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 56곳 대손충당금 비율 및 영업실적
중소제약사, 대형사 대비 채무불이행 리스크 ‘취약점’ 노출
2곳 중 1곳 대손충당금↑…외상값 줄어도 못 받을 돈 늘어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국내 제약사들의 못 받은 외상값 규모 위험수위는 조금 낮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파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에 따라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대손충당금의 규모는 늘어나면서 하반기 영업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6곳의 1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매출채권(외상값)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을 분석하고 이 비중에 따른 영업실적 결과를 들여다 봤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 떠안고 있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를 기업이 미리 장부에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먼저, 대손충당금 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일부 중소 제약사의 경우 실적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제약, 명문제약, 동성제약, 경남제약, 신풍제약, 차바이오텍 등이 높은 대손충당금으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앉거나 적자를 기록한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손충당금이 늘더라도 기업의 외형 규모에 따라 영업실적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1분기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대형사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개선된 반면 매출 1,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사들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상대적으로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더 큰 불안요소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형 제약사 가운데 지난해 말보다 대손충당금이 5억 원 이상 더 쌓아놓은 4곳(삼성바이오로직스, 씨젠,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모두 1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반면, 충당금이 2억 원 이상 증가한 중소제약사 6곳(메디톡스, 동성제약, 휴젤, 부광약품, 환인제약, 삼일제약) 가운데 메디톡스와 삼일제약 2곳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적자였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올 하반기 대손충당금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의 영업실적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이는 배경이다.

≫ 보수적 회계 처리…경영 투명성 높이고 실적 변수 ‘최소화’

외상값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회사별 셈법(대손율 추정)에 따라 큰 격차를 드러냈다. 본지가 조사한 56곳 제약사의 매출 대비 대손충당금의 평균 비율은 8.08%로 집계됐지만, 일부는 이 비율을 외상값의 절반이 넘는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았던 반면, 어떤 곳은 단 1%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실적 개선이 진행 중인 대형사들은 미리 대손충당금을 털어내고 가는 모습이었다. 향후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일찌감치 밑그림을 그려 놓은 셈이다.

대표적으로 올 들어 대손충당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올해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 약 51억 원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했다. 지난해 말 누적액 49억 원보다도 많은 셈이다. 씨젠도 지난해까지 67억 원을 쌓아놓았는데 올해 39억 원을 더 쌓아 105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높여놨다.

이 외에도 메디톡스가 30억 원을 대손상각 손실로 잡아놨으며, JW중외제약(대손 증가액 19억 원), 동성제약(6억 원), 대웅제약(5억 원) 등이 1분기 5억 원 이상 규모의 비용을 반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236억 원의 매출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단 ‘0’원으로 봤다. 회사는 과거의 채무불이행률을 고려했을 때, 만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권과 신용보강이 이루어진 채권에 대해서는 모두 100%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손율 자체를 산정하지 않은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이후 금리 인상과 소비 대출 규제로 인해 향후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가 낮아지고 채무불이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이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분위기”라며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당장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앞으로의 실적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미리 높게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