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R , 위고비 효과 대비 가격 지나치다 판단…“상당한 할인 필요”
당뇨서 비용효과 입증 못한 틸제파티드…비만약 가격 책정 주목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2018년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 열풍은 한국에서 비만치료제의 입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의 비만도가 미국·유럽에 비해 낮지만, 치료제 시장으로서 가치는 충분했다.

시간이 흘러 대중의 삭센다에 대한 관심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삭센다는 연간 4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제 관심은 삭센다의 다음 세대 비만치료제로 향한다.

대표적인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 릴리의 틸제파티드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임상경제평가연구소 ICER(the 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가 위고비의 경제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 대비 약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다. 틸제파티드도 비용효과성 문제에서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

≫ “위고비 비용효과성 달성 못해, 현재 약가로는 2차 치료제”

ICER는 최근 새로운 체중감량 약물인 위고비에 ‘상당한 할인’이 필요하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토는 비만 관리를 원하는 환자들의 4가지 옵션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는 체중 감소에서 다른 옵션 대비 한 걸음 더 나아간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초기 체중감량 약물과 비교했을 때 노보 노디스크의 약물은 가격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ICER는 위고비의 효과에 대해 B+의 등급을 부여했다. 위고비로 비만을 관리하면 생활방식 개선만으로 관리할 때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간주했다는 의미다. 건강상의 이점 또한 다른 옵션에 비해 약간 높다는 결과였다.

하지만 비용효과성 측면에서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ICER 검토 초안에 따르면 생활방식 개선에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나 콘트라브(성분명 부프로피온/날트렉손)를 추가했을 때는 비용효과성이 인정됐다.

하지만 생활방식 개선에 위고비, 혹은 삭센다를 추가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임계값을 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ICER는 “위고비가 기존 옵션에 비해 더 비싸고, 잠재적으로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며 “의미 있는 약가 인하를 하지 않는다면 위고비는 원하는 체중감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환자 또는 큐시미아 복용을 견디기 힘든 환자에게만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ICER에 따르면 첫해 위고비 사용 약가는 할인 이전 도매가격(WAC)로 1만7,598 달러, 2년 차에 1만7597달러이다. 한화로 2,3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국내에서 당뇨병치료제(제품명 오젬픽)로만 허가가 돼 있다. 비만치료제로는 아직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BMI 25kg/㎡를 기준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유럽 허가임상 기준인 BMI 30kg/㎡ 보다 낮춘 모습이다. 동아시아인은 복부 내장지방 비율이 높아 BMI가 서양인보다 낮더라도 대사질환 위험에 취약하다는 국내 가이드라인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 임상에서 효과·안전성을 확인한다면 국내 허가 적응증은 BMI 25kg/㎡ 이상인 환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환자 수가 늘어나고 BMI가 보다 낮은 환자까지 대상이 돼 비용효과성 입증은 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 틸제파티드, 당뇨병서 비용효과성 입증 못해…비만치료제로는?

일라이 릴리의 틸제파티드는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 수용체와 GLP-1 수용체를 이중으로 작용하는 기전이다. 세마글루티드와 마찬가지로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로 동시에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 5월 당뇨병치료제로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SURPASS 임상에서 보여준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

현재 당뇨병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의 미국 약가는 연간 1만1,688달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ICER가 책정한 당뇨병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의 적정 가격은 연간 5,500~5,700 달러였다.

ICER가 제시한 비용효과성 달성 가격보다 2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만치료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비만치료제의 경우 당뇨병치료제에 비해 용량이 크기 때문에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도 함께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틸제파티드의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는 SURMOUNT-1 연구 결과에서 변수는 만들어졌다.

이 임상에서 72주차에 5mg군은 평균 16%, 10mg군은 평균 21.4%, 15mg군은 22.5%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위약군의 체중감소는 2.4%였다. 20% 이상 체중이 줄어든 환자 비율 또한 5mg군 31.6%, 10mg군 55.5%, 15mg군 62.9%에 달했다.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한 결과를 보인 것.

아직 일라이 릴리가 비만치료제로서 틸제파티드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지만, 비용효과성 달성에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비만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대부분 비급여로 처방돼 약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도 “한국 체중감량 약물 시장은 특이성이 있다. 성분이 명확지 않은 체중감량 한약에 수십만 원씩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고가 체중감량 약물의 시장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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