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1~5월 ‘유방암’ 관련 게시글 2만8,750건 분석
본격 치료 앞둔 환자들 ‘부작용 걱정’에 관련 문의도 쇄도
효과 좋지만, 비급여 고가…믿을 건‘민간 실손보험’ 뿐

▲ 본지의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암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위 이미지는 빅데이터 수집 결과에 대한 인포그래픽.
▲ 본지의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암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위 이미지는 빅데이터 수집 결과에 대한 인포그래픽.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부동의 여성암 발병률 1위 유방암. 우리나라 여성 18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발병률이 높지만 5년 상대생존율이 93.6%에 달할 정도로 완치율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간 유방암 발생률은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창 일할 나이인 20~30대 젊은 여성의 발병률이 늘고 있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유방암 환자 중에서는 아직 치료 표적이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이나 암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2형) 양성 유방암 환자 비율이 다른 연령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처럼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현재 환자와 그들의 가족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고,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올 한 해 동안 ‘유방암’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2년 1월~5월까지 4만4,943건이며, 이 중 ‘유방암’ 관련 버즈량은 2만8,750건에 달했다.

이 중 가장 사용 범위가 넓고 언급량이 많았던 HER2 양성 유방암 대표 치료제인 ‘허셉틴(406건)’과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대표 치료제인 ‘입랜스(96건)’를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이 약과 함께 언급된 단어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환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 재발률 낮춘 표적치료제, 환자 관심사는 ‘부작용’

유방암에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 첫 번째 표적치료제는 로슈의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이다.

허셉틴은 HER2 단백질 수용체가 과발현된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첫 번째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로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시판된 후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허셉틴은 등장만으로도 유방암 치료의 대변혁을 이끌었는데 재발이 빠르고 생존 기간이 짧아 과거에는 난치성 암으로 분류됐던 HER2 양성 유방암의 생존율을 크게 개선시켜 ‘치료가 가능한 암’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유방암 환자들이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동반진단기법을 통해 HER2 단백질 표지자 혹은 유전자의 증폭을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허셉틴은 특정 표적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정상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만 공격해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허셉틴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방암은 수술과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가 전부였는데 기존 치료제의 경우 전신에 작용해 골수 기능 장애나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상당했다.

하지만 허셉틴은 암세포만 공격해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허셉틴 역시도 가장 큰 부작용이 있었다. 바로 ‘심독성(cadiotoxicity)’이다.

심독성이란 항암 치료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항암제가 심장에 독으로 작용해 심장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좌심실 수축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허셉틴은 용량과 관계없이 투약 초기에도 심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허셉틴 관련 주요 키워드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항암(676건)’, ‘허셉틴(524건)’, ‘치료(507건)’, ‘표적(435건)’, ‘수술(401건)’, ‘병원(235건)’, ‘양성(219건)’, ‘검사(210건)’, ‘부작용(180건)’, ‘입원(160건)’, ‘주사(149건)’, ‘허투(137건)’, ‘약(135건)’, ‘퍼제타(133건)’, ‘교수님(121건)’, ‘결과(115건)’ 등의 단어가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분명해 진다.

<전절제 후 확장기 삽입 중이고 이제 곧 항암치료도 시작합니다. 항암 ac4회 하고 표적항암 허셉틴 1년입니다. 허셉틴 치료 부작용은 어떤가요? 회사생활 가능할까요?>, <저는 호르몬음성 허투양성 2기진단 받았고요 현재 허셉틴 7차 맞았습니다. 허셉틴 맞고 난 일주일 사이에 한 두번은 가슴이 답답한 증세로 잠을 설치거나 합니다. 담당 교수님께 요청해 심장 초음파 검사했는데 정상이라고 하네요. 심장기능 정상이라니 다행이면서도 가슴 답답한 증세가 있는게 일시적이라도 허셉틴 영향인거냐는 질문에 담당 교수님은 심장기능 정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네요.>, <2021년 12월에 TCH 항암 4회를 맞쳤고요. 허투 양성이라 현재까지 표적치료로 허셉틴 7회차 마친 상황입니다. 항암시에는 그래도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항암 끝나고 표적치료 중인 요즘이 조금 힘든거 같아요. 우선 허셉틴 주사 맞고 난 한주엔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와서 내일 심장초음파 검사 받기로 했고요. 항암 휴유증인지 허셉틴으로 인한 부작용인지 항암만 끝내면 괜찮을거 같았는데 체력 회복 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년 동안 허셉틴 맞아요. 3주에 한 번씩 혹시 부작용 있을까요? 막항하고 난 뒤 허벅지 근육이 심하게 뭉쳐있거든요ㅠㅠ>, <허셉틴 복부에도 맞는분 계신가용? 허벅지 맞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부작용과 장단점들이 궁금합니다.> 등 허셉틴에 대한 부작용을 문의하는 질문이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경험담에서는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표적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는 댓글이 많았지만 관절염을 호소하는 답변도 상당했다.

