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56곳 대손충당금 해부
2곳 중 1곳 대손충당금↑…외상값 줄어도 못 받을 돈 늘어
셀트리온헬스케어 외상값은 3천억…못 받을 돈은 ‘0원’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국내 제약사들의 못 받은 외상값 규모 위험수위는 조금 낮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파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에 따라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대손충당금의 규모는 늘어나면서 하반기 영업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6곳의 1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매출채권(외상값) 현황과 대손충당금 규모를 들여다 봤다.

대손충당금은 기업이 떠안고 있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를 기업이 미리 장부에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 외상값 감소에도 대손충당금은 늘어나…작년 말 대비 153억 원 증가

올해 1분기 56곳의 제약사가 떠안은 외상값(매출채권) 규모는 6조2,60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178억 원이 감소한 수치다. 전체 56곳 중 33곳의 외상값이 늘어난 반면 23곳에서 감소가 나타났다. 늘어난 곳이 더 많았음에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만 2,843억 원이 감소한 것이 줄어든 결과로 반영됐다.

문제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외상값이 증가하면 못 받을 수도 있는 돈, 즉 대손충당금 역시 늘어난다는 점이다. 56곳의 기업이 장부에 기록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3,024억 원(누계)으로 지난해 말 2,871억 원보다도 153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값 규모는 줄었지만, 경기 불황에 따라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못 받을 수도 있는 대손충당금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대손충당금이 전체 외상값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업 평균 8.1%보다 다소 줄어든 8.08%를 나타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곳은 56곳 중 28곳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2곳 중 1곳은 대손충당금을 늘려 잡은 셈이다. 이는 절반의 기업에서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으로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돈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올 1분기 누적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아둔 곳은 JW중외제약이었다. 다만 이 회사는 외상값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장부에 511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메디톡스(352억 원), 대웅제약(219억 원), 휴젤(192억 원), GC녹십자(125억 원), 안국약품(113억 원), 씨젠(105억 원), 신풍제약(101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00억 원) 등은 누적 대손충당금 규모가 100억 원을 웃돈 것으로 분석됐다.

≫ 메디톡스·삼성제약·휴젤, 못 받을 돈 비율 높아

외상값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회사별 셈법(대손율 추정)에 따라 큰 격차를 드러냈다. 본지가 조사한 56곳 제약사의 매출 대비 대손충당금의 평균 비율은 8.08%로 집계됐지만, 일부는 이 비율을 외상값의 절반이 넘는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반면, 어떤 곳은 매출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율을 단 1%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별로 보면 대손충당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디톡스였다. 이 회사는 624억 원의 매출채권 중 절반이 넘는 352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비중이 56%나 됐다. 회사가 외상값의 절반 이상에 대해 못 받을 각오를 이미 하고 있던 셈이다.

메디톡스의 경우 거래 상대의 문제보다는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 등으로부터 주력 제품 일부에 대한 회수 폐기 명령 행정처분에 따라 기판매 제품에 대한 충당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19년 대손상각비(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비용으로 잡아 놓은 금액)로 115억 원, 2020년에도 144억 원, 2021년 12억 원을 장부에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0억 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만기 경과 후 6개월을 초과한 302억 원의 외상값(48% 비중)에 대해 대부분 비용처리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제약(대손충당금 비율 43%, 대손충당금 70억 원), 휴젤(39%, 192억 원), JW중외제약(26%, 511억 원), 팜젠사이언스(21%, 72억 원), 안국약품(21%, 113억 원), 대웅제약(16%, 219억 원), 경남제약(13%, 25억 원), 일양약품(12%, 82억 원), 신풍제약(11%, 101억 원), 대화제약(11%, 22억 원), 동구바이오제약(10%, 24억 원), 차바이오텍(10%, 99억 원), 이연제약(10%, 46억 원) 등도 외상값 중 10% 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3천억 매출채권…대손충당금은 ‘0원’ 조사대상 유일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236억 원의 매출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단 ‘0’원으로 봤다. 회사는 과거의 채무불이행률을 고려했을 때, 만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권과 신용보강이 이루어진 채권에 대해서는 모두 100%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손율 자체를 산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에도 셀트리온제약에 계열인 셀트리온제약에 2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와 관련 매출채권에 대해서는 대손상각비 3억 원을 즉시 비용으로 처리하고 원금과 상계처리해 못 받을 금액으로 계산한 바 있다. 이는 채무불이행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사대상 중 누적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은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일했다.

이외 충당금 비율이 낮았던 곳으로는 셀트리온, 하나제약, 한독, 알리코제약, 종근당, 보령, 일동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셀트리온제약, 화일약품,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광동제약 등은 대손충당금 비율이 1%가 되지 않았다.

한편, 본지는 다음 편에서 기업별 매출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에 따른 영업실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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