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코스닥150 지수 편입 이후 주가 72%↓
올 7월 반등 실타래 풀었지만…공매도에 ‘발목’ 우려도
“공매도, 지수 하락 초래…증시 안정 위한 정부 규제 시급”

▲ 유바이오로직스 전경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여기에는 수급 측면에서 공매도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매도가 가능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연초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최근 부쩍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잘나가던 바이오테크 기업들마저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코스닥150 지수’ 신규 편입으로 공매도가 허용됐는데 이 종목을 보유해 피해를 본 투자자 일부에서는 차라리 코스닥150 지수에서 편출해 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신규 투자자의 경우 공매도 세력을 못 보고 들어왔다며 분노를 터트리는 목소리도 네이버 등 증권 커뮤니티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매매 형태다. 즉 당초의 주식투자 의미가 시세가 올라야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면 공매도는 정반대인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주가 폭락이 발생하자 증시 안정을 위해 2020년 3월 16일, 공매도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 지수와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350개 종목에 한해 풀린 바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유바이오로직스 사례를 통해 공매도로 인한 실증 피해와 폐단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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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수시변경을 통해 코스닥150 지수에 10월 28일부터 신규 편입되면서 공매도가 허용됐다.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의 흡수 합병으로 빈자리가 생기자 정기 편입일(12월 10일)에 앞서 자리를 채울 기업이 필요했는데, 우선적으로 선택된 기업이 바로 유바이오로직스였다. 시가 총액이 크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수구성 종목의 정기변경은 1년에 2번으로 6월과 12월에 반영된다. 때문에 12월 실제 정기변경에서도 1순위로 편입된 것은 당연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공매도 허용 이후 당시 5만2,400원의 이 회사의 주가가 올해 상반기(6월말) 기준 1만4,600원으로 무려 72.14%가 폭락한 것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5,321억 원으로 사라져버린 시가 총액만 1조3,663억 원 규모다. 대부분의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자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를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제약바이오 대표지수인 코스피 의약품지수 20.27% 낙폭보다 3배 이상 떨어진 수치며 코스닥 제약지수 33.38%, 코스닥 종합지수 26.32% 떨어진 것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떨어져 2배 이상의 하락 충격이다.

올 7월 들어 유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약 20% 급등하면서 반등의 실타래를 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매도 우려에 상승세가 발목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코스닥150 지수, 우선 선택됐지만 돌아온 건 공매도 ‘폭락’

주목할 점은 지난해 증권가 일각에서 유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150 지수에 편입됨에 따라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유입으로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패시브 자금은 특정 종목 등에 투자하지 않고 시장 지수 등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금을 말하는 데 당시 NH투자증권은 예상 유입자금 규모로 4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공개한 2021년 10월 생물공학 상장기업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결과에서도 유바이오로직스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당시 이 회사의 지수 편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150 지수 편입에 따라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공매도 시행 단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허용된 10월 28일 유바이오로직스의 공매도 수량은 27만2,082주였고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140억 원 규모였다. 공매도 비중이 22.83%를 차지한 것이다.

결국, 이날 유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6.39% 떨어졌고 이로 인해 이 종목은 익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다. 돌이켜 보면 본격적인 주가 하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이는 일부 세력들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의문 부호를 달며 주가 급락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공매도가 유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하락에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는 외국인, 기관 투자가 등이 공매도로 시세 조정을 한다는 주장에 대한 보완책으로 2017년 도입된 제도다. 일정 기준 공매도가 급증하면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데 공매도를 실질적으로 규제한다기보다는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세력이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다.

11월 들어서도 유바이오로직스의 주가 급락은 멈추지 않았다. 11월 한 달만 20.34%가 하락한 것이다. 이때도 공매도가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이 종목은 11월 9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또다시 지정됐다. 11월 한 달간 공매도 수량은 누적 115만5,095주였고 전체 거래에서 일 평균 공매도 비중은 8.64%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공매도 기승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상반기 일 평균 공매도 수량은 2만1,007주로 집계됐고 비중은 평균 7.91%에 달했다. 거래 누적 공매도 금액은 632억 원 규모로 일 평균 5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유바이오로직스, 올 실적은 ‘턴 어라운드’ 주가는 ‘반토막’…왜?

같은 기간 이 종목의 전체 거래액은 일 평균 30억 원으로 공매도 거래 금액만 보면 17%를 차지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주가는 지난 연말보다 반 토막(58.35%↓) 이상으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 실적은 올해 ‘턴 어라운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 1분기 유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별도기준 매출로 전년 동기보다 46% 성장한 10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억 원의 적자에서 6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외형은 성장하고 수익은 올라선 결과다.

여기에는 경구용 콜레라백신 ‘유비콜’의 안정적 성장과 바이오의약품 수탁 연구 제조(CRMO)의 성장세가 한몫했다. 실제로 1분기 유비콜은 전년보다 33% 성장한 87억 원의 판매고를 전액 수출로 올렸고 CRMO 사업도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비가 매출의 50%를 차지하면서도 이익을 냈다는 점은‘고무적이다’라는 평가다.

이처럼 유바이오로직스의 실적과 주가 방향이 따로 움직이는 모습인데, 이는 결국 공매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유추되는 부분이다.

≫ 공매도 잔고는 정점 지났지만…대차잔고는 '현재 진행형'

현재 남아 있는 유바이오로직스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지난 15일 기준 36만7,629주(평가 65억 원)다. 지난 2월 11일 공매도 잔고수량은 117만1,485주로 정점이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 대폭 줄어든 수치다. 이달 들어 이 회사의 주가 상승이 설명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도 아니다. 지난 19일 현재, 이 회사의 대차잔고가 172만4,578주(평가 309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차잔고의 성격상 일정 기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거나 반대로 주가가 기대 이상 올라갈 경우에도 공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 될 가능성이 있는 것.

대차거래는 돈을 주고 빌려온 주식 거래를 의미한다. 물론 빌려왔다고 해서 모두 공매도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차입이 없는 매도는 불법인 만큼 공매도 거래를 위해서는 대차잔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함정이 있다.

공매도 잔고액과 대차잔고액을 서로 비교했을 때 괴리가 큰 곳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공매도로 전환되지 않고 숨어 있는 대기 물량이 많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언제든 물량 폭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의의 투자자들을 위한 ‘공매도 규제’가 조속히 필요한 이유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량 감소로 인해 많지 않은 공매도 물량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는 공매도 증가가 지수의 추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다. 이에 증시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공매도 규제 결단이 속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제한을 외국인에 맞춰 개인에게 더 풀어주는 것보다는 개인에 맞춰 외국인도 동등한 규제가 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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