≫ 비급여에 ‘가로막힌’ 퍼제타 병용요법, 끊이지 않는 보험 ‘문의’

특히 게시글 중에는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을 문의하는 글이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기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수술 후 관리 단계에서는 허셉틴 단독요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즉 조직학적으로 암세포가 사라졌으며 또 수술 후 1년 간 허셉틴 치료를 받아도 여전히 15%의 환자들의 경우 재발을 경험했다.

허셉틴 단독요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로슈의 퍼제타(퍼투주맙)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개선했으며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기존 허셉틴 단독요법 대비 더 뛰어난 재발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 허셉틴과 병용요법으로 선별급여를 적용했다. 이후 최근에는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으로 급여가 제한됨에 따라 후항암을 하는 환자들의 경우 고가의 약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민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의 경우 사정은 낫다. 가입된 보험에 따라 약제비를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뤄진 <메디코파마뉴스>의 빅데이터 조사와 마찬가지로 실손보험 관련 글이 많은 이유다. 실제로 ‘입원(160건), ‘실비(75건)’, ‘보험(65건)’, ‘비용(43건)’, ‘비급여(39건)’, ‘전원(38건)’ 등의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환자들은 <ㅅㅅㅅㅇ에서 후항암으로 퍼제타+허셉틴 하신 분 계실까요? 당일 외래라 실비 혜택도 안 되고 비급여라 병원비가 장난이 아니라는데 얼마 정돈지 알 수 있을까요?>, <30대 삼중양성에 약 3.6센티이구요. 제 실비는 면책기간이 1년 보장 후 90일입니다. 그 때도 수술 후 표적치료 하고 있을거 같아요. 그러면 12주간 퍼제타 3번은 들어갈텐데 그 돈은 못 받는 거지요? 면책기간 계산하시는 분들은 뭐 때문에 계산하는건지 궁금합니다>, <선항암 6회, 표적치료 허셉틴+퍼제타 12회 하게 되었는데 퍼제타는 비급여라 비용이 어마어마하네요. 병원에서는 실비 처리 될거라는데 실비에서 나올까요?>, <2월 11일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절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허셉틴+퍼제타 12회 표적치료를 해야 하는데 실손보험때문에 입원해서 맞아야 합니다. 표적치료 당일 입원이 되나요?>, <보통 수술후 허셉틴+퍼제타로 하는게 좋다고 다들 그렇게 많이 받으시던데 선항암 수술 후 표적항암 받을때 퍼제타는 보험 적용이 안 되나요? 100프로 본인 부담일까요?> 등의 질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유방암 환자들은 실손보험 적용을 위해 수술은 BIG5 병원에서 받고 항암치료는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확인됐다. BIG5병원의 경우 수술 치료 후 입원은 가능하지만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외래를 통해 항암 치료를 받을 경우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이나 입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공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올해부터 신포괄수가제 적용이 어렵다고 해 실비 보험 적용이라도 받을 수 있게 서울이나 대구에서 입원 항암이 가능한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ㅇㅅ 병원에서 삼중양성으로 6차 항암 후 곧 수술 예정입니다. 수술 후 표적항암 허셉틴+퍼제타가 예상되는데 현 병원에서는 입원 항암이 어려운걸로 알고 있습니다. 입원처리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그나마 보험처리를 일부 받아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데 동일한 유형으로 치료 받은 분들 중에 입원 가능한 병원 추천 부탁드립니다.> 등의 게시글이 많은 이유다.

