상황을 현장에서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물량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제공될 수 있도록 매칭하자는 개념”이라며 “효과적으로 운영되면 유통 과정 일부에서 발생되고 있는 끼워팔기식 문제나, 일부 도매상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창고에 쌓아 놓은 누락·왜곡된 물량을 끄집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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