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정인이 사건’ 계기로 사회 참여…‘정인이법’ 제정에 ‘일조’
의사의 사회 활동, 선택 아닌 ‘책무’ …바른의료 실현 위해 ‘필수’
“고소・고발 잦은 이유, 보다 효율적인 목소리 내기 위한 수단일 뿐”

▲임현택 회장
▲임현택 회장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선생님은 호칭에 ‘님’을 붙이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다. 선생님에게 ‘님’자를 붙이는 이유는 사장님, 의원님, 사모님 등과는 다르다. 돈과 권력이 아닌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사람들이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의사의 사회 참여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오연상 의사가 대표적이다.

1987년 1월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전임강사로 재직하고 있던 오연상 의사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을 검안한 후 고문치사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해 사건 현장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아동 학대 사건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의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임현택 회장을 만나 의사들이 사회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 의료계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돼 왔고 소아청소년과는 출생아수 감소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 전문과이다. 수십년간 모든 진료과를 통틀어 최저 수준인 수가와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유일한 비급여 항목인 예방접종 또한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편입되면서 대부분의 소청과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2015년 당시 간선제로 선출되던 소청과의사회 집행부는 정부 정책에 안일하게 대응했고 회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

2015년 ‘미래를 생각하는 소청과 의사들의 모임(미소모)’를 중심으로 직선제 전환을 요구하게 된 이유다.

결국 2016년 소청과의사회 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됐고 선거에 출마해 회장에 당선됐다. 그렇게 ‘강한 목소리로 행동하는 의사회’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소청과의사회 일을 시작한 지 6년이다.

처음 시작은 소청과의사회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료계 전체 일까지 하게 됐다.

≫ 사회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기는 무엇인가.

2020년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영아가 사망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

당시 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검찰은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기소했다. 전문가 단체가 아니었던 만큼 살인죄를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열흘 동안 의학 논문을 찾아 ‘축구 경기 도중 배를 발로 차인 경우’나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 췌장이 파열될 수 있다는 의학 논문 보고 케이스 등을 의견서로 제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지난해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정인이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적어도 의사가 노력한 만큼 사회가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 이후 아동학대 사건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됐다.

최근에 ‘여고생 성폭행 통학’ 차량 기사에 대한 조속한 기소 및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김창룡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 경찰, 송파구청 공무원을 유치원 아동 학대 부실수사 혐의로 고발, 초등학생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양부모를 집행유예 판결한 판사를 비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 그래서 의사가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의사는 의료 전문가다. 의사들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피해자들한테 큰 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의사는 다른 직업보다 좀 더 많은 권리를 누리는 분야 중 하나인데 사회적 책무는 좀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의료계가 원하는 ‘바른 의료’를 위해서는 국민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의사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무를 먼저 다해야 한다. 의사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가야 되는 길을 제시한다면 국민 역시 의료계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인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고소・고발 남발로 의사의 품위를 실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고소・고발은 시간적, 물리적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당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하는 사람도 굉장히 힘든 문제다.

처음에는 성명서를 내고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대화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어려웠다.

결국 고소나 고발 같은 좀 더 센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의료인의 품위도 중요하지만 당장 의료계의 위기 상황에서 품위만 차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어떤 의사가 진정한 의사인가.

의사는 ‘눈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약자에 대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사의 활발한 사회 활동이 필요하다.

의사가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한다면 국민 역시 의사를 신뢰하고 향후 의사들이 추구하는 바른 비래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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