≫ 복용 편의성 갖춘 ‘입랜스’, 환자 관심 역시 ‘복용’에 초점

2016년 국내에 도입돼 2017년 11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화이자의 CDK4/6 억제제 ‘입랜스(팔시보클립)’는 HR+/HER2-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기존 호르몬 치료뿐이던 옵션에 표적치료제가 더해지며 획기적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이룬데다 1일 1회 복용이라는 편의성에 경쟁 약물이 없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 제제는 ▲폐경 후 여성에서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적응증을 갖고 있다.

현재는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와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크립)까지 잇따라 출시되면서 CDK4/6 억제제 시장은 3파전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입랜스가 우세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항암제는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방법이 가장 흔한 방법으로 주사바늘을 손등이나 팔의 정맥에 삽입해 약물을 투여했다.

약물 투여에 걸리는 시간은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 수분에서 수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때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면, 경구약인 입랜스는 병원 방문 없이 1일 1회 집에서 복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 했다.

이러한 특징은 입랜스 관련 주요 키워드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입랜스(120건)’, ‘약(86건)’, ‘복용(64건),’, ‘항암(63건)’, ‘어머니(60건)’, ‘치료(53건)’, ‘병원(49건)’, ‘엄마(48건)’, ‘수술(45건)’, ‘검사(38건)’, ‘교수님(35건)’, ‘부작용(35건)’ 등의 단어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허셉틴과 달리 복용했다는 문장이 더욱 눈에 띈다.

실제로 <엄마가 입랜스 복용 3차하고 CT 촬영을 했는데 변화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시어머니께서 유방암 4기 림프전이, 뼈전이, 폐전이 진단받고 오늘 입랜스 항암 복용 1차가 끝나 진료를 보고 왔습니다. 입랜스 복용이 3주 복용하고 1주 쉬고 진료 보기로 했던건데 면역수치가 낮아서 1주 더 쉬었었거든여. 입랜스 125mg 복용 중인데 용량도 낮추자 하시네요. 이렇게 해도 되나요?>, <입랜스 9차 먹고 수술 후 관해 지금 29차 복용 중이에요. 주치의는 내성 전까지 쭉 먹는걸 원칙으로 한다던데 약 끊는건 너무 도박일까요? 혹시 치료 효과 좋아 약 중단한 분 계신가요?> 등 입랜스 복용 경험담이 많았다.

≫ 입랜스+페마라 병용요법, 부작용 문의・호소글 잇따라

흥미로운 점은 부작용을 문의하는 글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특히 페마라(레트로졸) 병용요법과 관련한 부작용이 대부분이었다.

입랜스+페마라 병용요법은 2017년 급여 적용됐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인 폐경기 이후 전이성 재발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비롯한 항암제 사용력이 없는 경우 5% 산정특례 급여가 적용되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문의하는 환자들도 상당하다.

실제로 <경구용 항암제 페마라정(레트로졸)이랑 입랜스캡슐(팔보시클럽) 처방 받았는데요. 혹시나 이 약 처방 받으신 분들 부작용이 어떠셨나요> 저는 2차 항암에 약을 바꿔서 은근히 부작용 걱정되기는 하네요.>, <엄마가 유방암 4기에 호르몬 양성, luminal A 타입 판정받고 오늘 페마라와 입랜스로 첫 복용 시작했어요!! 혹시 알아둬야 할 부작용이나 미리 준비해두면 좋은 점 있을까요??>, <페마라와 입랜스로 치료한다는데 약 부작용이나 머리도 빠지는지 알고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 약 복용하면서 좀 좋아지면 항암이나 수술도 가능한 건지 알려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ㅠㅠ>, <엄마가 유방암 4기에 뼈 전체 전이 진단을 받았는데요, 페마라정이랑 입랜스캡슐 경구용으로 먹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근육이 마비가 오고 손발이 많이 저리네요ㅠㅠ 눈꺼풀도 무거워서 잘 안 떠지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원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등의 문의글이 잇따랐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다만, 일부 댓글에서는 호중구 수치 영향에 따라 부작용 정도가 다른 만큼 단백질 섭취와 적절한 운동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조사된 입랜스 전체 키워드 순위권에는 없지만 ‘호중구 수치’, ‘백혈구’, ‘면역 수치’라는 단어가 ‘입랜스’, ‘부작용’과 연계된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CDK4/6 억제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가 ‘호중구 감소증’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